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포스코 최정우 회장이 또다시 윤석열 대통령의 경제사절단에서 제외됐다. 벌써 5번째다.
5차례에 걸친 해외순방이 이어졌지만 여기에 포스코 최정우 회장은 단 한번도 동행하지 못했다. 현 정부에서 의도적으로 최 회장을 배제하고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포스코가 이번에 폴란드 경제사절단에 포함되지 못한 것은 여러모로 ‘뼈아픈 실책’이다. 폴란드 자체가 2차전지 기업들의 배터리 생산 요충지로 꼽히는데다가 포스코 역시 지난해 폴란드에 2차전지 리사이클링(재활용) 공장을 준공한 바 있기 때문이다.
최정우 회장이 철강 분야에서 2차전지로까지 분야를 확대하며 대규모 투자를 예고하는 상황에서 폴란드 해외순방 명단에서 제외됐다는 점은 단순히 볼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재계 안팎의 평가다. 최정우 회장이 겉으로는 121조원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면서 중요한 해외순방 등은 등한시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폴란드는 중요한 거점…포스코, 이번에도 해외순방 ‘패싱’
2차전지 키운다면서 핵심거점 폴란드 순방 제외 ‘뼈아픈 실책’
폴란드의 ‘리사이클링 공장’ 포스코 그룹 밸류체인 핵심 공장
10일 재계에 따르면, 한국-폴란드 수교 35주년을 맞아 윤석열 대통령의 리투아니아‧폴란드 방문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하는 89개 기업 명단이 공개됐다. 대기업은 총 24개다.
여기에는 방산 외에도 첨단‧에너지 등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미래 유망분야 기업들이 다수 포함됐다. 세일즈 외교를 전면에 내세우는 윤석열 정부인 만큼, 이번 사절단에 동행하는 기업들 역시도 폴란드와의 비즈니스 성과를 기대하는 눈치다.
하지만 이번 경제사절단 명단에도 재계 5위 포스코는 제외됐다. 윤석열 정부 들어 UAE‧스위스, 일본, 미국, 베트남에 이어 폴란드까지 5차례 해외순방 행렬이 이어지고 있지만 여기에 포스코는 모조리 제외됐다.
재계 안팎에서는 “윤석열 정부에서 최정우 회장을 껄끄러워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기정사실”이라며 이번 폴란드 해외순방에서 제외된 것 역시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니라는 반응이 나왔다.
하지만 이번 폴란드 순방에 포스코가 제외된 것은 그냥 넘기기엔 어려운, 여러모로 ‘뼈아픈 실책’이라 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폴란드 내에는 지난해 8월 기준으로 2차전지 관련 포스코홀딩스의 ‘리사이클링 공장’이 준공된 바 있다.
해당 공장에서는 배터리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인 스크랩과 폐배터리를 수거·분쇄해 가루형태의 중간가공품 ‘블랙파우더’를 만든다. 이는 전라남도 율촌산업단지의 포스코HY클린메탈에 공급된다. 사실상 폴란드 공장이 포스코 그룹 이차전지소재 밸류체인 공장 역할을 하는 셈이다.
실제로 10일 포스코가 배포한 ‘포스코HY클린메탈 이차전지 리사이클링 공장 준공식’ 관련 보도자료에도 이러한 내용은 상세하게 기재돼있다.
여기서 포스코 측은 “리튬‧니켈 등 이차전지소재 핵심원료와 양·음극재 및 차세대 이차전지용 소재는 물론 리사이클링 사업 능력도 확보함으로써 포스코그룹의 완전한 이차전지소재 밸류체인을 구축해 경쟁력을 한층 더 강화했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포스코 측의 설명대로라면, 기존 철강을 넘어 ‘2차전지’로의 체질개선을 꾀하는 포스코 그룹에 있어 폴란드는 빼먹을 수 없는 주요한 거점인 셈이다. 뿐만 아니라 폴란드는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2차전지 기업들의 주요 배터리 생산거점으로 꼽힐 정도로 중요한 시장이다.
이를 감안한다면 이번 폴란드 순방에 포스코가 동행하지 않는다는 것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게 재계 안팎의 분석이다.
포스코 내부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 역시도 “이차전지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포스코가 폴란드 순방에서 제외된 것 자체가 황당하다”며 “폴란드는 전략적 요충지다. 그런 곳에 우리 기업들이 경제사절단으로 가는데 포스코가 제외되면 어쩌자는건지 모르겠다”고 귀띔했다.
121조원 대규모 투자 약속…폴란드 순방 패싱에 빛 바래
“포스코의 심기일전 위해서라도 즉시 사퇴하라” 비난 쇄도
포스코 최정우 회장은 ‘포항제철소 1기 설비 종합 준공 50주년’ 기념행사에서 오는 2030년까지 121조원의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중 73조원은 포스코가 있는 경북 포항과 전남 광양을 중심으로 투자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러한 계획을 밝혔음에도 구체적인 내용은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폴란드 순방 제외 자체가 최정우 회장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는 정치권의 시그널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최정우 퇴출! 포스코지주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 강창호 위원장은 “이철우 경북도지사를 만난 최정우 회장은 12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말했지만 대통령으로부터 계속 패싱되고 이번 폴란드 순방에서도 제외된 최정우 회장이 어떻게 121조원을 지역균형발전과 결부시키겠느냐”며 “폴란드까지 내리 5번 패싱된 것 자체가 최정우 회장이 알아서 나가라는,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는 시그널이라고 본다”고 날을 세웠다.
강 위원장은 또한 10일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최정우-이철우-이강덕의 응급사진으로 ‘포항제철 종합준공 50주년’의 참뜻을 커튼처럼 가려버린 최정우는 사퇴하고 이철우는 사과하라”며 “121조원이니 허황한 애드벌룬을 띄우지 말고 포스코의 심기일전을 위해서라도 즉시 사퇴하는 것이 50주년의 참뜻에 부합한 행동”이라 일침을 놓았다.
주주들은 물론 원로들 사이에서도 최정우 회장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태풍 힌남노 침수피해로 사측이 피해를 입었을 당시 최정우 회장과 임원들은 스톡그랜트(stock grant) 제도를 통해 주식을 나눠가진 바 있다. 이에 대해 포스코 출신 원로들은 “셀프보상”이라며 “자진사퇴함으로써 책임경영의 사례를 남기라”고 촉구했다.
한편, 포스코 측으로부터 폴란드 경제사절단 제외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려 했으나 공식적인 답변을 들을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