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경남은행 횡령금액 2988억원..“‘작동하지 않은 내부통제’ 원인”

15년 동안 PF대출 업무 담당하며 17개 PF사업장에서 횡령 가족·지인·가족 법인 등 계좌 이용...경남은행 순손실 규모 595억원 BNK금융지주·경남은행 횡령사고 대응도 지적...4월초 인지 후 7월말 자체검사 착수

2024-09-20     이창원 기자
/자료=금융감독원
[파이낸셜리뷰=이창원 기자] 최근 발각된 경남은행 투자금융부 직원 이아무개씨의 PF대출 횡령사고의 횡령 금액 규모가 총 298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번 횡령사고의 원인으로 BNK금융지주와 경남은행의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기능 전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 지목돼 이에 대한 지적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일 금융감독원은 지난 7월 21일부터 실시한 긴급 현장검사 결과, 이씨는 약 15년 동안 PF대출 업무를 담당하면서 지난 2009년 5월부터 2022년 7월까지 본인이 관리하던 17개 PF사업장에서 2988억원을 횡령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이씨는 지난 2012년 12월부터 2022년 7월 중 PF대출 차주(5개 시행사)가 대출 취급을 요청한 사실이 없음에도 자금인출요청서 등 대출 서류를 위조해 허위 대출을 취급(실행)하고, 허위 대출금을 무단 개설한 차주 명의 계좌 또는 이씨 가족, 지인, 대표이사가 A씨 가족인 법인 명의의 계좌로 이체하는 방식으로 총 13회에 걸쳐 1023억원을 횡령했다. 또한 이씨는 지난 2009년 5월부터 2022년 5월 중에는 PF대출 차주(16개 시행사)가 대출 원리금 상환자금을 정상 납입했음에도 자금집행요청서 등 대출 서류를 위조해 해당 차주의 대출계좌가 아닌 다른 차주의 대출계좌로 기존 횡령을 은폐하기 위한 목적으로 송금하거나, 이씨 가족, 지인, 대표이사가 이씨 가족인 법인 명의의 계좌로 이체하는 방식으로 총 64회에 걸쳐 1965억원을 횡령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와 같은 이씨의 횡령으로 발생한 은행의 순손실 규모는 595억원이다. 이번 횡령사고의 원인으로 금감원은 BNK금융지주와 경남은행의 미흡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꼽았다. 경남은행의 지주회사인 BNK금융지주의 경우 경남은행에 대한 위험관리 및 업무실태 점검 소홀 등 내부통제 통할 기능이 작동하지 않아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에 위반된다고 봤다. BNK금융지주는 경남은행에 대한 내부통제 관련 테마(서면)점검 실시하면서도, 지난 2014년 10월 경남은행의 지주 편입 이후 고위험 업무인 PF대출 취급 및 관리에 대해서는 점검을 실시한 사례가 없었다. 특히 경남은행은 지난 2020년경부터 PF대출이 급격히 증가하는 상황이었음에도 BNK금융지주가 이에 대한 점검을 실시하지 않았다는 것이 금감원의 설명이다. 또한 경남은행에 대한 지주 자체검사의 경우에도 현물 점검 외 본점 사고예방 검사 실적은 전무했다. 경남은행에 대해서도 금감원은 PF대출 업무 관련 대출금 지급 등 여신관리, 직무분리 등 인사관리, 사후점검 등 내부통제 절차가 전반적으로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여신관리의 경우 대출금 지급시 대출약정서에 명시된 차주 명의의 대출금관리계좌 등 정당계좌를 통해서만 대출금이 지급되도록 통제하는 절차가 없었고, 대출 상환시 업무처리 절차를 규정하지 않았으며, 대출 실행 또는 상환시 해당 내용에 대한 차주 통지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인사관리와 관련해서는 이씨가 15년간 동일 부서에서 PF대출 업무를 담당하고, 본인이 취급한 PF대출에 대해 사후관리 업무까지 수행하는 등 직무분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고위험업무인 PF대출 취급 및 사후관리 업무에 대한 명령휴가는 한 번도 실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사후관리에 대해서도 문서관리의 적정 여부 및 정리채권 이관의 적정 여부 등을 자점감사 대상으로 규정하지 않았고, 여신승인조건과 약정내용 일치여부, 대출집행·인출절차 적정 여부 등 자점감사 대상으로 규정한 경우에도 특별한 사유 없이 감사를 실시하지 않거나, 부실하게 감사해 장기간 횡령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본점의 거액 여신 실행은 이상거래 발견 모니터링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조기 적발이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횡령사고에 대한 BNK금융지주와 경남은행의 대응도 지적했다. BNK금융지주와 경남은행이 이씨 관련 금융사고 정황을 4월초경에 인지했음에도 경남은행은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자체조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금융당국앞 보고를 지연했고, BNK금융지주도 7월말경에서야 경남은행에 대한 자체검사에 착수해 사고 초기대응이 지연됐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횡령 금액의 사용처를 추가 확인하고, 검사결과 확인된 사고자 및 관련 임직원 등의 위법·부당행위에 대해서는 관련 법규 및 절차에 따라 엄정 조치할 방침”이라며 “금번 횡령사고 현장검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수사당국과 관련내용을 공유하는 등 실체규명에 적극 협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발표된 내부통제 혁신방안의 철저한 이행을 지도하는 한편, 금번 검사결과와 은행권 내부통제 자체 점검결과 등을 기초로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시스템의 실효성을 지속적으로 높여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자료=금융감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