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경제리뷰] 농심 vs 롯데…미투 제품의 역사

농심 ‘먹태깡’ 열풍 속 롯데웰푸드 ‘노가리칩’ 내놓아 미투제품 관련 소송…오리온 vs 롯데 ‘초코파이 분쟁’ 허니버터칩‧순하리 등 식품업계에 자리한 미투 논란

2023-08-29     박영주 기자
[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농심의 ‘먹태깡’ 열풍이 계속되는 가운데 롯데웰푸드가 자사 제품 오잉의 새로운 맛으로 ‘오잉 노가리칩 청양마요맛’을 선보였다. 미투제품 논란에 다시금 불이 붙는 모양새다.  사실 미투제품 논란은 비단 과자업계 뿐만 아니라, 라면‧음료‧주류 등 유통업계에서 광범위하게 벌어지는 논란 중 하나다. 과일소주 제품이 불티나게 팔릴 때는 주류업계가 앞다퉈 비슷한 제품들을 선보였고, 라면 역시도 비슷한 제품들이 줄지어 출시된 바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고물가와 원재료 가격 인상 등의 여파로 많은 기업들이 적극적인 R&D 투자를 꺼리는 상황에서 ‘절반의 성공’을 보장해주는 미투 제품 출시가 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왼쪽은
최근 과자업계를 뜨겁게 달군 신제품 중 하나가 농심의 ‘먹태깡’이었다. 출시 일주일 만에 100만봉이 팔린데 이어 한달 만에 200만봉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고, 품귀현상에 웃돈주고 제품을 구매하려는 사람들까지 나오는 등 돌풍이 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쟁사인 롯데웰푸드는 9월 중 ‘오잉 노가리칩 청양마요맛’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두제품 모두 ‘청양마요’ 맛인데다가 패키지 역시 검은색과 녹색의 배색과 먹태‧노가리에 청양마요가 같이 곁들여진 모습이어서 소비자들은 비슷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롯데웰푸드 측은 “안주용 과자 유행에 따라 연초부터 제품 출시 준비를 했다”며 “노가리와 먹태는 다르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먹태깡과 노가리칩이 여러모로 유사하다며 “미투 제품 아니냐”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오리온과
롯데웰푸드는 미투제품 논란에 단골로 이름을 올리는 업체 중 하나다. 대표적인 것이 오리온과의 초코파이 소송이다.   1974년부터 판매된 ‘초코파이’는 오리온(과거 동양제과)이 원조다. 오리온이 제품을 출시한 이후 롯데에서 질세라 초코파이 제품을 선보였고 크라운‧해태 등에서도 제품을 내놓았다. 당시 동양제과였던 오리온은 적절한 상표관리를 하지 않았지만 담철곤 회장 취임 후 1990년대에 상표권 소송이 시작됐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소송은 원조업체인 오리온의 패배로 끝났다. 재판부는 이미 ‘초코파이’가 보통명사처럼 사용돼 브랜드 상표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포크레인‧대일밴드‧미원 등이 원래는 회사명칭이나 브랜드 명이었지만 보통명사화 된 것과 비슷한 셈이다.  이외에도 롯데웰푸드는 ‘뻥소리’라는 제품이 서울식품공업의 ‘뻥이요’와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고, 2년 만에 단종되긴 했지만 홈런볼과 거의 비슷한 형태의 ‘마이볼’이라는 제품이나 크라운제과의 ‘못말리는 신짱’과 유사한 ‘크레용 울트라짱’ 등이 미투 제품에 해당한다는 입방아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라면업계도 미투제품 경쟁을 벌였던 대표적 업계 중 하나다. 농심 ‘너구리’와 삼양 ‘포장마차 우동’이 경쟁을 벌이는가 하면 1980년대에는 농심 ‘안성탕면’의 대항마로 삼양에서 서울탕면‧영남탕면‧호남탕면 등의 제품을 내놓기도 했다. 최근에는 일본 닛신식품이 삼양의 ‘까르보 불닭볶음면’과 농심의 ‘매콤달콤 양념치킨’을 카피했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왼쪽
먹태깡의 인기와 미투제품의 등장 양상에 과거 ‘허니버터칩’과 ‘순하리 유자’ 열풍을 떠올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2014년 8월 출시된 ‘허니버터칩’은 그야말로 과자업계에 신드롬을 불러 일으켰다. 물량 부족에 웃돈을 주고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일도 비일비재했고 당시 해태제과는 넘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24시간 공장을 돌리다가 결국 증설을 결정하기도 했다.  선풍적인 인기에 농심에서는 대항마로 ‘수미칩 허니머스타드’를 출시했고, 이에 질세라 해태제과가 ‘허니통통’ 등 추가제품을 꺼내들며 경쟁을 이어갔다. 허니버터가 인기를 끌면서 길림양향 ‘허니버터땅콩’ 바프의 ‘허니버터아몬드’ 외 쥐치포‧오징어‧감자튀김‧치킨 등으로까지 확대됐다.   과자업계에 허니버터칩이 있었다면 주류업계에는 ‘순하리’가 있었다. 롯데주류에서 출시한 소주 ‘순하리 처음처럼 유자맛’은 14도의 낮은 도수와 달달한 맛 때문에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없어서 못팔 정도로 품귀현상을 빚자 잇따라 경쟁사에서 제품들을 쏟아냈다.  하이트진로에서 ‘자몽에 이슬’을 출시했으며 좋은데이에서도 블루베리‧석류‧유자맛의 과일소주 시리즈를 출시하며 가세했다. 시작은 순하리였지만 한때 과일소주 열풍은 시장을 뜨겁게 달궜다. 현재까지도 하이트진로의 ‘에이슬’ 시리즈는 해외매출을 올려주며 효자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식품업계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고물가와 원재료 가격 인상 등의 여파로 많은 기업들이 적극적인 R&D 투자를 꺼릴 수밖에 없다”며 “미투 제품은 오리지널 제품이 이미 성공했기 때문에 적은 투자 비용으로도 인기와 매출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귀띔했다. 한 전문가는 “미투제품의 경우, 수많은 업체들이 서로가 서로를 따라하며 매우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소송을 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공정경쟁 및 브랜드 신뢰도 제고를 위해서라도 업체들이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