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상대로 ‘갑질’ 일삼은 브로드컴, 과징금 191억

무선통신 부품 업계 압도적 점유율 무기 삼아 ‘장기계약’ 강요 공급차질 겪던 삼성전자 불공정 계약 체결, 금전적 불이익 발생 공정위 “반도체 시장에서의 공정한 거래질서·경쟁 확립 기대”

2024-09-21     박영주 기자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삼성전자를 상대로 부당한 장기계약 체결을 강요하는 등 불공정 행위를 한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191억원을 부과받았다. 21일 공정위는 브로드컴 미국 본사와 한국·싱가포르 지사 등 4개사가 거래상 지위를 남용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91억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스마트폰 등에 사용되는 최첨단·고성능 무선통신 부품에서 압도적 시장 점유율을 가진 브로드컴은 2019년12월 삼성전자가 경쟁사업자로 이탈하지 못하게 하려고 독점적 부품 공급상황을 이용한 LTA(Long Term Agreement, 장기계약) 체결 전략을 세웠다.  삼성전자는 부품 공급선 다원화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브로드컴의 요구를 지속적으로 거부했고 경쟁사업자의 부품을 일부 채택하기도 했는데, 브로드컴은 2020년 2월부터 삼성전자에 대한 ▲부품 구매주문승인 중단 ▲선적 중단 ▲기술지원 중단 등 불공정한 수단을 동원해 LTA 체결을 압박했다.  심각한 공급차질을 겪던 삼성전자는 막 출시한 갤럭시 S20 등의 생산차질을 막기 위해 결국 2021년부터 3년간 매년 브로드컴의 부품을 최소 7.6억 달러 구매하고, 실제 구매금액이 7.6억 달러에 미달하는 경우 차액을 배상하는 내용의 LTA에 서명했다.  브로드컴은 삼성전자가 경쟁사업자의 부품을 일부 채택하자 해당 경쟁사업자를 자신의 ‘증오스러운 경쟁자(hated competitor)’라 칭하며 삼성전자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가 하면, 압박 행위에 대해 ‘폭탄투하’, ‘핵폭탄’에 비유하는 등 자신들의 행위로 인해 삼성전자가 심각한 상황에 처할 것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던 모습을 보여줬다.  결과적으로 삼성전자는 LTA 이행을 위해 당초 채택했던 경쟁사 제품을 브로드컴 부품으로 전환하고, 구매대상이 아닌 보급형 모델에까지 부품을 탑재하는 등 단가 인상으로 인한 금전적 불이익까지 입어야 했다.  공정위는 “브로드컴의 행위는 거래 상대방에 대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행위에 해당한다”며 “이번 조치는 거래상대방에게 불이익을 주고, 관련 시장에서의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억제함으로써 기술혁신의 핵심 기반 산업인 반도체 시장에서의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하고 경쟁 여건을 조성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반도체 시장의 경우 스마트기기, 자동차, 로봇, 인공지능(AI) 등 전방산업 및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등 후방산업과 긴밀하게 연계돼 상호작용한다는 점에서 해당 시장에서의 공정한 거래질서 회복은 연관 시장에까지 파급효과가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