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에 안전문제까지…‘잼버리 콘서트’ 이대로 괜찮을까
SNS 등에 ‘잼버리 지원 차출’ 관련 게시글 쏟아져
잼버리 특별법 있지만 ‘주먹구구식’ 동원령 논란
태풍 ‘카눈’ 올라오는데 야외공연? 안전사고 우려도
2024-08-10 박영주 기자
[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정부가 11일 ‘잼버리 폐영식 및 K-POP 콘서트’를 앞두고 공무원은 물론 공공기관 등의 인력을 차출하고 나서면서 공기업과 기관들을 중심으로 직원 불만이 속출하는 분위기다.
새만금 잼버리 지원 특별법을 근거로 조직위원회는 국가‧지자체‧공공기관‧법인‧단체 등에 지원요청을 할 수 있으며 업무수행을 위해 필요할 경우 여성가족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공무원 파견을 요청할 수 있도록 돼있다.
정부 역시 이러한 특별법에 따라 지원요청을 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차출 대상이 된 공공기관 및 공기업 소속 직원들을 중심으로 “왜 우리가 가야 하나”, “어이가 없다”, “태풍 대비로 손 부족한데 당일 차출이 맞냐”는 등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SNS 등에 ‘잼버리 지원 차출’ 관련 게시글 쏟아져
기재부 지원 요청에 공공기관들 급히 인력동원
잼버리 특별법 있지만 ‘주먹구구식’ 동원령 논란
지난 9일부터 10일까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잼버리 지원 차출’과 관련한 글들이 다수 올라왔다.
한 게시글에서 대기업 직원 A씨는 “잼버리들 지금 서울 갈거니까 12일까지 연수원에서 재워라. 그리고 밥도 먹이고 얘들 놀 프로그램도 짜라. 아 맞다 11일에는 K팝 볼거니까 상암에 데려다주고 다시 데리고 온 다음 12일에 공항까지 데려다줘라. 일방적인 통보에 관련 부서는 급 프로그램 제작하고 잼버리 맞이하려고 텐트 등 준비하느라 정신 없었다. 아마 연수원 보유한 대기업‧지자체‧교육기관은 다 연락 받았겠죠”라고 썼다. 해당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또 다른 게시글에서는 공무원 B씨가 “하루만에 숙소 몇십개 빌려가지고 당장 애들 이동하는 시간 내 밥이랑 잘데 준비하는데 청내 거의 전직원 차출 중. 지금 우리동네만 이런게 아니라 수도권 다 이런 상황인데 이게 맞나. 12일까지 일 다 스톱하고 수도권 수천명의 공무원이 잼버리 매달리는게 맞나”고 꼬집었다.
다른 글에서는 공공기관 소속 직원 C씨가 “기관별로 인원 차출해서 금요일 저녁에 잼버리 인원 K-POP 콘서트 인솔하라고 명령 내려옴. 이게 정상적인 정부냐”고 지적했고, 또다른 글에서는 “기재부에서 공무원은 물론 공공기관 전체 연락해서 당장 3일 후 저녁에 헤쳐모여하라고 강제차출 명령 내려왔다. 금요일 저녁에 퇴근하고 오라고. 당연히 수당이니 뭐니 지원은 0”이라고 썼다. 이 외에도 다수의 글과 댓글들이 현재 인력차출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증언을 쏟아냈다.
실제로 취재결과 기획재정부로부터 11일 지원 요청을 받은 공공기관은 산업은행‧수출입은행‧신용보증기금‧예금보험공사‧한국전력공사‧국가철도공단 등 수십여곳에 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모집인원은 기관당 40명씩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에서는 ‘자원봉사’의 개념이라는 해명을 내놓았지만, 요청을 받은 입장에서는 사실상 차출로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기획재정부가 예산을 쥐고 공공기관들의 경영평가를 관장하는 상황에서, 구두요청을 받은 기관들이 요구를 거절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물론 정부가 잼버리와 관련해 공공기관 등에 업무지원을 요청하는 것은 아예 근거가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지원 특별법(약칭:새만금세계잼버리법)’ 17조에 따라, 조직위원회는 업무수행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 여성가족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관계 행정기관과 지자체, 세계잼버리 관련 법인 또는 단체에 대해 임직원 파견을 요청할 수 있도록 돼있다.
