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손, 나쁜 입…‘직장 내 성희롱’ 민낯 드러난 기업들
코레일테크, 한국도로공사서비스, 한국공항공사, 농협‧수협, 테스트테크 등 “밤 기술 좋다”, “비밀연애 하자” 선 넘은 발언들과 성희롱 행위들 논란
2024-09-18 박영주 기자
#코레일테크
코레일 계열사 ‘코레일테크’에서는 직원이 “비밀연애 좀 하자”며 성희롱하고, 성적인 욕설을 하는 등의 일이 발생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코레일테크로부터 제출받은 징계 관련 자료를 보면, 회사 직원 A씨는 지난해 10월경 피해자가 업무지원을 위해 ㄱ역으로 출근한 뒤 여자 휴게실에 혼자 있을 때 들어와서 “비밀연애 좀 하자”며 성희롱 했다. 이후 A씨가 동료들에게 이같은 상황을 전파해 2차 가해까지 이뤄졌다. 사측은 A씨의 행위가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징계위에 회부했지만, A씨는 “단순히 농담으로 한 언행이었다”고 해명했고 감봉 2개월의 경징계 처분이 내려졌다. 또다른 직원 B씨는 지난해 11월부터 피해자에게 수차례에 걸쳐 성적발언과 함께 여성 성기를 빗댄 욕설을 했다. 징계위는 “옆에서 듣는 사람조차 몸이 벌벌 떨리고, 무서움을 호소할 정도의 매우 거칠고 과격한 욕설을 했다. 피해자는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도 성적 혐오감을 줬다”며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렸다. 이에 대해 김두관 의원은 “회사 규정을 보면 성희롱은 비위 정도가 약해도 고의성이 있으면 파면을 해야 하나, 솜방망이 징계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봐주기식 징계’가 이뤄졌는지를 면밀히 따져보겠다고 예고했다.#한국도로공사서비스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 ‘한국도로공사서비스’에서는 “남자 것이 들어가면 남성 호르몬 때문에 피부 균형이 맞아서 피부가 좋은 거냐. 말해 봐라”, “○○는 밤 기술이 우리보다 더 좋다”라는 등 도를 넘은 성적발언을 하는 일이 발생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학용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국도로공사서비스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도로공사서비스는 2023년 한해 동안(8월4일 기준) 19건의 임직원 징계 처분이 있었고 이중 4건은 직장 내 성희롱 금지 위반에 해당됐다. 직원 C씨는 지난 3월 직장 내 성희롱으로 징계 처분을 받았는데, 피해자에게 “남자 것이 들어가면 남성 호르몬 때문에 피부 균형이 맞아서 피부가 좋은 거냐. 말해 봐라”, “○○는 밤 기술이 우리보다 더 좋다” 등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발언으로 피해자에게 모욕감을 줬다. 사내 감사팀은 C씨에게 정직 1개월의 징계 처분을 내렸다. 이외에도 1급 실장으로 근무하는 D씨가 1월 회식자리에서 직원들이 거부의사를 밝혔음에도 손을 잡고 쓰다듬고, 손에 깍지를 끼거나, 본인 무릎에 타인의 손을 끌어당겨 올려놓는 등의 성추행 행위를 했다. D씨는 “당시 자리를 옮겨 다니면서 참석자들과 폭탄주를 많이 마셔서 취한 것 같다”며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해명했고, 감사팀은 ‘경과실’의 낮은 단계 처분을 내렸다.#한국공항공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공항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실장인 E씨는 올해 3월 회식자리에서 한 여직원에게 특정 신체부위를 지목하며 “살 좀 빼라”고 말했고 며칠 후 사무실에서 또다시 직원의 신체부위를 지목해 외국인과 비교하며 성희롱 발언을 했다. 피해자가 성희롱·성폭력 고충상담원에게 피해 사실을 신고했음에도, 한국공항공사는 신고 접수 이후 일주일 뒤에나 조사에 착수했고 2주가 지난 뒤 같은 공항이지만 사무실만 달리하는 상태로 업무를 분리조치했다. 실제 근무장소 분리가 이뤄지기 전까지 2달 가량 피해자와 가해자가 같은 공항에서 일했고, 해당 기간 동안 가해자가 피해자를 겨냥해 ‘타지역 전보를 희망해 성희롱 신고를 했다’는 소문을 유포하며 2차가해가 이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공항공사는 징계양정 심의결과 “신고인들이 배치되기 전까지 남자직원들만 근무하던 환경으로 인해 성인지 감수성이 높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됐다”며 B실장에게 견책 처분을 내려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일었다.#농협‧수협
농협과 수협 등 지역 금융기관에서도 직장 내 성희롱 등이 비일비재했다. 고용노동부가 전국 113곳의 지역 금융기관을 감독한 결과에 따르면, 한 지역 신협의 남성임원은 회식 도중 가게 앞 벤치에서 술을 깨고 있는 여성직원에게 강제로 입맞춤을 했고, 직원들에게 “나에게 잘 보이면 보너스 점수들 준다”며 워크샵에서 장기자랑 등을 강요했다. 또 다른 지역의 축협에서는 한 임원이 여성직원에게 고객과의 식사자리에 강제로 참석하도록 하고 술을 따를 것을 강요했다. 피해 여직원이 이를 거부하며 중단할 것을 요청하자, 특별한 이유 없이 여직원을 다른 지점으로 발령 내버렸다. 고용부는 해당 위반 사항들에 대해 적절한 행정적‧사법적 절차를 완료했다으며, 여성 직원에게 고객과의 식사 자리를 강요하고 지점으로 발령시킨 임원은 기소 의견으로 검찰 송치했다. 이외의 위반 사항들 35건에 대해서도 47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시정 지시했다.#테스트테크, 더케이텍
중소기업에서도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 등의 문제가 있었다 고용노동부가 반도체 관련 기업 테스크테크 근로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77%가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답했으며 20대 직원(84.2%)과 여성 직원(78.7%)에서 괴롭힘을 경험했다는 답변 비율이 높았다. 여성 직원에게 “뚱뚱하면 여자로서 매력이 없다”, “술을 많이 먹어서 살이 찌는 거다” 등 외모비하 발언을 하고 “어제 ○○○랑 잤다”며 음담패설을 하는 등 언어적 성희롱을 하는 것도 모자라 중간관리자가 여직원 어깨를 주무르고, 여직원 손 위에 의도적으로 자기 손을 얹거나, 남성직원을 상대로 성기를 만지는 등 성희롱과 성추행도 빈번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상습적인 욕설이나 팔 안쪽 꼬집기, 마우스‧키보드를 던지는 등의 위협 행위 외에도 임금 3800만원을 체불, 연장근로 한도시간(12시간)도 27회 초과, 임신 중인 여직원에게 시간외 근무 강요 등의 문제도 확인됐다. 인력파견업체 더케이텍도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섰다. 창업주 겸 고문인 E씨가 직원 채용시 20대 여성직원에게 가산점을 주거나, 키 190cm 이상인 직원을 뽑지 말라고 하는 등 차별을 일삼았으며 회사에서 권유한 자격증 시험에 떨어진 직원을 상대로 ‘엎드려뻗쳐’를 시킨 뒤 몽둥이로 폭행하는 등의 일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을 시행해 폭행‧괴롭힘 등 17건의 노동관계법 위반을 적발하고 형사 입건 등의 사법조치를 취했다. 직원들에게 개인적인 이유로 운전을 시키거나, 화분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며 시말서를 쓰게 하는 일도 있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특별근로감독 결과와 관련해 “산업현장에서 근로자의 인권과 노동권이 보호되도록, 사업주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