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통한 과거리뷰] 여대 이력서와 LH…블라인드 수사 가능할까

2023-11-30     박영주 기자

[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국내 유명 금융그룹 소속의 채용실무자가 ‘여대 출신 이력서는 거른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면서, 고용노동부가 실태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해당 글을 쓴 사람이 정말로 채용을 담당하는 실무자인지 판단하려면 게시자를 특정해야 하는데, 익명앱 블라인드의 특성상 개인정보가 암호화돼 가입자 정보를 수사기관에 줄 수 없어 기업에 대한 수사는 가능해도 게시자에 대한 수사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례로 지난 2012년 LH(한국토지주택공사) 임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진 당시 블라인드에 LH 직원 계정으로 “꼬우면 이직하든가”라는 조롱성 글을 게시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특정해내지 못해 사건이 종결됐다. 
블라인드에

#여대 출신 이력서는 거른다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페미 때문에 여자들 더 손해보는거 같은데?’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  해당 글에는 “일단 우리 부서만 해도 이력서 올라오면 여대는 다 걸러버림ㅋㅋ 내가 실무자라 서류평가 하는데 여자라고 무조건 떨구진 않는데 여대 나왔으면 그냥 자소서 안읽고 불합처리줌ㅋㅋ 이번에 넥슨사태 보니 게임회사도 이제 여자 좀 거르는 팀들 생겨날거 같은데?”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다른 이들이 글을 지우지말라며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고 하자, 게시자는 “난 글 안지울거니까 신고하고 결과 좀 알려줘라ㅋㅋㅋ”라고 썼다.  하지만 29일 고용노동부는 익명신고센터를 통해 특정 기업에서 여대 출신 구직자에게 채용상 불이익을 준다는 신고가 나흘간 약 2800건 접수됐다며 실태조사에 착수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글을 안 지울거라는 게시자의 말과 달리 문제의 글은 삭제됐다.  남녀고용평등법상 사업주는 근로자를 모집하거나 채용할 때 남녀를 차별해선 안 되며 직무수행에 필요하지 않은 용모 등 신체적 조건을 요구해선 안 된다. 위반시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현재 해당 업체에서는 사실무근이라며 블라인드 채용을 하고 있기 때문에 여대 출신이라고 떨어뜨리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LH

#꼬우면 니들도 이직하든가 vs 28층이라 하나도 안들림 개꿀

업계에서는 고용노동부가 실태조사에 나선다 하더라도 블라인드로부터 해당 게시자의 신원정보를 확보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례로 지난 2021년 LH 임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한 LH직원이 블라인드에 “우리 회사만의 혜택이자 복지인데 꼬우면 니들도 우리 회사로 이직하든가. 공부 못해서 못 와놓고 꼬투리 하나 잡았다고 조리돌림”이라는 조롱성 글을 써 국민들의 공분을 산 바 있다. 당시 정세균 국무총리는 “참으로 온당치 않은 행태”라며 가능한 방법을 통해 조사해서 책임을 묻겠다고 예고했고, 경찰은 해당 인물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얻고자 블라인드 한국본사에 IP 등 관련 정보를 요청했다. 하지만 블라인드 본사는 개인정보를 시스템 내부에 저장하지 않고 곧바로 암호화된다며 가입자 정보를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경찰이 미국 블라인드 본사에 이메일로 2차례에 걸쳐 압수수색 영장을 보내 참고자료를 요청했지만 받을 수 없었다.  결국 신원파악을 하지 못해 해당 글 작성자에 대한 처분은 이뤄지지 않았다. 사실상 블라인드에 대한 압수수색은 ‘허탕’으로 끝난 셈이었다.  반면 같은 LH직원이라 하더라도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저희 본부엔 동자동 재개발 반대시위함. 근데 28층이라 하나도 안 들림 개꿀”이라는 메시지를 남긴 직원은 특정됐다.  2020년 LH에 입사해 2021년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수도권주택공급특별본부 공공정비사업처 소속이었던 사원 A씨는 내부감사를 통해 추정됐고, 해임조치 됐다.  물론 블라인드에 글을 쓴 사람이 색출된 사례도 최근에 있었다. 올해 8월 블라인드에 ‘경찰청’ 소속의 한 회사원이 “오늘 저녁 강남역 1번 출구에서 칼부림한다”는 게시물을 올려 논란이 된 바 있는데, 하루 만에 경찰을 사칭해 글을 쓴 30대 회사원이 검거된 바 있다. 당시 블라인드의 익명성에 의구심을 표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경찰은 블라인드를 통해 정보를 제공 받지 않고 자력으로 수사해 다른 경로를 통해 피의자를 특정해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