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쇳물 생산 50주년…최정우 논란에 흔들리는 포스코
범대위 “박정희 대통령의 근대화 일념, 박태준 회장의 제철보국 배반”
‘포항 홀대론’ 논란…최정우 겨냥한 범대위 “박태준 우향우 정신 어긋나”
2024-07-03 박영주 기자
[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포스코의 용광로에서 첫 ‘쇳물’이 생산된지 50년이 지났다.
강력한 리더십을 자랑하는 故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태준 초대회장을 필두로 수많은 직원들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끝에 1973년 6월9일 오전 7시30분경 포항제철소 1고로에서 첫 쇳물이 쏟아져 나왔다. 대한민국 철강의 역사가 시작된 순간이었다.
포항제철소가 준공된 날은 1973년 7월3일. 50년이 지난 현재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1기 종합준공 50주년 기념행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포스코는 국민기업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폈던 최정우 회장이 과연 기념행사 주최를 맡을 자격이 있느냐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최 회장의 경우, 포스코 본사 이전 문제를 두고 ‘포항 홀대’ 논란의 중심에 서는가 하면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순방에서 잇따라 제외되며 ‘패싱’ 논란도 빚고 있다. 역사적 의미가 큰 50주년 행사를 내부적으로 치르려다 뒤늦게 이철우 경북도지사 등에 초청장을 보내기도 했다.
50년 넘게 포항과 함께해온 포스코임에도, 최정우 회장이 그 의미를 제대로 되새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범대위 측의 주장이다.
범대위, 성명서 통해 “최정우는 포스코 떠나라”
“박정희 대통령의 근대화 일념, 박태준 회장의 제철보국 배반”
포스코지주사 본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 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2일 “창업정신 배반한 최정우는 박정희 대통령과 박태준 회장 앞에 석고대죄하고 포스코를 떠나라”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포스코 최정우 회장이 ‘포스코는 국민기업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태풍 힌남노 수해 속에서 직원들 몰래 비밀리에 100억원 스톡그랜트를 실행해 자신과 심복들의 배만 더 채웠다며 “50주년 기념식을 주최할 자격마저 없다”고 날을 세웠다.
최정우 회장은 포스코홀딩스의 영업이익이 반토막 난 상황에서도 지난 4월 스톡그랜트(Stock Grant)로 6억6000억원 규모의 주식을 챙겨 논란을 빚었다. 책임경영이라는 포스코 측의 해명 아래 김학동 부회장 등 다른 임원들 역시도 스톡그랜트로 100억원 가까운 주식을 챙긴 바 있다.
이외에도 범대위는 “포스코의 종잣돈으로 활용된 대일청구권자금의 민족사적 의의와 가치에 대한 훼손이고, 박정희 대통령의 근대화 일념과 박태준 회장의 제철보국에 대한 배반이며, 창업 세대의 순정한 헌신과 자긍심에 대한 모욕이고, 포스코의 정체성과 역사에 대한 부정이며, 오직 최정우 자신의 탐욕 추구에만 편리한 방편일 뿐”이라며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포스코의 심장, 포항제철소에는 대일청구권 자금 중 1억1948만달러가 투입돼 1973년 3월 준공됐다. 이 때문에 박태준 초대회장은 “우리 선조들의 피의 대가인 대일청구권 자금으로 짓는 제철소다. 실패하면 역사와 국민 앞에서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것이다. 그때는 우향우하여 영일만에 몸을 던져야 할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정우 회장은 지난해 4월6일 임직원들에게 “더이상 포스코는 국민기업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메일을 보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를 놓고 범대위는 최 회장이 박태준 초대회장의 우향우 정신을 제대로 계승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패싱 논란’도 쟁점 중 하나다. 성명서에서는 “대통령으로부터 벌써 5번이나 패싱 당한 최정우는 역사적 기념식을 주최할 자격마저 스스로 팽개쳤다”는 주장을 폈다.
실제로 포스코 최정우 회장은 최근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지원 활동을 하는 12개 그룹 대표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고 경제사절단 명단에서도 빠졌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4차례에 걸쳐 명단에서 제외된 것이다. 포스코가 재계 서열 5위라는 점을 감안하면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포항 홀대론’ 논란…최정우 겨냥한 범대위 “박태준 우향우 정신 어긋나”
‘포항 홀대론’ 역시도 범대위가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내용들 중 하나다. 이들은 포스코홀딩스 본사와 미래기술연구원 포항 이전을 주장해왔는데 “포스코 측이 주소를 포항으로 뒀음에도 불구하고 조직과 인력을 배치하지 않아 사실상 껍데기에 불과하다”고 언성을 높였다.
오는 4일 서울 전쟁기념관에서 진행되는 ‘포항제철 종합준공 50주년 특별기획전-박정희 대통령과 철의 사나이들’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범대위는 “공작적이고 사욕적인 비공개 추진에 의해 주최, 장소, 제목이 완전히 틀려먹었다”며 “향후 포항시민의 이름으로 별도의 뜻 깊은 축하 행사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경북도와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이 공동 주최하는 특별전 ‘포항제철 종합준공 50주년 특별기획전-박정희 대통령과 철의 사나이들’은 공식 개막식 행사가 생략된 상황이다.
포스코 측에서는 자신들이 주최하는 행사가 아니라며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범대위 측에서는 “왜 포항에서 해야할 행사를 서울에서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포스코는 당초 ‘포항제철소 1기 종합준공 50주년 기념행사’를 외부인사 초청 없이 내부적으로만 치르려고 했다.
하지만 해당 행사는 철강역사에 있어서도 워낙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다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언급되지 않을 수 없는 만큼 뒤늦게 이철우 경북지사, 이강덕 포항시장, 백인규 포항시의장 등에 초청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놓고 범대위 및 업계 관계자 등은 “포스코 최정우 회장이 여전히 경북도나 포항과 진솔한 대화를 나누려 하지 않고 있다”며 “박태준 초대회장의 우향우 정신과 어긋나는 행보”라고 거듭 날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