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박성수 회장, 이랜드건설 일감 몰아주기로 사익편취 의혹 논란

이랜드건설 내부거래 비중 2020년 56.9%에서 지난해 73.1%로 급증 마곡R&D센터, 제주 애월 테마파크 등 그룹 발주 건설현장 대부분 ‘수의계약’ 박 회장 지분 40.67%의 이랜드월드, 직간접으로 이랜드건설 지분 100% 소유

2023-12-01     최용운 기자
이랜드
[파이낸셜리뷰=최용운 기자] 이랜드건설이 그룹 내 일감 몰아주기로 배불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며 논란이 일고 있다. 그룹 내에서 이랜드건설이 벌어들이는 내부거래 비중이 매출액의 70%를 넘어서는 등 과도한 일감 몰아주기라는 지적이다. 연간 매출액이 2천억에 달하는 이랜드건설의 내부거래를 제외한 매출은 약 500억원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랜드건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랜드건설의 지난해 내부거래 금액은 1430억원으로 전체 매출액 1956억원의 73.1%에 달한다. 내부거래 비중은 지난 2020년 56.9%, 2021년 62.6%에 이어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최근 대기업 그룹 산하 건설사들이 자구노력을 통해 내부거래를 줄여가는 흐름에 역행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30일까지 확인된 이랜드건설의 올해 내부거래 금액은 1655억원으로 최근 5년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매출이 미확정이라 지난해 매출을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 이미 80% 이상을 내부거래를 통해 벌어들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매출이 최종 집계되면 이 수치는 더 늘어나거나 줄어들 수 있다.
이랜드건설
이랜드건설

이랜드그룹, 이랜드건설에 ‘수의계약’으로 안정적인 일감 몰아줘

최근 많은 대기업 그룹사들은 계열 건설사와의 수의계약을 지양하는 분위기다. 경쟁입찰을 통해 기술력과 공사비 등을 따져 더 경쟁력 있는 시공사를 선택해 실리를 추구함과 동시에 일감 몰아주기라는 비판에서 벗어나는 효과도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이랜드그룹은 대부분 수의계약으로 이랜드건설에 일감을 안정적으로 몰아주고 있다. 이랜드건설의 사업현장은 대주주인 이랜드월드 및 이랜드리테일이 발주한 마곡R&D센터와 제주도 애월읍에 문화복합단지로 건설 중인 이랜드테마파크제주 그리고 켄싱턴리조트를 운영하고 있는 이랜드파크가 발주한 강원도의 설악비치1 신축공사 등이 있다.
이랜드파크가
총 사업비 1300억원 규모의 마곡R&D센터는 올해 준공해 내년에 입주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시에 따르면 올해 이 현장에 투입되는 자금만 1046억원으로 이랜드건설의 대주주가 가장 큰 고객인 셈이다. 당초 2018년 완공 목표였던 마곡R&D센터는 그룹 재무구조가 열악해진 영향으로 공사가 늦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준공 후 이랜드그룹 내 패션·식품·신재생에너지 등 3가지 연구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랜드월드가 이랜드건설에 준 일감은 지난 2021년 306억원, 2022년 419억원으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랜드리테일도 지난해 468억원으로 가장 많은 일감을 준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랜드건설은 그룹 내 계열사 일감 모두를 수의계약을 통해 ‘안정적’으로 가져온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서는 이와 같은 수의계약이 지방 건설사 입장에서 불평등 논란과 건설현장 하청구조 등에서 문제의 소지 가능성 등 공정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그룹사들은 건설 계열사가 있어도 기술력과 공사비 등을 꼼꼼하게 따져가며 공사 단가를 낮추기 위해 수의계약은 지양하는 추세”라면서 “경쟁입찰을 통해 더욱 공정하고 철저하게 비교 평가해 발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부거래 제외한 이랜드건설은 지방 중소기업 수준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이랜드건설의 2023년 종합건설사업자 시공능력평가액은 1958억원으로 순위는 134위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1956억원으로 시공능력평가액과 비교했을 때 다른 일감을 추가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평가되는 대목이다. 내부거래를 제외한 이랜드건설의 지난해 매출액은 526억원으로 시공능력평가 438위의 제주도 소재 세기건설의 시공능력평가액(528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랜드그룹 내부거래를 제외하면 소규모 건설사 수준에 그치는 기업이 그룹의 후광으로 몸집을 불린 ‘혜택’을 본 것으로 풀이된다. 이 혜택은 고스란히 모회사인 이랜드월드와 이랜드리테일로 올라가고 이랜드리테일의 100% 지분은 이랜드월드가 보유하고 있으므로 결국 이랜드월드의 최대주주인 박성수 회장에게 이익이 집중되는 구조인 셈이다. 이랜드월드는 그룹의 소유·지배구조 정점으로 그룹 총수인 박 회장과 특수관계인 등이 지분 99.7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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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건설, 공정위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 될 듯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상장 여부와 상관없이 총수일가 보유지분 20% 이상의 기업이 지분 50%를 초과 보유한 자회사도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에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말 기준으로 이랜드건설의 주식지분은 이랜드월드(49.8%)와 이랜드리테일 (50.2%)이 양분하고 있다. 이랜드리테일 지분 100%를 이랜드월드가 보유하고 있고, 이랜드월드의 지분 40.67%를 그룹 총수인 박 회장이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박성수 회장→이랜드월드/이랜드리테일→이랜드건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상 이랜드건설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에 해당된다는 해석이 나올 수 있다. 결국 일감 몰아주기로 배를 불린 이랜드건설의 이익이 박 회장에게 흘러 들어가는 구조로 사익편취 의혹도 제기된다. 본지가 공정거래위원회에 문의한 바에 따르면 이랜드건설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에 해당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총수일가가 지분 2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가 자회사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5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 해당 자회사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에 해당된다”면서 “다만 법위반 행위성립 여부는 세부적인 조사를 통해 확인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가 지난 4월 발표한 ‘2023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결과’에 따르면 이랜드그룹의 자산순위는 쿠팡에 이은 46위를 차지했다. 계열사 33개에 자산총액은 10조6620억원에 이른다. 이랜드그룹의 자산총액은 지난해 10조340억원에 비해 6280억원이 증가했고, 계열사도 같은 해 31개에서 2개 늘어나 순위도 47위에서 한 계단 올라선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법인 예화 윤범준 변호사는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외부기업의 공정한 경쟁 기회를 박탈하고, 기업집단 내 외부주주의 이익을 빼앗아 총수일가가 이를 독식하는 것으로서 반드시 근절되어야 할 반시장적 행위”라고 설명했다. 윤 변호사는 이어 “내부거래에는 여러 사정과 다양한 원인이 존재하고 법 위반 여부를 논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법률요건을 검토해 봐야 하므로, 이랜드그룹의 내부거래를 일감 몰아주기로 단정해 몰아세우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면서 “다만 이랜드건설의 수의계약에 의한 내부거래가 총매출액 대비 높은 비율이고 금액도 상당한 것은 사실이므로, 이에 대한 충분한 조사를 통해 법 위반 여부를 따져볼 필요는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것에 대해 “코로나19 이후 불경기 지속으로 외부공사 착공지연이 많아져 상대적으로 내부공사 비중이 높아진 것으로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또,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 여부에 대해서는 “이랜드건설은 규제대상에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