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황정원 객원기자] 날씨가 부쩍 쌀쌀해졌지만 오히려 좋다. 주말이면 무조건 밖으로 뛰쳐나가야 하는 여행마니아에겐 늦가을과 겨울이 여행하기 가장 좋은 계절이기 때문이다. 수확을 끝내 제철 식재료로 풍성한 시장, 따뜻하고 맛있는 먹을 거리, 호젓하고 여유로운 관광지. 눈까지 내리면 겨울 여행의 낭만은 배가 된다.
올겨울 추천 여행지는 사과와 인삼의 도시 영주다. 과거에는 수도권에서 경북까지 대중교통으로 여행하기가 마냥 수월하지만은 않았다. 버스나 기차로 목적 도시에 도착하더라도 관광지 코스마다 이동하기가 쉽지 않았던 탓이다. 하지만 이제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다. KTX와 지역 관광택시 연계 상품을 이용하면 낯선 도시에서도 원하는 곳 어디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다. 택시비는 시에서 50%까지 지원하니 가격부담도 줄어든다.
청량리에서 KTX로 1시간 40분만에 영주에 도착했다. 영주가 이렇게나 가까운 도시였나? 생각보다 이른 도착에 시작부터 발걸음이 가볍다.
탁 트인 호수 풍광 보며 힐링 산책, ‘영주호’
영주역에 내려 예약한 관광택시를 타고 영주호로 향했다. 서천에서 내성천으로 이어지는 구불구불한 강변길을 달리며 창밖을 구경하노라니 이 또한 멋진 드라이브 코스다. 용마루2공원에는 영주호와 영주댐을 제대로 조망할 수 있는 멋진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영주호 일대는 평은면과 이산면 일부 마을이 수몰된 아픔을 안고 있지만 2016년 12월에 영주댐이 준공되며 거대한 생태관광지로 다시 태어났다. 이제는 빼어난 호수 풍광과 잘 조성된 자전거 도로 덕분에 자전거 여행의 성지가 되었다. 산책로를 따라 걸어가면 영주호를 관통하는 용천루 출렁다리를 만나게 된다.
용미교와 용두교 두 개로 구성되어 있는데, 두 다리 모두 스릴감이 넘친다. 첫 번째 다리인 용미교는 바닥이 유리로 된 부분이 있어 지나갈 때마다 오금이 저려오고, 두 번째 다리인 용두교는 걸을 때마다 출렁이는 현수교라 또 다른 재미가 있다. 밤이 되면 화려한 조명이 켜지며 멋진 야경을 뽐낸다고 하니 하루의 마지막 코스로 찾아도 좋겠다.
산책로의 끝자락에 이르면 수몰 전 마을의 주요 관문이었던 평은역을 옮겨 복원한 평은역사도 만날 수 있다. 산책로는 비탈이 거의 없어 힘들지 않고 영주호 풍경이 아름다워 사랑하는 가족이나 벗과 함께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며 돌아보기 좋다.
피톤치드 가득한 해먹에 누워 신선놀음, ‘국립산림치유원’
빡빡한 도시 생활에 지쳤다면 국립산림치유원에서 힐링의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영주시 봉현면과 예천군 효자면에 조성된 국립산림치유원은 숲을 사랑하는 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휴양시설이다. 이곳에서는 기본적인 건강 상태 측정과 전문가 상담을 거친 후 다양한 산림치유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치유숲길을 걸으며 피톤치드를 만끽하는 실외 프로그램은 물론 수(水)치유센터의 워터테라피, 치유장비를 활용한 전신 마사지, 요가와 명상 등 갖가지 맞춤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단체 치유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수련센터, 장기간 숙박하며 치유하는 건강증진센터도 운영 중이다. 치유센터에서는 100여 실의 빌라 형 숙박시설과 대형식당을 갖추고 있어서 50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다. 가히 대한민국 최대의 힐링타운이라 할 만하다.
가급적 오래 머물며 모든 프로그램을 다 체험하면 좋겠지만, 간단하게 숲체험을 하고 싶다면 ‘숲트레킹+숲해먹명상’ 프로그램을 이용해보자. 산림치유지도사의 설명과 안내를 들으며 치유숲길을 산책하고, 운동으로 피로를 푸는 시간을 가진다. 숲의 향기를 가득 담은 아로마오일을 활용해 손가락마사지를 하면서 신진대사도 촉진시킨다. 마지막에는 잣나무숲에 직접 해먹을 설치하고 눕는데,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6가지 전통문화, ’선비세상’
선비의 도시 영주에 왔다면 최근 K 문화테마파크로 급부상 중인 ‘선비세상’에 들러보자. 2002년 순흥면 선비촌 인근 부지 96만 970㎡에 조성된 선비세상은 고(故) 이어령 교수의 자문을 받아 한옥, 한복, 한식, 한지, 한글, 한음악 등 6개 테마촌으로 꾸며졌다.
테마촌에서는 각각의 전통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다. 특히 첨단 매체와 기술을 활용한 인터렉티브 콘텐츠는 다른 곳에서는 만나기 힘든 선비세상만의 특별한 콘텐츠다.
