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 Dica詩] 달의 행로

2024-10-13     이태희
 
[이태희 Dica詩] 무심(無心)-달의 행로1

채우는 중인가

비우는 중인가

 

어느 길이

나에게 가는 길인가

     
[이태희 Dica詩] 무흔(無痕)-달의 행로2

채우면 비우고

비우면 차오르는

달의 행로

 

자국도 그림자도

남기지 않는다

       
 

[이태희 Dica詩] 적멸(寂滅)-달의 행로3

야위어 간다

이울어 간다

사위어 간다

사라져 간다

 

그믐으로 간다

--------------------------- [메모] 추석 보름달이 하현달이 되었다가 그믐으로 가는 길, 아침에 여러 번 조우했다. 늘 마주하는 일이지만 달은 머뭇거리지 않는다. 차오르면 이울고 이울면 차오른다. 삭월에도 만월에도 결코 머무르지 않는다. 無心. 無痕. 寂滅. 오늘도 달을 바라보며 아름다운 소멸을 꿈꿔본다.

[이태희 저자 약력]

1988년 《동서문학》으로 등단. 2001년 시집 [오래 익은 사랑] 출간. 2017년 <시와산문> 작품상 수상. 현재 인천대 기초교육원 강의교수. E-mail : hyee196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