6조에도 국가‧지자체‧조직위는 세계잼버리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국민참여 및 문화국민의식 등을 고취하기 위한 민간추진 운동단체의 운영과 사업에 필요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특별법은 2024년 12월31일까지 효력을 가진다.
향후 문제가 발생하면 정부가 ‘특별법’을 방패로 내세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주먹구구식 동원령에 갑질로 비쳐질 소지가 다분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실제로 일부 노조에서는 법적근거를 따져보겠다며 강경대응을 예고하는 상황이다.
상암서 진행되는 ‘K-POP 콘서트’도 논란
일정 급히 변경하며 아이돌 섭외 과정 문제돼
태풍 ‘카눈’ 올라오는데 야외공연? 안전사고 우려도
K-POP 콘서트 공연을 둘러싸고도 말들이 많다.
당초 해당 공연에 방탄소년단(BTS)이 출연하는지를 놓고 이목이 집중됐고 국민의힘 성일정 의원이 군 복무 중인 BTS 멤버를 포함해 완전체 공연을 볼 수 있도록 국방부에 공개요청을 하면서 ‘동원’ 논란이 터졌다. BTS는 최종명단에서는 빠졌다.
그룹 아이브(IVE)는 6일 새만금 야영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행사가 11일 전주 월드컵경기장으로 바뀌었다가 최종적으로 상암 월드컵경기장으로 장소변경되는 바람에, 불참 의사를 밝혔었지만 다른 일정을 조정해 자발적으로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촉박할 일정 속 공연무대가 급하게 설치되는데다가, 태풍 ‘카눈’의 북상까지 겹치면서 공연장 안전사고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실제로 10일 SNS상에는 ‘잼버리 콘서트 준비 중인 상암경기장 언쟁 목격’이라는 제목의 글이 확산되며 안전사고 우려가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해당 글에서 작성자는 “밥 먹으러 왔는데 상암 경기장에 설비하는 아저씨들이 양복입은 사람과 언쟁하는 것을 봤다. ‘태풍이 오는데 상식적으로 설치하면 안된다. 와이어 2~3배 걸어서 될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양복 입은 사람들은 ‘반장님이 신경 좀더 써주십시오’ 이말 밖에 안한다. ‘사람 죽을 수도 있다. 차가 날아가는 태풍이 오는데 무슨 공연이냐. 다 미X놈들이다’ 말하고 양복입은 사람이 ‘반장님. 반장님’ 하면서 설비 아저씨를 따라갔다”고 썼다.
전문가들은 태풍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야외공연을 한다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고 지적하지만, 정부에서는 콘서트가 진행되는 시간은 태풍이 지나가고 난 뒤기 때문에 문제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9일 브리핑에서 “각종 음향 장치라든지 무대라든지 그런 것들을 미리 설치해야 하는데 이러한 것들이 강풍에 무너지거나 쓰러지거나 그런 것이 사실 제일 큰 걱정”이라며 “여러가지 결박을 한다든지 잘 덮어둔다든지 안전조치를 철저하게 취할 것”이라 설명했다.
그러면서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콘서트를 진행할 정도의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취소하는 것을 먼저 고려할 수밖에 없겠지만, 현재로서는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 같다”며 “폐영식이 열리는 시간까지는 사실상 태풍이 완전히 빠져나간 이후로 보고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태풍의 여파로 10일 ‘잼버리 K팝 콘서트’의 리허설이 취소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가 “리허셜은 애초에 계획되지 않았다”고 해명하는 등 혼선이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