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 여행 작가의 여행 픽] 대한민국 3대 섬 백패킹 성지, 굴업도·매물도·비양도

- 국내 백패커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섬, 굴업도 - 푸른 남해를 전면에 펼쳐두고 있는 야영장, 매물도 - 일출과일몰이 공존하는 야영장 망루, 비양도

2024-07-30     김민수 여행작가
[파이낸셜리뷰=김민수 여행작가] 우리나라는 세계 4번째 다도국이다. 21년 행정안전부 기준으로 3382개의 섬을 국토에 포함하고 있으며 그중 유인도도 464개나 된다.  섬은 바다라는 경계로 둘러싸여 있다. 그런 이유로 야생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더욱 매력적인 여행지다. 배를 타는 일이 번거롭기는 하지만 갈 곳이 많으니 좋다.  이번 편에는 ‘대한민국 3대 섬 백패킹 성지’로 꼽히는 섬들을 소개한다. 명색이 백패커라면 반드시 찾아가 열정을 달궈야 하는 전공필수와 같은 섬들이다.

사슴이 노니는 초자연의 신비 굴업도
인천항을 출발, 덕적도에서 배를 한 번 갈아타야 한다. 또한, 성수기와 주말에는 예약이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다. 그런 번거로움에도 불구하고 굴업도는 우리나라 백패커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섬이다. 단 하나의 마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지역이 마치 무인도와 흡사한 초자연의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개머리언덕은 굴업도의 상징과도 같은 장소다. 바다를 향해 길게 뻗어난 지형이 온통 초지로 덮여있어 일출과 일몰이 공존한다. 개머리언덕에 설영(텐트설치)을 하기 위해서는 일단 선착장에서 마을까지 이동하여 다시 섬 능선을 타고 1.5km를 걸어야 한다. 

초입과 중간, 두 지점에 능선으로 오르는 경사로가 있지만 대체로 코스는 완만하다. 굴업도에서 사슴을 만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이동 중에 혹은 텐트 주변으로 불쑥 모습을 드러낸다. 사슴은 과거 섬 주민들이 방목해서 키웠던 것으로 이제는 야생화되어 개체 수도 200마리를 넘는다. 

개머리언덕의 해 질 무렵은 소위 텐풍(텐트 풍경)의 촬영 시간이다. 초지를 둘러싼 붉은 기운과 알록달록 텐트들의 조화는 굴업도를 찾은 이들이 놓쳐서는 안 될, 꿈같은 광경이기 때문이다. 

굴업도에서의 첫 캠핑이 개머리언덕이라면, 두 번째는 연평산과 덕물산을 추천한다. 섬의 서북쪽으로 봉긋하게 솟아오른 두 개의 모래 산은 굴업도의 또 다른 비경들을 숨겨놓았다. 특히 코 하나로 몸체를 버티고 선 코끼리바위와 사구는 해안지형의 백미다. 그리고 운이 좋다면 줄을 지어 붉은모래해변을 질주하는 사슴 떼도 목격할 수 있다.

한편, 개머리언덕과 연평산, 덕물산 부근은 태양에 직접 노출돼있다. 더운 계절이라면 해송 숲의 그늘이 좋고 물놀이와 시원한 캠핑을 즐길 수 있는 굴업도해수욕장 부근이 안성맞춤의 장소다. 해수욕장은 길이 800m, 폭 50m의 해변으로 모래가 곱고 완만하며 남향의 바다가 이국적인 정취를 자아낸다. 주민들이 화장실과 개수대를 주민들이 깨끗하게 관리하고 있어 여러모로 편리하다. 

학교 터의 기발한 변신 매물도
매물도 당금마을, 여객선에서 내린 백패커들의 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한다. 야영장의 좋은 자리 즉 바다 쪽 사이트를 선점하기 위해서다. 일행이 있는 사람 중 한 명은 선발대가 되어 야영장을 향해 맹렬히 돌진하기도 한다. 선착장에서 야영장까지는 채 10분이 걸리지 않는다.
 

