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리뷰] ‘셀프연임’ 없앤 소유분산 기업들…KT‧포스코‧KT&G
2023-12-08 박영주 기자
[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KT&G가 7일 이사회를 열고 현직사장에 대한 우선심사조항을 삭제하기로 했다. 사장 선임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함이다.
이로써 KT(한국통신), 포스코(포항제철), KT&G(한국담배인삼공사) 등 정부가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가 민영화된 소유분산 기업들에서 ‘현직 우선심사조항’이 사라지게 됐다.
현재 업계 안팎에서는 KT&G 백복인 사장의 연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1993년 공채로 입사한 백 사장은 2015년부터 올해까지 벌써 9년째 KT&G 사령탑을 맡고 있다. 그동안 KT&G의 실적은 2015년 매출 기준 4조1698억원에서 2022년 5조8514억원까지 올랐다.
특히 올해 3분기에는 연결기준 매출액이 1조6895억원으로 분기사상 최고치를 달성한 만큼 실적 면에서는 연임에 힘이 실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백 사장은 오는 2027년까지 4조원을 투자해 매출 10조원을 달성한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과거 정부투자기업 내지 공기업이었다가 민영화되면서 소유가 분산된 기업들은 소위 ‘스튜어드십 코드’라는 것이 작동돼야 한다. 모럴해저드가 일어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소유분산기업들의 고심이 깊어졌다.
투명성과 공정성을 중시하는 글로벌 트렌드에 발맞춰 KT&G는 지난 7일 이사회를 열고 차기 사장 후보자 선정 절차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거쳐, 현직사장이 연임의사를 밝힐 경우 다른 후보자에 우선해 심사하는 조항을 삭제했다.
지배구조위원회와 사장후보추천위원회 위원은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적인 사외이사로 전원 구성해 사장 선임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제고한다는 설명이다.
포스코 역시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포스코 최정우 회장의 ‘3연임’을 놓고 셀프연임 논란이 있는 현직 우선심사 조항이 삭제된다. 앞서 포스코홀딩스는 12월19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그동안 ‘선진지배구조 태스크포스(TF)’가 작업해온 회장 선임절차 개정안을 의결할 계획으로 알려진 바 있다.
현행 제도는 현 회장이 연임의사를 밝히면 경쟁자 없이 단독으로 자격심사를 받게 돼있지만, 개정 이후에는 최정우 회장이 연임의사를 밝히더라도 다른 후보들과 함께 심사를 받게돼 ‘셀프연임’ 논란을 해소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일각에서는 최정우 회장이 기존 철강 중심에서 벗어나 2차전지 등 신성장 동력을 꾀하긴 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길에 동행하지 못하며 ‘패싱 논란’이 일었고, 태풍 카눈이 북상하는 가운데 해외이사회 명목으로 캐나다에서 사외이사들과 골프를 쳤다는 논란도 있었다. 이 때문에 3연임으로까지 이어지기는 다소 어려울 수 있다는 이야기가 적지 않다.
또다른 소유분산 기업 KT는 이미 현직 우선심사제로 몸살을 앓은 전례가 있다.
지난해 11월 당시 구현모 KT 대표는 연임에 도전해 우선심사제도에 따라 연임 적격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한 우려를 내비치면서 사실상 반대의사를 표했고, 압박을 느낀 것인지 구현모 대표는 중도 하차했다.
구현모 대표의 뒤를 이어 그의 최측근으로 불렸던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이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결정됐지만, 끝내 스스로 물러나면서 무려 8개월 가량 KT의 경영공백이 현실화 됐다.
이후 KT는 지난 8월30일 김영섭 차기 대표이사 후보자를 선임하고, 쇄신이라는 이름 하에 내부적으로 구현모 시절 당시 실장급 이상 임원을 대폭 교체하며 ‘구현모 지우기’를 단행했다.
KT의 사례가 있었던 만큼, 현직 우선심사제로 연임이 된다 하더라도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다른 기업들에게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포스코 최정우 회장의 경우 윤석열 정부와의 불화설이 끊이질 않았던 만큼 더더욱 현직 우선심사제 개정이 불가피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