경북 북부 유교문화권역 개발사업의 하나로 조성된 선비세상은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조선의 선비처럼 입고, 자고, 먹고, 익히고, 즐기며 선비 정신을 함양하고 한국 문화를 널리 알리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문화테마파크인 만큼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한지 만들기 체험이 인기다. 원래 한지는 닥나무 손질에서부터 삶기, 씻기, 고르기, 뜨기, 말리기 등 무려 9단계를 거쳐야 하지만 체험관에서는 마지막 단계인 한지 뜨기와 말리기만 압축해서 남녀노소 누구나 재미있게 한지를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직접 만든 한지를 받아든 뒤에는 한지문화관 한 켠에 마련된 대형 탁자에서 미리 준비된 붓을 활용해 캘리그라피로 시를 쓰거나 원하는 그림을 그릴 수도 있다. 가족 단위 여행객이나 외국인들이 매우 좋아할 만한 프로그램이다.
술에 취하고 문화에 취하는 전통주 체험 명소 ‘만수주조’
해가 뉘엿뉘엿 서산에 걸리면 하루를 마무리하는 맛있는 술 한 잔이 간절해진다. 이 때 마지막 코스로 딱 가기 좋은 곳이 만수주조다. 2010년 창업해 2대째 운영 중인 양조장 만수주조는 2021년 5월 KBS1 ‘김영철의 동네 한바퀴’ 121회에 방송됐을 정도로 영주에서 손꼽히는 명소다. 창업자 아버지의 뒤를 이은 이보영 대표는 기존의 술도가와는 다른 ‘문화를 담은 술도가’로 이곳을 키워 가고 있다.
얼핏 양조장이라 하면 술만 제조하는 곳이라 생각하기 쉬우나 만수주조는 술 생산뿐 아니라 누룩쿠키와 주박버블폼클렌징 등 양조장 굿즈 제작, 주안상 체험, 전통주와 함께하는 문화 공연까지 전통주와 라이프스타일을 결합한 다양한 문화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문화 공연은 술과 아티스트라는 단어를 결합한 ‘주(酒)디스트’라는 이름의 회사를 창업해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양조장 한쪽의 정원에서 재즈, 클래식, 가야금, 해금 등 여러 분야의 아티스트들이 공연을 펼쳤으며 막걸리 칵테일, 술 권하는 토크쇼 등 풍성한 콘텐츠를 통해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다채롭게 전통주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2014년부터는 술빚기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발효체험학교 띄움’이라는 소기업을 창업해 관광객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막걸리 만들기 체험은 거품 뺀 가격으로 누구나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다.
풍기 인삼 놓칠 수 없지 ‘풍기인삼홍삼센터’
여행지에 왔다면 빠질 수 없는 그것, 바로 특산품 구입이다. 특히 영주는 사과, 한우, 인삼, 인견 등 전국적으로 유명한 특산품이 많은 곳이다. 올해는 특히 인삼이 풍년이라 하니 고마운 이들에게 선물해보자.
풍기역에서 택시로 5분 거리에 있는 풍기인삼홍삼센터는 여행길 마지막에 들르기 좋다. 인삼, 홍삼, 홍삼 관련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는 도소매시장으로 주차장이 넓고 상가들이 실내에 입점되어 있어 쾌적하게 쇼핑할 수 있다. 센터 한쪽에는 세척실이 있어 원한다면 구입한 인삼을 즉석에서 씻을 수 있고, 각 매장에서 저렴한 가격에 세척해주기도 한다.
센터 중앙홀에서는 인삼주 만들기와 인삼디퓨저 만들기 체험도 할 수 있다. 인삼주 만들기 체험은 5분 정도 소요되며 센터 측에서 미리 준비한 인삼을 병에 넣고 술을 붓는 방식으로 간단하게 진행된다. 체험비는 7천원으로 비교적 저렴한 편인데, 이중 2천원은 센터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쿠폰으로 되돌려준다.
KTX와 관광택시로 시간도, 돈도 절약하는 영주 여행
‘KTX-이음’ 열차를 이용하면 서울 청량리 역에서 영주까지 약 1시간 40분이면 도착한다. 영주 관광택시는 관외 주민만 이용할 수 있으며 최소 여행 5일 전 (주)로이쿠 앱이나 영주시 홈페이지() 내 문화관광 메뉴에서 미리 예약해야 한다.
요금은 이용 인원이 아닌 택시 1대당으로 계산되는데, 4시간 코스 8만원, 6시간 코스 12만원이다. 최대 4인까지 탑승할 수 있고 반려견 동반탑승도 가능하다. 시에서 50%까지 요금이 지원되므로 4시간은 4만원, 6시간은 6만원에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4인이 이용한다면 시간당 1만원에 영주 관광택시를 대절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용 시간을 초과했을 때는 추가 1시간당 2만원이 증액되며 이때부터는 전액 자부담이니 참고하자.
2024년부터는 KTX 출발역이 서울역까지 연장될 예정이다. 영주관광택시 역시 2024년부터 8시간 코스가 추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