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가상자산 거래 회계투명성 제고 나선 금융위
가상자산 관련 거래 유형별 회계처리에 대한 감독지침 제정
회계기준서 개정, 가상자산 거래에 대한 주석 공시 의무화
2023-07-11 이창원 기자
[파이낸셜리뷰=이창원 기자] 금융위원회가 가상자산 거래 관련 회계투명성 제고를 위해 팔을 걷었다. 내년부터 가상자산을 발행하거나 보유한 기업은 관련 현황을 의무적으로 공시하는 것이 주골자다.
11일 금융위원회는 회계기준위원회가 지난 7일 가상자산 관련 필수 공시사항을 추가하는 내용의 기업회계기준서 제1001호 ‘재무제표 표시’ 개정 공개초안을 심의·의결하고, 가상자산 회계처리와 관련한 안내방향(감독지침 초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회계기준위원회는‘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7조 제2항에 따라 회계기준원 내 설치돼 회계기준의 제·개정 등을 심의하는 법상 필수 사전절차다.
앞서 지난달 30일 가상자산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바 있고, 이에 정부가 가상자산을 발행하거나 보유한 기업이 명확하고 상세한 정보를 공개하도록 조치에 나선 것이다.
최근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산업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그 매개체인 토큰 등 가상자산 거래가 활발해지고, 이에 따라 기업의 회계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증가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명확한 회계처리지침이 없어 회계정보 이용자들에게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법률 측면에서는 회계적 판단 시에 경제적 측면 외에도 법률적 소유권 등이 고려돼야 하지만, 가상자산과 관련한 법적 지위가 그동안 제대로 확립돼 있지 않았다.
국제동향 측면에서도 독자적 회계기준을 사용하는 미국과 일본은 가상자산 사업자의 고객위탁 가상자산 회계처리에 대한 지침을 내놓거나, 가상자산 보유자에 대한 회계처리기준 공개초안을 발표하는 등 적극적으로 회계처리 지침을 공표하고 있지만,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는 가상자산 관련 회계처리기준 제정에 상대적으로 미온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금융위는 국제회계기준(IFRS) 제정속도가 가상자산 관련 시장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난달 30일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등 가상자산 관련 규율체계가 마련되는 만큼 국제회계기준과 상충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현실적 대안을 마련해 시장의 회계 불확실성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회계기준원, 주요 회계법인, 학계 등 회계전문가들은 지난해 수차례에 걸쳐 가상자산 관련 회계쟁점을 파악·논의하고, 올해들어 금융위, 금감원, 회계기준원이 회계쟁점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를 이어왔다고 밝혔다.
아울러 ‘가상자산 주석공시 모범사례 및 감사절차 가이드라인(안)’에 대해서도 관계기관 합동 세미나(2022년 12월)를 통해 이해관계자의 의견도 꾸준히 수렴해 왔다고 부연했다.
구체적인 가상자산 관련 회계·공시 투명성 제고를 위한 방안은 가상자산 관련 거래별 회계처리에 대한 감독지침, 가상자산 거래에 대한 주석공시를 의무화하는 회계기준서 개정 등으로 크게 구성된다.
우선 회계처리 감독지침과 관련해서는 지금까지 회사가 발행한 가상자산을 고객에게 매각하고 받은 금전 대가를 즉시 수익으로 인식할 수 있는지가 다소 불분명한 측면이 있었다.
이에 수행의무를 식별해 수익인식시기를 결정하는데 대한 구체적 지침이 없어 수익인식시점에 대한 판단기준이 발행주체마다 달랐고, 회사와 감사인이 이견을 표출하는 사례도 있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금융위는 앞으로 판매 목적이라면 수익 기준서(K-IFRS 제1115호)를 적용하고, 회사가 가상자산 보유자에 대한 의무를 모두 완료한 이후에 가상자산의 매각대가를 수익으로 인식하도록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수행의무를 명확히 파악하고, 그 의무의 성격과 범위를 고려해 수익인식 시기를 판단하며, 의무를 완료하기 전 회사가 수령한 대가는 부채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발행회사에게 부여된 의무의 범위를 사후적으로 임의 변경해 부채로 인식한 매각대가의 수익 인식시점을 앞당기지 않도록 하기로 했다.
가상자산과 그 플랫폼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지출된 원가는 가상자산 및 그 플랫폼을 무형자산으로 인식할 수 없거나, 관련 개발활동이 무형자산 기준서(K-IFRS 제1038호)에서 규정한 개발활동에 해당한다는 명확한 근거를 제시할 수 없다면 발생 시 비용으로 회계처리하도록 하기로 했다.
만약 회계기준상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 무형자산으로 인식하는 경우에는 이후 본질적 가치의 손상 여부에 대해 매 회계연도마다 검토해야 한다.
또한, 발행회사가 발행 후 자체 유보(Reserve)한 가상자산에 대해서는 가상자산과 직접 관련되는 원가가 있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취득원가가 없는 만큼 재무제표에 자산으로 계상하지 않도록 했다.
