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샵 몰락, 가맹사업 철수…LG생활건강이 던진 ‘변화구’
가맹계약→물품공급계약, 매장서 타 브랜드 제품 판매 가능
물품공급계약 체결한 점주들에게 인테리어 비용 등 지원키로
로드샵 지고 편집샵 뜨고…변화에 변화로 대응하는 LG생건
2024-07-21 박영주 기자
[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LG생활건강이 더페이스샵‧네이처컬렉션 등 가맹사업을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표면적으로는 ‘철수’지만, 로드샵의 몰락이 가속화되는 현 상황에서 단일 브랜드만 판매해서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다른 브랜드 제품들도 판매할 수 있게끔 계약 형태를 변경하기로 한 것이다. 내부적으로 체질 개선이라 할 수 있는 ‘변화’를 시도하는 모양새다.
LG생활건강에 따르면 최근 회사는 더페이스샵‧네이처컬렉션 등 개별 가맹점주들의 의견을 수렴해 ‘현 가맹사업에 변화가 필요하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타사 제품을 포함한 다양한 제품을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도록 기존의 가맹계약을 물품공급계약을 전환하기로 했다.
사측과 가맹점주들은 어려운 로드샵 시장 상황을 극복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 지난 5~6월 사이 2차례에 걸쳐 의견수렴 과정을 거쳤다. 이 자리에서 가맹점주들이 가장 많이 제시한 의견은 “타사 제품을 포함해 다양한 제품을 팔 수 있게 해달라”는 것, 그리고 브랜드 인지도 제고 등이었다.
LG생활건강은 타사 제품을 포함한 다양한 제품들을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도록 계약형태에 변화를 주기로 했고, 물품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가맹점주에 대해서는 ▲인테리어 개선 비용 ▲9개월간 매장 임대료 50% 지원 ▲기납부한 가맹비 전액 환급 ▲색조 화장품 장기 미판매 재고 반품 ▲간판교체 등의 지원을 하기로 했다.
LG생활건강과 추가로 물품공급계약을 맺지 않고 사업 종결을 원하는 가맹점주에 대해서도 ▲계약서 기준에 맞춰 폐기 반품 진행 ▲3개월 분의 임대료 지원 ▲기납부 가맹비 전액 환급 ▲보상금 지급 ▲인테리어 잔존가액 보상 등 지원‧보상 방안을 마련했다고 사측은 설명했다.
LG생활건강이 어떤 형태로 인테리어 개선 등을 시도할 것인가에 대해 각종 해석이 난무했지만, 사측 관계자는 “정해진 형태는 없다. 기존의 브랜드 네임을 그대로 쓰신다고 하면 쓰시는 것이고, 아예 개인의 이름을 건 새로운 명칭을 희망하신다 하더라도 간판교체나 인테리어 개선 비용을 지원해드릴 계획”이라 밝혔다.
그러면서 계약구조가 변경되더라도 LG생활건강 제품 공급은 계속되는 만큼,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국내 화장품 시장 구매패턴 자체가 온라인, H&B매장 중심으로 바뀐 만큼 사측도 변화를 꾀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가맹점주들 일부는 갑작스러운 계약 변경에 혼란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화장품 업계 안팎에서는 터질게 터졌다는 반응이 주를 이르고 있다. 사실 ‘로드샵의 몰락’은 비단 LG생활건강 브랜드 만의 문제가 아닌, 코로나 이전 2018~2019년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현실화된 일이었기 때문이다.
더페이스샵 뿐만 아니라 단일 브랜드 로드샵으로 명성을 떨쳤던 토니모리‧미샤‧스킨푸드‧잇츠스킨 등 익히 알고 있던 업체들이 매출 하락과 영업이익 감소를 면치 못했고 매장 숫자도 거침없이 줄어들었다. 이 과정에서 스킨푸드는 경영 악화로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기도 했다. 원브랜드샵의 경쟁력이 한계에 도달한 셈이었다.
실제로 예전까지만 해도 지하철 역사 안이나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사거리에 하나씩 자리를 잡고 있던 로드샵은 찾아볼 수가 없게 됐고, 그 빈자리를 치고 들어간 것이 헬스‧뷰티(H&B) 편집숍 올리브영이었다.
소비자 입장에서만 보더라도 단일 브랜드 샵에서 물건을 사는 것보다 여러 브랜드들이 한 곳에 모여있는 편집숍에서 비교해가며 제품을 고르는 것이 여러모로 이익이었기 때문에 H&B시장은 빠르게 뷰티 시장을 공략해갔다. 랄라블라‧롭스 같은 경쟁사들이 등장하며 한때 3파전 양상을 보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올리브영 독주 체제가 자리잡힌 모습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소비패턴이 ‘온라인’ 중심으로 개편되는 바람에 올리브영도 예전같지 않다는 말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단일 브랜드만 판매하는 오프라인 로드샵 운영을 지속하는 의미에 대해 회사도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며 LG생활건강의 변화 움직임이 이해가 간다는 반응을 보였다.
뷰티업계 안팎에서는 이번에 LG생활건강이 계약구조 변경이라는 큰 결단을 내린 것에 대해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다’는 위기의식에 따른 결정이라 보고 있다. 코로나19 여파와 별개로 소비자들의 구매패턴이 완전히 변화한 만큼 LG생활건강 역시 지금 영위하는 사업에 변화를 줘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