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경제리뷰] 무기대여법 그리고 냉전

2023-08-09     어기선 기자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무기대여법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연합국에 물자지원을 한 것을 말한다. 1941년에 시작해 1945년에 종료됐다. 독일 제국과 일본 제국에 대항하기 위해 미국이 각종 무기나 군수품 그리고 식량이나 연료 등을 지원했다. 그 이유는 연합군의 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국은 제1차 대전 당시 엄청난 전비를 퍼부었고, 경제가 엉망이었기 때문에 준비가 덜됐다. 소련 역시 러시아 혁명과 경제정책 실패로 자금이 부족했다. 일본군에 대항하던 중국 국민당 역시 재정적으로 상당히 빈곤한 상태였다. 따라서 소련에게도 엄청난 물자를 지원 받았다. 그것은 소련의 경제에도 영향을 미쳤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 시대에도 영향을 미쳤다.

109억 달러 지원 받아

소련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109억 달러 가량을 지원받았다. 이는 전체 지원의 21%이고, 영국의 1/3 규모이다. 이는 소련의 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 소련이 독일 제국을 상대로 승리할 수 있었던 원인은 미국이 무제한적으로 지원했기 때문이다. 소련은 독일 제국의 동진으로 인해 우크라이나 지역 곡창 지대를 완전히 상실하면서 식량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 이때 미국이 무제한적으로 식량 지원을 했다. 이른바 ‘스팸’도 이때 소련군에 무제한적으로 공급됐다. 소련은 전투식량이 확보되면서 독일군과 대등한 전투를 할 수 있었고, 이것이 결국 독일 베를린을 소련이 점령하는 계기가 됐다. 소련은 미국의 지원으로 더 이상 식량 걱정이 없게 되면서 나머지 예산을 중공업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하게 됐다. 특히 미국은 소련이 중공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각종 금속 자원에 대한 지원도 했다.

전후 이후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그때부터 변제 문제가 본격화됐다. 미국이 결코 공짜로 지원해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소련 역시 변제 문제의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1948년 소련은 109억 달러 중 1.7억달러 변제하는 것으로 하자고 했지만 미국은 최소 13억 달러를 요구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1951년 미국은 8억달러로 낮추고 소련은 3억달러를 하겠다고 하면서 또 다시 협상이 결렬됐다. 이후 1972년 소련은 7.2억달러를 갚기로 미국과 최종 합의를 했다. 하지만 1990년대 소련이 붕괴하면서 변제 주체의 문제가 급부상됐다. 러시아는 잔액 61.34%를 담당하고 나머지는 소련에서 떨어져 나온 공화국들이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떨어져 나간 공화국들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결국 1993년 러시아가 모든 채무를 책임지겠다고 하면서 일단락 됐고, 2000년에 6억 달러를 변제하고 경제가 나아진 2006년 8월 21일에 전액을 변제했다. 일각에서는 냉전 시대를 열게 된 이유도 ‘무기대여법’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고, 냉전 시대에도 미국과 소련이 충돌하지 않은 것도 무기대여법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즉, 소련이 미국의 채무를 갚지 않기 위해 일부러 냉전시대를 만들려고 했고, 냉전시대에도 미국과 소련이 물밑에서 끊임없이 접촉을 한 것도 무기대여법 때문이라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