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최정우 회장, 사외이사와 캐나다로 골프 치러 간 까닭
최정우 회장, 태풍 북상 앞두고 해외서 사외이사들과 골프
전문가들 “사외이사 제도 핵심은 독립성”…거수기 전락 우려
포스코 “해외사업장 둘러보고 그룹사업 이해하기 위한 목적”
2024-08-24 박영주 기자
[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포스코 최정우 회장이 태풍 ‘카눈’이 올라오기 직전 해외에서 사외이사들과 골프를 쳤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사측에서는 ‘외유성 출장’이 아닌 이사회 개최 목적의 출장이었다는 해명을 내놓았지만, 지난해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태풍 ‘힌남노’로 피해를 입은 전례를 감안하면 태풍이 올라오는 때에 굳이 해외일정을 떠나야했는지를 놓고 말들이 무성하다.
특히 논란을 낳는 대목은 최정우 회장과 캐나다에서 골프를 친 이들이 ‘사외이사’들이라는 점이다. 내년 3월 임기종료를 앞둔 포스크 최정우 회장이 ‘연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외이사들과 골프 일정을 소화했다는 대목은 자칫 사외이사의 ‘독립성 훼손’ 문제로까지 비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24일 포스코 등에 따르면, 최정우 회장은 지난 6일부터 11일까지 캐나다를 방문했다. 당초 일정대로라면 11일 정기이사회를 마치고 14일부터 휴가를 떠날 예정이었지만 돌연 일정을 앞당겨 해외로 떠난 것이다.
공교롭게도 9일부터 우리나라는 태풍 ‘카눈’의 직접 영향권에 들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물론 정부 관계자들은 일제히 24시간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했다.
포스코 최정우 회장의 경우, 2022년도 태풍 힌남노로 포스코 포항제철소 용광로가 멈추는 초유의 사태가 있었을 당시 태풍이 예고된 상황에서 골프를 치고 미술 전시회를 관람했다는 점을 국정감사에서 지적받은 바 있다. 때문에 이번 태풍 카눈 때에는 현장을 챙기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있었지만 올해 역시도 해외 이사회 개최와 함께 골프 일정을 소화한 것이다.
논란이 되는 점은 최정우 회장과 함께 일정을 소화한 이들이 ‘사외이사들’이라는 부분이다.
현재 포스코그룹은 회장 선임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위해 ‘CEO후보추천위원회’를 운영해오고 있으며, 위원회는 사내이사를 제외한 사외이사 전원이 참여해 실질적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쉽게 말해 사외이사들은 회장 선임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들인 셈이다.
통상적으로 사외이사는 ‘독립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법무법인 예화 윤범준 변호사는 “사외이사 제도의 핵심은 사외이사의 독립성에 있다. 사외이사는 독립적인 지위에서 경영진을 견제하고 감시하는데 그 존재 의의가 있다”며 “사외이사가 경영진과 필요 이상의 친분을 유지하면서 밀착하게 되면 그 존재 의의를 상실하고 경영활동의 거수기로 전락할 위험이 있으므로, 사외이사는 경영진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독립성 상실을 끊임없이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독립성을 갖춰야할 사외이사들이 태풍 ‘카눈’ 북상을 앞두고 캐나다에서 최정우 회장과 같이 골프일정을 소화했다는 점은, 자칫 과도한 밀착으로도 비쳐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최정우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로 끝이다. 최정우 회장이 ‘3연임’에 도전한다면 무엇보다 자신의 편으로 포섭해야 하는 이들은 CEO후보추천위원회에 참여하는 사외이사들이다.
현 이사회에는 노무현 정부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을 했던 김성진 전 장관이 이사회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이명박 정부 당시 인사인 유영숙 전 환경부장관, 권태균 전 조달청장, 유진녕 전 LG화학 사장 등이 포진돼있다.
기업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포스코의 경우 문재인 정부 당시 사외이사진에 노무현 정부 당시의 인물들이 대거 포진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며 “기간산업체인 포스코는 현 정부와 발을 맞춰가야 하는 상황인데 계속 불화설이 나왔지 않느냐. 3연임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KT가 회장 후보 선정 이전에 사외이사 전원이 교체된 사례가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포스코 역시도 ‘공정성’ 문제 등을 이유로 사외이사 교체 등 혼란을 겪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논란과 관련해 포스코 측은 “해외사업장을 둘러보고 그룹사업을 이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1년에 한번 해외에서 이사회를 개최하고 있다”며 “코로나 이전에도 해외에서 이사회를 진행한 바 있으며 이사회는 기업 경영활동의 일환”이라 해명했다.
그러면서 “포스코는 오래전부터 매년 해외현장에서 이사회를 개최해왔는데 금번에도 글로벌 해외현장인 캐나다에서 이사회 멤버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이사회를 계촤한 것이다. 따라서 외유성 출장이 아니다. 이사회 독립성은 국내 기업 중 가장 선진화돼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포스코의 이같은 해명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이들도 있다. 최정우 퇴출! 포스코지주사 본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이전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포스코 이사회를 매년 한두번씩 해외에서 열어온 관행이 있다고 하더라도, 때가 있는 법”이라며 “자칭 비상경영시기에 5박 6일 골프 관광을 관행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인지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해보라”고 날을 세웠다.
범대위는 “지금껏 사외이사들의 최정우에 대한 비판을 한번도 듣지 못했다. 이러한 사외이사들에게 포스코는 CEO 추천 권한을 맡겨놓았다. 참으로 우습고 한심한 노릇”이라며 공정성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