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두차사의 전통을 지키는 수졸당, 건진국수를 담아 제사에 올려
- 집안 제례 일반인에게 공개, "전통을 나누는 것이 '어른들의 몫'"
- 유두차사를 지내는 모습부터 건진국수 시식까지 즐겨
2024-08-04 조용식 기자
[파이내셜리뷰=조용식 기자] 일반인들에게 설, 한식, 단오, 추석 등의 명절은 익숙하지만, 여름 명절인 유두는 잊혀진 지 오래다. 이런 가운데 퇴계 이황의 손자 이영도의 후손들은 수졸당에서 100년 가까이 음력 6월 보름날(유둣날)이면 건진국수를 담아 제사에 올린다.
수졸당이 집안의 제례에 일반인을 초대한 것은 지난 2021년부터. 당시 수졸당의 15대 종손인 이재영 씨는 “전통을 고스란히 옛 모습으로 지키느냐, 세월이 바뀌었으니까, 그에 맞춰 변화를 해야 하느냐는 갈림길에서 ‘전통을 나누는 것’을 택했다”라며 말했다. 우리의 전통을 젊은 사람들에게 알려 전통 의식에 참여하고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터전을 만드는 것이 ‘어른’들의 몫이라는 것이다.
지난 1일 찾은 안동 수졸당 뒤편에 있는 재사(齋舍)에서는 아침 일찍부터 제사를 준비하는 모습들이다. 종부를 비롯한 여성들이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어 내면, 남자들은 재사의 마당에 자리를 펴고, 상을 옮기고, 음식을 나르는 일을 한다.
차례가 시작되면, 집안에 가장 큰 어른이 제를 올리고, 가장 어린 장손이 술을 따르며 제사를 거든다. 장손은 어려서부터 제례와 전통을 손수 익히며 자라는 것이다.
한 분 한 분에 대한 제가 끝나면, 조상들이 내려와 식사할 수 있도록 문을 닫는다. 그리고 제례에 참석한 문중들은 마당에 깔린 자리에 무릎 꿇고 조상을 위해 예를 갖춘다.
담장 너머로 유두차사를 지내는 모습을 지켜보는 참관인들은 제사가 끝나자, 안으로 들어가 수졸당의 제사 음식이 무엇이며, 어떻게 담겼는지 꼼꼼하게 보는 모습이다.
수졸당의 유두절 제사상에는 햇과일인 수박, 사과, 포도, 토마토, 참외, 자두와 옥수수, 간고등어, 탕, 건진국수, 밤, 대추, 술 등이 올라간다.
퇴계 이황 선생의 자손인 이동구 씨는 “우리 선조들은 유두절이면 조상과 농신에게 햇과일과 햇곡식으로 만든 정갈한 음식을 차려 제를 지냄으로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고, 산간 폭포나 동쪽에서 흐르는 맑은 시내에 가서 머리를 감고 술과 음식을 먹으며 더위를 피했다”고 설명하며 “조상님께 ‘이렇게 풍성하게 곡식을 거두었습니다’라는 알림의 의미도 있다”라고 말했다.
건진국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수졸당 윤은숙 종부는 “안동의 건진국수는 반죽을 밀가루와콩가루를 3대 1로 섞어 말랑한 상태에서 2~3시간 숙성시킨다. 숙성된 반죽은 홍두깨로 밀어서 얇게 해야 하는데, 한지에 쓴 글씨가 훤히 비치도록 미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홍두깨로 민 반죽은 종부의 손에 무채 썰 듯 얇게 송송 썰려 나간다. 다 썰은 면발들은 뭉치지 말라고 끓는 물에 흩트리면서 넣어야 한다.
건진국수는 육수에 면이 자작하게 잠기도록 해서 소고기와 애호박, 계란 지단, 참깨 등을 얹어 나온다. 육수는 종가마다 다르지만, 수졸당에서는 소고기 양지머리나 꿩, 닭 등을 이용해서 만든다.
건진국수를 맛본 참관인들은 “여름에 시원한 국수를 먹을 수 있어 좋았다.”, “평양냉면을 먹는 것처럼 밍밍했다.”, “건진국수를 처음 맛보았는데, 맛있었다.”라며 맛품평을 하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