그동안 IFRS 해석위원회(2019년 6월)는 가상자산 보유자에 대해서 판매목적 여부에 따라 무형자산 또는 재고자산으로 분류만을 제시함에 따라 가상자산이 자본시장법상 토큰 증권에 해당하는 경우 금융자산·부채 분류가 허용되는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돼 왔다.
이에 앞으로는 토큰증권이 금융상품 기준서(K-IFRS 제1032호)에 따른 금융상품의 정의를 충족하는 경우에는 금융자산·부채로 분류하고 관련 기준서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또한 그동안 가상자산 사업자가 고객위탁 가상자산을 보유한 경우 사업자의 재무제표에 자산·부채로 인식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고려요소가 불분명한 측면이 있었다.
향후에는 가상자산에 대한 경제적 통제권을 고려해 자산·부채 인식 여부를 결정하되 국제 동향 등을 감안해 고객에 대한 법적 재산권 보호수준 등을 경제적 통제권 판단시에 고려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예를 들어 해킹사고 발생 시 고객이 위탁가상자산의 법적 재산권을 주장할 수 없거나 사업자가 위탁가상자산을 자유롭게 사용할 명시적·암묵적 권리가 있는 경우 사업자의 자산·부채로 인식해야할지 고려해야 한다.
아울러 가상자산은 다양한 상황에서 공정가치로 측정해야 하지만, 공정가치 측정에 있어 구체적으로 회사나 감사인의 통일된 기준·절차가 없어 단순히 기준서만으로는 실무적으로 적용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가상자산 거래에 있어 활성시장, 공정가치 등의 개념에 대한 구체적 조건을 사례와 함께 충실히 제공해 회사와 감사인이 재무제표 작성과 감사절차 수행 시에 참고할 수 있도록 했다.
회계정보 이용자가 회사의 가상자산 관련 거래 및 보유에 대한 충분하고 검증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앞으로는 주석공시가 의무화 된다.
세부적으로 현재까지는 가상자산 관련 일부 정보가 백서(White-paper)에 공시돼 있으나 공시의 정확성과 신뢰성이 담보되지 않고, 해당 가상자산 개발·발행 회사의 재무제표와 관련이 있는 정보임에도 이를 주석에 기재하지 않은 경우 정보이용자가 해당 내용을 알기 어려웠다.
이에 앞으로는 가상자산 개발·발행 회사는 해당 가상자산의 수량·특성, 이를 활용한 사업모형 등 일반정보를 포함해 가상자산의 매각대가에 대한 수익 인식 등 회계정책과 수익인식을 위한 의무이행 경과에 대한 회사의 판단까지 상세히 기재하도록 의무화한다.
특히 가상자산 발행 이후 자체 유보(Reserve)한 가상자산에 대해 보유정보, 기중 사용내역(물량 포함)까지 공시하도록 했다.
또한 투자목적 등으로 가상자산을 보유한 상장회사의 경우 가상자산의 분류기준에 대한 회계정책, 회사가 재무제표에 인식한 장부금액 및 시장가치 정보(물량 포함)를 기재토록 해 회계정보 이용자들이 가상자산에 투자한 회사가 받게 될 영향을 충실히 파악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 제공을 의무화했다.
아울러 가상자산 사업자가 상당한 규모를 보유하고 있는 고객위탁 가상자산에 대해서 그간 회계기준 미비로 인하여 충분한 정보가 공시되지 않았다.
이에 금융위는 앞으로 자산·부채로 인식하는지 여부와 관련 없이 보유한 고객위탁 가상자산의 물량과 시장가치 등의 정보를 가상자산별로 공시 하도록 하는 한편, 가상자산 보유에 따른 물리적 위험(해킹 등) 및 이를 예방하기 위한 보호수준 등에 대한 정보도 같이 제공토록 했다.
게다가 외부감사인이 가상자산을 보유·개발·발행한 회사에 대한 회계감사 시에 참고할 수 있는 감사절차 가이드라인도 마련·배포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앞으로는 가상자산 회계처리가 보다 명확해지고 주석공시도 강화되는 만큼 회계정보 이용자의 입장에서 기업 간 비교가능하고 신뢰성 있는 유용한 정보가 충실히 제공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회사와 외부감사인 간의 회계기준 해석과 관련한 이견도 상당수 줄어드는 등 양측의 불확실성이 모두 감소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방안은 시장의 이해를 돕고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향후 약 2개월에 걸쳐 상장사, 가상자산 사업자, 회계법인 등 이해관계자별로 각각 1차례 이상의 설명회를 열어 충분히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고, 의견수렴 결과를 바탕으로 감독지침(안) 및 기준개정(안)을 확정한 후 오는 10~11월 중 회계제도심의위원회 및 증선위 심의·의결 등을 거쳐 공표·시행될 계획이다.
회계처리 감독지침은 공표 즉시 시행되고, 개정된 기준서(주석공시 의무화)는 내년 1월 1일 이후 최초로 개시되는 사업연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