마을 사잇길 바닥에 파란 화살표를 그려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안내도 해놨지만, 초행길에 나선 이들이 엉뚱한 방향으로 벗어나 헤매다 돌아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매물도야영장은 과거 한산초등학교 매물도분교 폐교 터에 자리하고 있다. 매물도분교는 1963년 섬 주민들에 의해 세워졌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교육열이 있었던 주민들이 아이들을 위해 내놓았던 섬에서 가장 편평한 땅이다.

매물도 야영장은 맑고 푸른 남해 바다를 전면에 펼쳐두고 있다. 또한, 떠오르는 태양 빛을 오롯이 받아내는 일출 명소다. 야영장은 알파인 텐트 기준 최대 30동의 텐트가 들어갈 수 있는 규모며 예약은 받지 않고 선착순으로 운영된다. 워낙에 인기가 좋아 주말과 성수기에는 빈자리가 없을 만큼 빼곡하게 채워진다. 

따라서 주말 캠핑을 위해서는 통영에서 출발하는 분 첫배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야영비는 1인 1박 15,000원이며 당금선착장에 있는 구판장에 들려 지불하면 된다. 

매물도는 통영항과 거제도 저구항에서 배가 다닌다. 시간상으로는 저구항이 훨씬 빠르지만 통영항의 압도적인 여행 인프라를 당해낼 수는 없다. 백패커들은 시락국, 충무김밥, 꿀빵 등으로 허기를 채우고 또 서호시장에서 싱싱한 해산물을 구입, 섬으로 온다. 

한편 매물도에는 해품길이란 트레킹코스가 조성돼있다. 이는 한려해상 바다백리길의 다섯 번째 매물도 코스의 공식 명칭이다. 야영장에서 출발하면 장군봉과 꼬돌개를 거치고 대항 마을을 지나 시작점으로 돌아오게 된다. 해품길을 걷다 보면 탁 트인 능선 코스와 오솔길을 고루 지나고 장군봉 전망대에서는 소매물도와 등대섬의 모습도 만날 수 있다.

제주가 품어낸 섬 속의 섬 비양도 
제주에는 두 개의 비양도가 있다. 하나는 협재 앞바다의 비양도요, 다른 하나는 우도 북동쪽에 딸린 작은 섬 비양도이다. 

우도속의 섬 비양도는 면적은 8.800여 평이며 본 섬과는 다리로 연결되어 차량과 사람들이 쉽게 오고 갈 수 있다. 비양도내에는 인위적인 시설 하나 없이 제주의 자연을 가장 가까이서 경험할 수 있는 천혜의 야영지가 있다. 사람들은 비양도야영장 혹은 연평리야영지로 부른다. 비양도야영장은 토지 소유주가 무상으로 땅을 내어놓고 마을에서 화장실과 제반 시설들을 관리하기 때문에 누구든 자유롭고 편리하게 캠핑할 수 있다.  야영장은 제주도 내 캠퍼들에게도 인기가 있다. 일부는 차량을 가지고 비양도로 들어와 대형텐트를 설치하기도 한다. 성수기와 주말에는 혼잡하지만, 계절을 조금만 비껴가면 자연과 하나 되는 캠핑을 즐길 수 있다. 
비양도 야영장에는 바람, 바다, 고깃배의 불빛 그리고 현무암 덩어리가 산다. 야영장의 망루에선 일출과 일몰이 공존한다. 이곳의 태양은 망루 뒤편으로 오르고 하고수동포구 너머로 저문다. 무엇이 되었든 알록달록한 텐트와 자연이 다듬어 놓은 보드라운 잔디밭을 배경으로 인생컷의 기회를 제공한다. 그런 이유로 백패커들은 제주행 비행기에 오르고 다시 바다를 건너 우도로 간다.  비양도야영장의 캠핑비는 무료다. 동천진동항이나 하우목동항에서 마을안길순환버스를 타고 조일리사무소에 내려 걸어가면 쉽게 닿을 수 있다. 비양도 바로 앞 편의점에서 간단한 식재료 를 살 수 있으며 부근 카페의 시설을 빌리면 샤워(5,000원)도 가능하다.

김민수 여행작가

제주에 사는 여행작가, 사단법인 한국여행작가협회 정회원, ‘대한민국 100섬 여행’ 등 다수의 책을 저술했고 잡지와 라디오를 통해 여행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