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속 경제리뷰] 보물섬

2023-07-24     어기선 기자
만화영화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보물섬은 영국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모험 소설로, 1881년부터 1882년까지 잡지 청소년(Young Folk)에 연재해 1883년 출판됐다. 스티븐슨이 원래 자신의 아들이 그린 가짜 지도에 영감을 얻어 아들을 위해 쓴 소설이다. 그런데 스티븐슨 아버지까지 참여하면서 일이 커졌다. 배경은 1760년대이고, 여관집 아들 짐 호킨스가 우연히 보물섬 지도를 얻어 어른들의 도움으로 보물을 찾아 떠나는데 조리장이었던 해적 롱 존 실버와 맞서 싸워 보물을 찾아 낸다는 소설이다. 오늘날 해적 이미지를 고착화시키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소설이기도 하다. 또한 영화 캐리비안 해적의 이미지 역시 보물섬의 해적 이미지에서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들이 그린 지도에서

1881년 당시 서른살이던 스티븐슨은 가족과 함께 스코틀랜드 북부 조지에 있는 브래머로 휴가를 떠났다. 그런데 아들인 로이드가 집안에서 그림을 그리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로이드는 섬 지도 한 장을 그렸다. 이에 스티븐슨은 지도를 좀더 정교하게 다듬으면서 ‘해골섬’ ‘망원경 산’ 등의 지명을 붙였다. 그리고 해당 지도에 있는 섬을 ‘보물섬’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지도를 완성하자 로이드는 스티븐슨에게 해적과 보물섬에 얽힌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르기 시작했고, 스티븐슨은 보물섬 처음 세 장을 써서 가족들에게 읽어줬다. 그때 스티븐슨 아버지가 상당 부분을 수정하게 했다. 이후 스티븐슨은 청소년이라는 잡지 편집자에게 보여줬고, 청소년은 매호 마다 보물섬을 한 장씩 발표했다. 다만 청소년이라는 잡지에 게재할 때만 해도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단행본으로 나오자 독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보물섬이 단행본으로 성공한 이유

잡지로는 성공 못했지만 단행본으로 성공한 이유는 책값이 저렴해졌기 때문이다. 19세기 중반만 해도 작가, 출판업자, 사설 도서관들이 단합을 하면서 책값이 상당히 비쌌다. 이런 이유로 책을 사는 영국인이 적었다. 하지만 19세기 말 인쇄술이 발달하면서 책을 찍는 비용이 줄어들었다. 또한 공립 도서관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사립 도서관들이 몰락했다. 이런 이유로 책값이 하락했다. 독자들은 더 이상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을 사서 읽게 됐다. 여기에 1870년 시행된 의무교육 법안으로 인해 가독 인구가 늘어났다. 뿐만 아니라 보물섬은 다른 책에 비하면 분량이 절반 정도 되는 소설이었다. 여기에 소년을 대상으로 한 소설이었다는 점에서 교육열이 상당한 부모에게 상당한 어필이 됐다.

제국주의 팽창에 맞춰

뿐만 아니라 19세기 후반이면 제국주의가 팽창한 시기였다.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가 됐고, 전세계 곳곳에 식민지를 만들어 통치를 해왔다. 영국 아이들이라면 모험을 떠나는 것을 상상하게 되며, 더욱이 주인공이 보물을 얻어서 잘 먹고 잘 산다는 것은 영국 아이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기 충분했다. 영국 아이들에게는 애국심까지 부추기는 그런 소설이라는 점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게 됐다. 보물섬은 19세기 제국주의 영국의 단면을 보여주는 그런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