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 열차 고장으로 승객 다쳐…안전점검 미흡했나

승강발판 내려오지 않은채 문 열려, 승차하려던 승객 선로로 추락 피해자 “문 폐쇄하든지 직원 세워놓고 여기로 들어가지 말라 했어야” SR “객실장 미처 확인 못해, 미흡했다…연락도 안했다는건 사실 아냐” SRT 차량 점검‧보수 코레일이 맡고 있어…열차 고장 원인규명 시급해

2024-09-06     박영주 기자
/사진=박영주

[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SRT 열차의 승강발판이 고장나 발판이 내려오지 않은 상황에서 열차에 탑승하려던 시민이 선로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피해를 입은 시민은 “승강 발판이 없었으면 문을 폐쇄하든지, 직원을 세워놓고 여기로 들어가지 말라고 하든지 뭔가 조치가 있었어야 됐다”며 SR 측으로부터 사과는커녕 연락조차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지만, SR 측은 자신들의 부주의를 인정하면서도 연락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고속열차 승강발판이 고장나 시민이 다치는 일은 지난 2012년도 KTX에서도 발생한 바 있다. SRT 차량 정비는 코레일이 맡고 있는 만큼 발판이 왜 고장났는지에 대한 원인은 규명돼야 하지만, 이와 별도로 운영사인 SR이 미연에 사고를 예방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7월28일 오전8시 수서역에서 부산으로 향하는 SRT 5호 차량에서 승객이 선로 사이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승강발판이 내려오지 않은 상태에서 문이 열리는 바람에 열차에 탑승하려던 시민이 그대로 선로 사이에 발이 빠진 것이었다.  일부 누리꾼들은 승차하는 과정에서 발판이 없는데 어떻게 탑승했느냐며 의구심을 표하기도 했지만, 승무원들이 사전에 안전점검을 제대로 했더라면 막을 수 있었던 사고라는 비판에 힘이 실린다. 만일 승차가 아니라 하차하는 과정에서 발판이 나오지 않았다면 더욱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피해자 A씨는 “역사 내에 탑승하라는 안내 문구가 떠서 당연히 별 의식을 하지 않고 열차에 올라타려 했는데 순식간에 빠졌다”며 “주변에 승무원이 아무도 없었고, 다른 승객분이 내가 다쳤다고 알려서 그제서야 승무원이 멀리서 다가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승강 발판이 없었으면 내가 타려던 5호차 문을 폐쇄하든지, 직원을 세워놓고 여기로 들어가지 말라고 하든지 뭔가 조치가 있었어야 됐다”며 “(SR이) 사고 책임을 승객 과실로 넘기려 한다. 죄송하다는 말도, 미안하다는 말도 아무런 연락도 없다”고 주장했다.  통상적으로 KTX‧SRT 등의 고속열차는 평소 승강발판이 감춰져있다가 승객이 타고 내릴 때 발판이 먼저 내려오고 그 다음에 문이 열린다. 하지만 문제의 열차는 승강발판이 내려오지 않은채 문이 열렸고, 객실장 등 승무원들이 안전점검 과정에서 이를 발견하지 못해 방치하는 바람에 사고로 이어졌다. 

실제로 KTX 등에서는 18호차 객실의 문이 고장 나서 승객이 해당 문으로 승하차를 하지 못하게끔 폐쇄하고 안내방송을 하는 등의 일이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SR 역시도 고장을 미리 확인해 사전에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SR 관계자는 “수서에서 출발하려고 대기 중인 열차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보통 출발 전에 객실장이 내외부 다 점검을 하는데 그날 객실장이 고객 안내를 하다가 미처 확인을 못했다. 저희가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영업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에 바로 보험사에 연락해서 처리 해드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사과도 없고 연락도 없었다는 피해자 주장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입원치료 받을 수 있게끔 보험처리를 바로 해드렸고, 고객께 설명도 드렸다”고 해명했다. 

피해자 A씨 "사고 후 5일 넘게 연락 없어…4주 입원비 자비로 냈었다"
"SRT 쪽에선 전화 한통 없었다…부산 가는 도중에도 한마디도 없었어"

본지 보도 이후 제보자 A씨가 SR측이 밝힌 공식입장은 사실과 많이 다르다며 억울함을 호소해왔다. 아래는 A씨가 밝힌 내용이다. “사고 당일 직원이 와서 이름과 연락처를 적어가면서 보험이 바로 접수될거라고 얘기했다. 그렇지만 5일 동안 연락이 없었다. 참다 못해서 직접 수서역 홈페이지를 뒤져 회사에 전화를 해 ‘보험 접수가 됐는지 안됐는지 왜 아무런 연락이 없느냐. 너무 아파서 지금 어떻게 해야될지 몰라서 전화를 드렸다’고 물아봤고, 나중에 연락이 와서는 ‘보험접수가 됐다. 아프시면 병원에 가보시라’고 하더라. 그러고 나서는 SRT 쪽에서는 전화 한통 없었다. 저는 솔직히 보상을 바라는 것도 아니다.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5일 동안 연락조차 없었던 점, 사고 이후 열차에 타서 부산으로 가는 동안에라도 한번도 ‘혹시 불편하신데 없으시냐’ 같은 말이 없었다는 점 등이 너무 분했다.     회사에서는 보험처리를 다 해드렸다고 말했지만, 일반 교통사고처럼 병원에서 알아서 처리가 되는게 아니라 피해자가 자비로 먼저 결제하는 시스템이었다. 4주 동안 입원해 있으면서 자비로 돈을 다 냈다. 나중에 SR과 합의를 할 때 과실비율에 따라서 보험비를 주더라.   보험 관련 내용은 아는게 아무것도 없다는 식이었다. 나중에 보험회사에서 전화가 왔는데 객실 내에서 사고가 난 것으로 알고 있어서 다시 사건 내용을 설명해야 했다. 그러니까 보험사에서 ‘저희 쪽에서 하는게 아니다. 담당자를 연결해주겠다’ 해서 또다시 하루를 더 기다려야했다. SR이 처음에는 언론에 ‘고객이 그냥 미끄러진 것’이라고 하다가 뒤늦게 ‘우리 과실이다’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열차 승강발판 때문에 실족 사고가 난 것은 지난 2012년 7월14일 KTX열차에서도 발생한 바 있다. 당시 사고는 정차 중이던 KTX-산천 열차의 승강발판이 접혀 들어가는 바람에 차량에서 하차하던 승객이 실족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재 SRT의 경우, SR이 운영만 하고 있고 차량 보수 등은 코레일에서 맡고 있다. 이 때문에 차량보수 및 정비를 맡고 있는 코레일에 대한 책임론도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발판이 안 나온 상태에서 문이 열리는 것은 중대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차량 결함의 원인 등에 대해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