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경제리뷰] 1954년 적산기업 매각

2023-11-27     어기선 기자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6.25 전쟁은 한반도를 완전히 황폐화하게 만들었고, 이승만 정부의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게 했다. 이에 이승만 정부가 생각한 것은 조선총독부와 일본인이 보유했던 토지와 기업체를 팔 생각을 했다. 그것이 바로 1954년 적산기업 매각 조치였다. 토지는 1950년 6월 토지개혁을 통해 정리가 됐고, 적산가옥은 해방 이후 곧바로 매각이 됐지만 기업체만 남아있었다. 이에 이승만 정권은 일본제국주의가 버리고 떠난 기업체들을 팔아치워 재정을 안정화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이제 적산기업 매각은 1954년부터 본격화됐다. 다만 기준도 없고, 말도 안되는 저렴한 가격에 팔아치운 것이다. 이것이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제조업 국가로

적산 기업의 매각은 악영향을 끼친 것은 맞지만 긍정적인 영향도 끼쳤다. 그것은 바로 제조업 국가로 변화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것은 곧 신흥 재벌의 탄생이다. 기존 재벌이 반민족행위자로 몰려 힘을 쓰지 못하고 있을 때 적산기업을 저렴한 가격으로 인수하면서 그에 따라 큰 성장을 이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경제발전이 1960년대 박정희 정권 당시 경제개발5개년계획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지만 그보다는 오히려 적산기업 매각이 그 밑바탕을 이뤘다고 할 수 있다. 적산기업을 저렴한 가격으로 인수한 신흥재벌들이 우리나라 산업계의 주역으로 등장하게 됐고, 그것이 경제발전에 역할을 하게 됐다. 그로 인해 우리나라가 제조업 국가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정경유착의 단초 제공

하지만 이것이 곧 정경유착의 단초를 제공했다. 우리나라 경제성장사에서 정경유착이 가장 큰 문제였는데 이것은 적산기업의 매각으로부터 출발한다. 적산기업을 이승만 정부가 신흥 재벌에게 저렴한 가격에 매각을 했기 때문에 신흥재벌로 성장할 수 있었고, 그것은 정부와 결탁을 하면 기업이 성장한다는 믿음을 갖게 만들었다. 이후 박정희 정권과 전두환 정권 그리고 노태우 정권 등을 거치면서 기업과 정부는 한몸이 되면서 정경유착이 이뤄졌다. 하지만 김영삼 정권 말기 IMF 외환위기를 기처면서 정경유착의 고리가 점차 약화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