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리뷰] 9월 21일 지존파 체포

2024-09-21     어기선 기자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1994년 9월 21일 연쇄살인 조직 지존파 일당 상당수가 체포된 날이다. 범죄단체가 많이 조직됐었지만 연쇄살인을 목표로 범죄단체가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일반적인 연쇄살인은 연쇄살인범 혼자 저지는 경우가 있거나 공동으로 저질러도 주로 가까운 관계의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지존파 구성원이 무려 8명으로 세계적으로도 드문 케이스였기 때문에 외국 언론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돈 많은 자 증오

지존파가 범행을 저질렀던 이유는 ‘돈 많은 자를 증오’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10억원을 모을 때까지 범행을 계속하고, 배신자는 죽이고, 여자는 어머니도 믿지 말라는 등의 행동 강령을 만들었다. 원래 명칭은 ‘마스칸’이었지만 두목인 김기환의 별명이 지존이었다는 점을 착안해 검거한 형사가 ‘지존파’라고 부르던 것이 지존파가 됐다. 당시에는 경찰이 XX파라고 편의를 위해 임의로 붙인 것이 대부분이었다. 즉, 조직원들 사이에서 부르던 명칭과 세간에 알려진 명칭이 다른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들은 합숙을 하면서 인간 청소를 결의하면서 노동으로 1년간 2천만원을 모아서 아지트를 만들었다. 그리고 범행 대상은 자식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 1억원 이상 쓰는 사람들로 했다. 그리고 식사 준비와 잡일 등을 시킬 여성 조직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부두목의 여자친구를 합류시켰다. 하지만 해당 여성이 가담한지 이틀 만에 지존파 전원이 검거됐다.

극적인 탈출 덕분에

이들의 범행 행각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납치된 카페 여종업원이 극적인 탈출을 했기 때문이다. 여종업원은 납치된 후 살려달라고 애원해도 살려주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았다. 여종업원은 이들의 범행에 가담하는 척하면서 탈출의 기회를 찾았고, 결국 극적으로 탈출을 해서 택시를 잡아타고 서울로 이동한 후 서초경찰서에 신고를 했다. 경찰은 처음에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었지만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그리고 체포를 하게 된 것이다.

영화계에 불똥

지존파 사건은 영화계에 불똥이 튀게 됐다. 당장 그해 9월 28일 공연윤리위원회가 포르노 영화에만 집중된 사전검열을 폭력물에도 적용시키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액션영화의 제작편수가 대폭 감소했다. 이때 나온 게 '12세 이용가, 15세 이용가, 18세 이용가'다. 드라마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 이전에는 폭력 묘사가 어느 정도 허용됐지만 지존파 사건 이후 폭력 묘사가 대폭 줄어들었다. 게임에서도 역시 폭력물은 대폭 감소해야 했다. 뿐만 아니라 홍콩 영화 ‘지존무상’은 ‘지존’이라는 이름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무작정 비난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2년 후인 1996년 10월 4일 영화 사전심의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면서 사전검열이 점차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