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리뷰] 언론보도 이후 부랴부랴 중장비 동원한 강원도 고성군

2024-11-03     박영주 기자
[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멀쩡한 보도블럭 교체하기'는 지자체 예산낭비의 대표사례로 항상 지적된다. 사람들이 다니는데 전혀 불편한 것이 없는데도 예산을 사용하기 위해 멀쩡한 길을 뜯어고친다는 것이다.  반면 예산이 편성돼있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다니는데 불편함이 끊이질 않는데도 불구하고 지자체가 울퉁불퉁한 길을 정비하지 않은채 내버려둔다면 이는 공익적인 측면에서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 부분일까. 

본지는 이런 기본적인 의구심을 바탕에 두고 강원도 고성군 '해풍거리' 조성사업의 면면을 취재하고 [단독] 강원도 고성군 ‘해풍거리’ 조성…6년째 발목 잡는 이랜드? 라는 기사를 작성한 바 있다. 

전통 먹거리 매장을 지나 해안 도로로 이어지는 길이 도중에 끊어진 상태로 방치돼있는 바람에, 길을 오가는 차량은 물론 사람들도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었다.  실제 현장에서 30분 가량 차량통행 상황을 지켜본 결과, 곳곳이 움푹 패인 울퉁불퉁한 도로 탓에 통행하는 차량들은 거침없이 흔들렸고 "내비게이션이 알려줘서 들어오긴 했는데 길이 도대체 왜 이러냐", "까딱 잘못하다가는 차체 하단 부분이 손상되겠다"는 방문객들의 불평 섞인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취재 과정에서 고성군 측은 "리조트 분양을 하면서 대지권까지 같이 분양돼서 (켄싱턴리조트) 회원들이 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갖고 있다"며 이랜드 측에 도로를 연결하게끔 입장을 전달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고성군의 설명을 들으면 들을수록 지자체에서는 도로를 반드시 연결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도로 포장을 위해서는 이랜드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들렸다.  국토부에서도 '공익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리조트 회원들이 무슨 상관이냐'고 꼬집었지만, 계속해서 2000여명 회원들의 권리를 내세우는 이랜드 측 주장과 이를 받아들인 지자체의 모습은 의구심만을 자아냈다.
/사진=파이낸셜리뷰
그러던 와중에 지난달 30일 월요일 오전부터 도로 정비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제보를 접하게 됐다. 입수한 현장사진을 보면 중장비들을 동원해 울퉁불퉁한 길을 평평하게 다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 도로정비가 시작됐다고 보기엔 충분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3일 오전 현재까지도 아스팔트 포장 작업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본지는 도로정비, 토목 관련 전문가를 통해 자문을 구해봤다. 전문가는 "사진상으로는 도로공사를 하기 위해서 토사면 정리 작업을 하는 것으로는 보이는데, 정리만 해놓고 후속 포장공사를 위한 준비가 전혀 안돼 있어 보인다"며 "보통 토사면 정리 작업 이후 곧바로 아스팔트 포장을 해야 한다. 토사면만 정리하고 그대로 놔두면 또 길이 패이고 할텐데, 아스팔트 작업 전에 또 작업해야한다. 이중으로 일하는 개념인데 오히려 지금 안 미는게 낫다"고 견해를 밝혔다.  당장 아스팔트 포장을 안할 거라면 지금 토사면 정리 작업을 할 필요가 없다는 전문가 자문을 근거로, 정말 고성군이 도로를 낼 의지가 있는지 묻고자 취재를 진행했다. 고성군 관계자는 "도로 작업을 한게 아니고 정리를 좀 한거다. 도로가 파이고 그래서 울퉁불퉁하고 통행성이 안좋으니까 정리 차원에서 들어간거고, 도로공사는 별도로 검토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도로라는 것은 전체적으로 연결을 해야하는 부분이 있다보니까, 별도로 임시포장을 할것인지 어떨지 사업 계획을 지금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0월말 어느 주말, 전통 먹거리 매장을 시작으로 문제의 도로를 지나 해변도로 길을 거쳐 고성군이 조성해둔 해당화 공원으로 산책을 해봤다. 제대로만 마무리 된다면 켄싱턴리조트를 찾은 사람들은 물론이고 외지에서 봉포해변을 찾은 사람들까지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걷고 싶은 해풍거리'로서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이랜드 측은 켄싱턴리조트가 있음으로써 해변이 더욱 잘 관리될 수 있었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해변으로 이어지는 길까지 잘 마무리 돼 현대자동차그룹의 제주 해비치 호텔 덕분에 '표선 해변'이 널리 알려진 것처럼, 이랜드파크의 켄싱턴리조트 덕분에 '봉포 해변'이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