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통한 과거리뷰] 29일, 29만원, 29%

2023-11-29     박영주 기자
[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29’라는 숫자에는 많은 역사 속 사건들이 엮여 있다.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린 김현희 사건이 발생한 날이 ‘29일’이었고, 전두환 전 대통령의 ‘전 재산 29만원’ 주장도 희대의 망언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최근에는 LG트윈스가 29년 만에 우승을 하며 29% 할인 행사를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1987년

#29일

지금으로부터 36년 전인 1987년 11월29일은 김현희 사건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진 ‘대한항공 KAL 858기 폭파 사건’이 발생한 날이다. 당시 항공기에 타고 있던 탑승객 115명이 전원사망해 한국은 물론 전세계를 경악케 했다.  이 사건은 최근 SBS 프로그램 꼬꼬무(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서 다뤄지며 재조명된 바 있다. 당시 북한은 88올림픽 개최 방해를 위해 “대한항공 여객기를 폭파하라”는 지령을 내렸고 대남공작원인 김현희가 ‘하치야 마유미’라는 일본인으로 가장해 비행기를 폭파했다.  김현희는 공범 김승일과 음독 자살을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입에 재갈이 물린 채 대한민국으로 압송됐다. 선거일 바로 전날 김현희가 압송돼서 왔기 때문에 이는 TV를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됐고 ‘북풍’으로 인한 노태우 정권의 탄생에 큰 영향을 미쳤다. 김현희는 1990년 3월27일 사형선고를 받았지만 16일 만에 노태우 대통령에 의해 ‘특별사면’ 됐고, 이후 자신을 경호했던 전직 안기부 직원과 결혼해 슬하에 1남1녀를 뒀다. 유해는 물론 폭파된 비행기 잔해나 유품조차 발견하지 못한 정부가 폭파범 김현희를 특별사면하자, 유가족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들은 최근에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에 해당 사건의 진상규명을 신청하는 등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9만원

“내 전 재산은 29만원”이라며 막대한 규모의 추징금 납부를 거부한 이가 있다. 바로 故전두환 전 대통령이다.  그는 재임 중 대기업들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1997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돼 2205억원의 추징금을 선고 받았다. 이에 대해 그는 2003년 6월23일 법원에서 자신의 재산이 ‘29만원’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전두환의 재산을 추적해 일부를 추징했지만, 현재까지도 922억 7800만원은 미납상태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전 재산이 ‘29만원’ 밖에 없다는 그의 주장과는 달리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즐기고, 고급 식당에서 12‧12 군사정변 주역들과 샥스핀 등이 포함된 코스요리를 먹거나, 손녀가 최고급 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등 호화로운 생활은 언론에 고스란히 보도됐다.  여기에 더해 올해 초, 그의 손자인 전우원 씨가 ‘전두환 비자금’ 등에 대한 폭로를 이어가면서 그의 숨겨진 재산에 대한 추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29만원 밖에 없다던 전두환 일가는 생전 호화생활은 물론 3대 재산상속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를 찾아 사과한 노태우 전 대통령과 달리, 故전두환 전 대통령은 광주 5·18 민주화 운동 유가족들에게 끝내 사과 한마디 하지 않은 채 향년 90세의 나이로 2021년 11월23일 생을 마감했다.  최근 전두환 신군부의 12·12 군사반란을 조명한 영화 ‘서울의 봄’이 개봉되면서, 그의 과거에 대해 다시금 국민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9%

최근에는 프로야구팀 LG트윈스가 한국시리즈 29년 만에 우승을 하면서, 이를 기념해 LG전자에서 가전제품 29% 특별 세일 이벤트를 진행한 바 있다.  LG트윈스는 1994년에 이어 2023년 우승하며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손에 쥐었다. 구본무 선대 회장이 남긴 우승기념 선물 ‘롤렉스 시계’가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인 주장 오지환에게 전달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오랫동안 기다린 우승이었기 때문에 LG그룹은 LG전자‧LG생활건강‧LG유플러스 등 주요 계열사 등을 중심으로 대대적 할인행사에 나섰다.  특히 LG전자는 가전제품 29% 특별 세일 이벤트를 진행하며 15개 품목을 500대 한정수량으로 할인했다. 행사 당일 수만명이 몰리면서 홈페이지는 먹통이 됐고, 2시간도 안 돼서 준비된 제품들은 동이 나버렸다.  좀처럼 보기 힘든 대규모 가전 할인이었지만 서버관리 부실 및 수량한정 등을 놓고 아쉬운 평가도 적지 않았다. 아예 경쟁사인 삼성전자는 “우리는 30% 할인에 나선다”고 맞불을 놓았다. 많은 소비자들은 “접속조차 하지 못한 채 행사가 끝나버렸다”, “29년 만의 우승이라면서 이왕 하는 김에 화끈하게 했으면 좋았을텐데 아쉬웠다”, “온라인 최저가와 비교하면 별반 다를 바 없던데”, “누가 보면 삼성이 30년 만에 우승한 줄 알겠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