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한데…밀가루값 압박에 CJ제일제당 ‘울상’

곡물가격 내렸다지만, 실적엔 미반영…증권사 목표주가 하향조정 라면값 잡겠다는 정부, 밀가루값 인하 압박…하반기 실적 여파는?

2024-06-27     박영주 기자
/사진=CJ제일제당
[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CJ제일제당의 실적이 심상치 않다. 다수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한데 더해 정부가 ‘밀가루값 인하’를 압박하고 나서면서, 하반기 실적 상승의 기대감이 꺾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더해 CJ CGV발 대규모 유상증자의 충격파가 CJ그룹 계열사 전반으로 퍼져나가면서 실적에 제대로 먹구름이 낀 모습이다.  지난주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2분기 CJ제일제당의 연결기준 매출액을 2.2% 감소한 7조3519억원, 영업이익은 37.8% 감소한 3135억원으로 추정하며 기대치를 밑돌 것이라 예상했다. 키움증권 역시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을 3232억원으로 예상하며 시장 컨센서스(실적 전망치)를 소폭 하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목표주가는 기존 44만원에서 41만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CJ제일제당의 주가 약세에 대해 증권사 연구원들은 식품부문 판매량 감소, 제품가격 인하 우려, 글로벌 축산 업황 회복지연으로 인한 판매량 약세 등을 주요 이유로 꼽았다. 추가로 CJ 계열사 유상증자로 인한 센티먼트 악화 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에서는 ‘국제 곡물 가격이 내렸지 않느냐’고 말하지만, 증권사 데이터 기준 CJ제일제당 식품 부문에서 곡물가격 인하에 따른 수혜는 아직까지 포착되지 않고 있다. 바이오 사업 부문 역시도 사료에 첨가하는 필수아미노산 ‘라이신’의 판매가격 하락이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라면값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농림축산식품부는 26일 대한제분‧CJ제일제당‧삼양사 등 제분업체들과의 간담회를 진행했고 “복잡한 유통 구조에서 제분사 등 원재료 담당 기업부터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춰주면 최종 제품 생산 유통기업들도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 말했다. 현재 제분시장 내 점유율은 대한제분, 사조동아원, CJ제일제당 3사가 75% 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CJ제일제당은 25% 안팎을 차지하고 있다.  정부의 이같은 압박에 제분업체들은 다음달 밀가루 출하 가격 인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밀가루 출하가격 인하가 이뤄진다면 하반기 실적 반등의 기대감은 더욱 없어질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CJ CGV의 대규모 유상증자도 CJ제일제당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앞서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CJ CGV의 재무구조 안전성과 투자금 확보를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을 결정했다. 기존 주식수인 4772만8537주보다 많은 7470만주의 신주발행 계획을 밝히자, 주식가치 희석을 우려한 주주들이 거세게 반발하며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일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한 이후 CJ그룹의 주요 상장사 주가는 일제히 하락을 맛봤다. 특히 그룹 계열사 중 시가총액이 가장 큰 CJ제일제당 주가는 20일 29만2000원에서 27일 12시40분 기준 27만원까지 일주일새 2만원 넘게 빠졌다. 전일(26일) 대비로는 3500원 하락한 수치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밀가루 가격 인하에 따른 하반기 실적 여파에 대해 “밀가루 값을 하락하겠다고 결정한 것이 아니다. 검토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아직 결정하지도 않았는데 영향이 있을지 여부를 말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증권사 컨센서스(실적 전망치)에 곡류가격 인하가격이 아직 반영되지 않은 것에 대해 “가격이 반영되는 것에는 시차가 있다. 최소 3개월 정도 까지는 시차가 있고 이후에 반영이 되는 방식이다 보니 지금까지는 비싸게 주고 산 것을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