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친인척이 전문경영인?...반도그룹 권홍사 회장이 외친 전문경영인 체제는 어디에?

2024-09-08     어기선 기자
권홍사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반도그룹은 상장사 1개, 비상장 30개(10개는 외국법인) 등 31개 계열사를 거느린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 기준에 따라 묶인 기업이다. 따라서 족벌경영 체제를 지양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수상한 면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야말로 족벌경영 체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오너 일가 친인척 등기임원, 계열사 20곳 중 절반 넘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에 따르면 반도그룹 20계 계열사 중에 7개사 대표가 권홍사 전 회장의 가족과 친인척이고, 오너 일가와 친인척이 등기임원으로 등재된 계열사가 전체 20곳 중 12곳이다. 반도홀딩스는 유대식 대표가 맡고 있다. 유 대표는 권 전 회장의 처남이다. 그리고 반도홀딩스 4명의 사내 이사 중 2명은 처남과 사위이다. 권 전 회장의 장녀 권모씨의 남편 신동철 대표는 퍼시픽 개발, 아센디오, 앙성스튜디오 콤플렉스 등 3곳의 대표이사를 맡았고, 6개 계열사의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코어스트랜드(대표 권재현), 에이피글로벌(대표 권민서), 에이지코퍼레이션(대표 권경호) 등 3곳 역시 오너 일가가 CEO를 맡고 있다. 권 전 회장의 부인 유씨 역시 반도개발의 사내 이사를 맡는 등 반도개발의 사내이사 4명 중 2명은 권 전 회장의 배우자와 처남이다. 특이한 점은 감사(監事)의 겸직이다. 이모 감사는 반도홀딩스를 비롯해 계열사 20곳 중 16곳의 감사를 겸직하고 있다. 사실상 한 명의 감사가 그룹 전체를 장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경영인 체제 외쳤지만

권 전 회장은 3년 전 경영일선에 물러나면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지만 가족이나 친인척이 대표이사나 사내이사에 포진돼 있다. 이는 사실상 족벌경영 체제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권 전 회장은 계열사 두 곳에서 등기임원을 맡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권 전 회장은 반도레저와 더유니콘 사외이사를 맡고 있으며 임기는 각각 2025년 3월과 2026년 3월로 돼있다. 즉, 권 전 회장이 물러나면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것이 ‘허언(虛言)’이 됐다. 권 전 회장은 물러나면서 “새로운 시대에는 전문성을 갖춘 새 인물이 조직을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지만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인물이 결국 오너 일가와 친인척이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반도그룹의 지주사 격인 반도홀딩스는 권 전 회장이 69.61%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그의 아들 권재현이 30.06%로 2대주주로 구성돼 있다.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는 반도그룹의 총수(동일인)로 창업주인 권홍사 회장이 지정됐다. 경영 일선에서는 물러났지만 최대주주로서 여전히 확고한 지배력을 쥐고 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