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경제리뷰] 거지
2023-07-20 어기선 기자
산업혁명 이전
산업혁명 이전의 경우 거지의 발생은 주로 ‘농지’의 상실이다. 농지를 귀족들에게 빼앗기게 된다면 졸지에 일자리를 잃어버리게 된다. 이들에게 부여될 수 있는 유일한 일자리는 ‘노비’이다. 즉, 농지를 귀족에게 빼앗기게 되면 노비로 들어가는 방식 등으로 일자리를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귀족 소속 노비의 숫자는 한계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농지를 빼앗긴 농민들은 유랑민이 될 수밖에 없고, 그들이 거지가 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이유는 조세 제도의 문제 때문이다. 세도정치 시기에는 삼정의 문란 등으로 인해 농민들이 부담해야 하는 세금이 과도하면서 조세를 면피하기 위해 유랑민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밖에도 가뭄 등 자연재해로 인한 거지가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하지만 거지가 되는 가장 주요한 사건은 ‘농지의 상실’이다. 농경사회에서 농지는 부의 생산수단이기 때문이다.산업혁명 이후
산업혁명 이후에는 토지보다는 노동력이 중시되는 사회가 도래되면서 거지는 ‘토지를 확보하지 못한 농민’이 아니라 ‘일자리를 얻지 못한 노동자’가 됐다. 문제는 설사 일자리를 얻었다고 해도 산업혁명 시기에는 ‘저임금 고강도 노동력’이기 때문에 생활을 하는데 있어 어려움이 상당했다. 그러다보니 일자리를 버리고 유랑민이 되는 경우가 발생했다. 이런 이유로 영국의 경우 구빈법과 신구빈법 등 여러 가지 대책을 마련하는 등 거지 구제 사업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였다. 게다가 서구사회는 청교도의 영향을 받으면서 게으른 것은 죄악이라면서 집단수용시설에서 강제 노동을 하게 만들었다.청계천 꼭지
우리나라 거지 중에 가장 유명한 집단은 청계천 꼭지다. 꼭지는 거지의 우두머리를 말한다. 청게천 꼭지가 유명한 이유는 청계천에서 얻는 미꾸라지로 탕을 끓여 일반 사람들에게 판매를 했기 때문이다. 즉, 청계천 꼭지단은 구걸을 해서 먹고 사는 것이 아니라 추어탕을 팔아서 생계를 유지했다. 이에 ‘청계천 꼭지단 추어탕’이 탄생했다. 우리나라 거지는 떼로 몰려다닌다. 이에 직업군으로 예능인이 많았다. 노래와 춤을 일반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먹을 것을 얻어먹는 방식이다. 그들이 주로 부르는 노래가 ‘각설이 타령’이다. ‘얼씨구 들어간다. 절씨구 들어간다’라는 노래로 시작한다. ‘얼씨구’ ‘절씨구’는 임진왜란과 양대 호란을 겪으면서 남성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자 여성의 출산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그에 따라 남성을 구한다는 노래를 담고 있다. 얼씨구에서 ‘얼’은 얼자[孼子]의 ‘얼’이다. 즉, 서자의 씨앗을 구하러 간다는 내용이고, 절씨구의 ‘절’은 사찰을 의미한다. 즉, 스님의 씨앗을 구하러 간다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