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속 경제리뷰] 선녀와 나무꾼

2023-11-13     어기선 기자
은비까비의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선녀와 나무꾼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동북아에 널리 알려진 전래동화이다. 어린이들에게 널리 읽히는 전래동화이지만 ‘납치혼’이기 때문에 사실상 읽혀지면 안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널리 인도 등에서도 비슷한 구성의 이야기가 널리 퍼져 있다. 노총각 나뭇꾼이 나무를 하다가 숲 속에서 도망치는 사슴을 만났고, 숨겨주면서 사슴은 은혜를 갚는다고 선녀들이 목욕하는 선녀탕을 알려준다. 나무꾼은 선녀의 날개옷을 숨기고 결국 선녀를 아내로 맞이한다. 그 이후 여러 가지 버전이 나온다. 하나는 하늘로 함께 올라가서 행복하게 살았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나무꾼이 하늘로 올라갔는데 비극으로 끝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수탉이 3번 울기 전에 하늘로 올라와야 하는데 실수로 하늘에 올라가지 못했고, 이에 결국 나무꾼이 수탉으로 태어났거나 뻐꾸기가 됐다는 식의 설화가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만 있는 설화인데 모성애와 효성을 뚜렷하게 부각시키려는 측면과 납치혼에 대한 인과응보의 성격이 강하다.

과거 흔했던 납치혼

납치혼은 결혼 상대를 납치해 결혼하는 것이다. 현대에는 도덕적으로나 법적으로 불법이지만 과거에는 어느 정도 허용이 됐던 결혼방식이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납치혼은 어느 정도 서로 짜고 치는 경우가 많았다. ‘보쌈’의 경우에도 남자가 여자를 막무가내로 납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눈이 맞은 상태에서 ‘몇월 며칠 몇시에 납치를 하러 간다’고 미리 통보를 한다. 보쌈을 허용하는 이유는 남편을 잃은 과부가 재혼을 해야 하는데 성리학적 분위기에서는 재혼이 불가능하니 사회적으로 그것을 암묵적으로 허용하기 위해 남녀가 서로 눈이 맞으면 보쌈을 해서 결혼하는 것을 허락했기 때문이다. 즉,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막무가내로 납치를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다른 나라의 경우 납치혼이 흔했다. 대표적으로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는 아예 신들이 인간 여성을 납치해서 결혼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게 많이 기록돼 있다. 그것은 그리스 도시국가들이 주변 지역을 정복하고 해당 지역의 지배자를 굴복시켰다는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다. 이른바 납치혼 혹은 약탈혼이 유행했던 이유 중 하나가 ‘결혼 지참금’ 문제 때문이다. 결혼을 하려고 하면 거액의 지참금을 내야 했다. 이런 이유로 약탈혼을 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몽골지역 특히 징기스칸 등이 살았던 중세시대에는 납치혼이 흔했다. 그것은 패배한 부족이 승리한 부족 밑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패배한 부족의 남성이든 여성이든 전리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