아시아나항공, 채용문 닫히고 비상문 열리고…악재에 불안 떠는 승객들

2024-06-21     박영주 기자
[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대한항공과의 인수합병을 앞둔 아시아나 항공이 거듭된 악재에 몸살을 앓고 있다. M&A를 앞두고 매력도가 상당히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대구공항에 착륙하려던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에서 ‘비행 중 문열림’이라는 치명적인 안전사고가 발생한데 더해, 신규채용 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신규채용은 2020년 이후 3년간 멈춰있다. 기내 안전·서비스를 담당하는 핵심인력이 제때 충원되지 않으면 직원들의 피로도가 누적되고 자칫 안전문제로까지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특히 이번 문열림 사고 이후, 기내 안전요원 배치가 필수적이라는 목소리와 함께 남자 승무원 채용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사고 당시 기내 승무원들이 잘 대처하긴 했지만, 아시아나항공은 경쟁사 대비 남자승무원이 적기로 유명한 만큼 원천적으로 막을 수는 없겠지만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합병무산 플랜B 없다는데…매력 떨어진 아시아나항공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인수합병(M&A) 결정이 나온지 벌써 2년반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기업결합 신고 절차가 좀처럼 마무리 되지 않고 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은 현재 신고대상 13개국 중 10개국의 심사를 끝마쳤고 ▲미국 ▲유럽연합(EU) ▲일본의 결정만을 앞두고 있다.  산업은행은 “올해 3분기 중에 결론이 나올 것”이라며 “한진칼 지분 처분 계획을 포함해 M&A 무산시 ‘플랜B’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도 “무엇을 포기하든 성사시킬 것”이라며 양사합병에 100% 올인하고 있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양사합병이 장시간 미뤄지는 동안 M&A 대상인 아시아나항공의 매력도는 많이 줄어들었다. 직원 신규채용은 물론 기재도입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기내에서 문열림 사고가 발생하는 일까지 있었다.  내용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아시아나항공은 위드코로나 국면에 발맞춰 공개채용에 발빠르게 나서고 있는 경쟁사들과 달리 2020년 1월을 끝으로 3년 넘게 객실승무원 신규채용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0월 공개채용에 나선바 있으며, 진어에도 지난 2월과 3월 객실승무원과 기장 채용에 나섰다. LCC(저비용항공사)인 에어로케이는 2월, 에어부산은 4월, 에어프레미아는 5월에 객실승무원 공개채용을 진행했다. 티웨이항공도 5월부터 인력채용을 위해 팔을 걷어부쳤다. 아시아나항공이 신입채용을 꺼리는 배경에는 역시 마무리되지 않은 M&A가 자리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당시 모든 항공사들이 다 어려움을 겪었지만 아시아나항공은 특히 어려웠다.  2020년 4월부터 임원 월급반납과 함께 전 직원 최소 15일 이상의 무급휴직을 운영 중했으며 인수불발 우려가 더해지며 직원들이 불안감을 호소했기 때문이다. 인수합병시 구조조정을 우려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 결과 2019년 9155명이었던 직원수는 꾸준히 줄어들어 2022년 기준 8344명으로 811명 줄어들었다.  항공기 대수도 줄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항공기 대수는 78대, 기업결합심사 과정에서 해외 경쟁당국들이 승인 조건으로 해당 국가노선의 슬롯반납을 요구할 가능성도 남아있는 만큼 항공편수가 더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사진=연합뉴스.

문열림 사고 후폭풍…보안요원 배치, 男승무원 부족 지적까지

안그래도 악재 투성이었던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인 5월26일 제주발 대구행 아시아나항공 OZ8124편에서 승객이 비상문을 열어버리는 사고가 발생하며 더욱 상황이 복잡해졌다.  낮 12시45분 대구공항에 착륙하기 직전 해당 여객기 출입문이 갑자기 열렸고 문이 열린 상태로 착륙이 이뤄졌다. 비상구 좌석에 앉은 30대 남성 승객이 돌연 문을 열어버린 것인데, 다행히 대형사고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승객들은 불안에 떨어야만 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승무원들은 최선을 다해 대응했고, 남성 승객들도 가세해 문을 연 승객을 빠르게 제압했다. 하지만 해당 사건 이후 기내 비상구 쪽 좌석을 꼭 팔아야했느냐는 지적부터 기내에 안전요원을 배치해야 한다, 치마 대신 바지를 입어야 하는 것 아니냐, 여자 승무원 말고 남자 승무원도 필요하다는 등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실제로 항공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다른 경쟁 항공사와 비교해 남자승무원 비율이 적기로 유명하다.  대한항공과 제주항공은 전체 객실 승무원 중 남자 승무원 비율이 약 10%로 알려져 있고, 이스타항공은 15%, 진에어는 16% 가량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전체 승무원의 5% 가량만 남자 승무원으로 알려져있어 매우 낮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여행수요가 늘면서 기내난동 사례도 늘어나는 추세다. 아시아나에서 벌어진 사건 이후  역시 늘고있는 추세다. 올해 들어 4월까지 25건의 기내 불법행위가 있었고, 이틀 전인 19일에는 필리핀 세부에서 출발해 인천공항으로 향하던 제주항공 여객기에서 10대 남성이 비상 출입문을 강제로 열려고 하다가 승객들과 승무원들에 제압 당했다.    승객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기내에 안전을 책임질 보안요원을 별도로 두거나, 남자 승무원을 배치해 빠르게 대응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리지만 업계 반응은 또 조금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나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사실 (문열림 같은) 사고는 갑자기 예기치 못하게 발생하는 일이기 때문에 직원수를 더 늘리거나 남자직원이 있다고 완전히 해결이 되는 문제는 아니다”라며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비상구쪽 좌석은 비워둔다든지 보완책 중 하나로 논의는 될 수 있다고 본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다른 관계자는 “외항사의 경우 워낙 보안조치가 깐깐해서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볼 수 있지만, 승무원들을 대상으로 보안훈련이나 테이저건 사용 등 교육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며 “자칫 과잉진압 문제도 비화될 수도 있기 때문에 단순하게 접근할 수는 없다. 신중한 법 적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서대문구에 사는 시민 A씨는 “항공사들 입장에서는 무조건 막을 수는 없다고 말하겠지만 승객 입장에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보여주기라 할지라도 기내에 1명 정도는 안전요원이나 남자승무원을 둔다든지, 하다못해 승무원들이 불편한 치마 말고 활동성 있는 바지를 입는다든지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