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역대급 순익 거둔 보험업계, 소비자 피해도 ‘역대급’
2023-10-04 전수용 기자
실손보험 심사 강화로 소비자 피해 급증
지난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최근 4년간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보험관련 피해구제 건수는 총 531건이다. 이 가운데 올해 8월까지 발생한 접수 건수가 428건으로 지난 3년간 누적치보다 4.1배를 넘어서며 압도적으로 높았다. 연도별 피해구제 접수 건수는 ▲2020년 12건 ▲2021년 54건 ▲2022년 37건으로 엇비슷한 수준을 보였지만 올해 들어서는 8월말 현재 428건으로 폭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은 양정숙 의원실에 최근 보험관련 피해구제 접수가 크게 증가한 이유를 실손보험 심사기준 강화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사들의 심사기준 강화는 2021년에도 시도됐는데, 당시에는 금융감독원이 각 보험사들에게 실손보험 인수심사 기준 근거를 모두 제출하라고 제동을 걸면서 잠잠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보험사들이 지나해 4세대 실손보험 출시와 함께 심사기준 강화와 새로운 심사기준 등을 마련하면서 소비자 피해가 다시 늘었고, 이에 따라 소비자 피해구제 신청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양정숙 의원은 “금융감독원이 소비자들의 보험 피해를 단발성으로 관리하고, 보험사들은 그 틈에 자기 배 불리기 이기주의가 더해지면서 소비자 권익이 심각하게 훼손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양 의원은 이어 “금융감독원이 소비자 피해 예방과 권익 보호를 최우선적으로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보험사들을 감독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보험 피해구제 결정, 고작 24,7%
소비자들의 피해구제 신청이 늘어나고 있지만, 실제로 피해를 구제받은 비율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구제 접수 531건 중 피해구제가 결정된 것은 131건(24.7%)에 불과했고, 나머지 400건(75.3%)는 피해를 구제받지 못했거나 처리중인 상황이다. 피해구제 결정내용은 ▲‘계약이행’ 73건(55.7%) ▲‘부당행위 시정’ 47건(35.9%) ▲‘환급’ 6건(4.6%) ▲‘배상’ 5건(3.8%) 순이었고, 결정내용 중 ‘계약해제’는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구제가 결정되지 않는 400건 중 현재 처리되고 있는 30건으로 제외한 370건은 모두 보험사가 피해구제를 동의하지 않은 경우로 ▲정보만 제공한 경우가 277건(74.9%)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조정신청’ 59건(16.0%) ▲‘취하중지’ 32건(8.6%) ▲‘처리불능’ 2건(0.5%) 순이었다.상품권 등 금융관련 피해구제 신청도 급증
상품권 등 유가증권 이용자들의 금융관련 피해구제 신청 건수도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동안 4.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4년간(2020년~2023년 8월)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금융 관련 피해구제 접수 건수는 ▲2020년 24건에서 ▲2021년 49건으로 증가했고 ▲2022년도에는 102건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8월까지 39건 등 총 214건이 접수된 상태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한국소비자원은 금융관련 피해구제 신청이 대부분 상품권과 관련한 피해구제 신청이라고 설명했다. 피해구제 접수 214건 중 피해구제가 이루어진 경우는 117건으로 54%에 불과했다. 패해구제 결정 유형별로는 ▲‘환급 결정’이 54건으로 전체의 46%를 차지했고, 다음은 ▲‘교환 결정’ 36건 ▲‘계약이행 결정’ 17건 ▲‘부당행위시정 결정’ 6건 ▲‘배상 결정’ 4건 순이었다. 양 의원은 “상품권 등 금융관련 피해 구제신청이 줄지 않고, 급증하고 있는 점은 상품권법 폐지로 주무 부처 없이 여러 부처에 기능이 산재되어 있다는 점도 무관치 않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추석을 앞두고 많은 상품권이 발행되어 유통될 것인데, 국민 재산권 보호를 위해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