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혁 칼럼] 그릿 열풍

2023-12-15     김진혁
[파이낸셜리뷰] 성공하려면 꼭 뛰어난 재능이 필요한가? 미국 심리학자 엔젤라 더크워스 박사는 10년간에 걸친 사례와 실험을 통해 성공에 결정적인 역할을 미치는 것은 재능이 아니라 ‘그릿(GRIT)’이라고 이론을 제시했다. 그릿은 성장(Growth), 회복력(Resilience), 내재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 끈기(Tenacity)의 줄임말이다. 성공을 이끄는 요인은 야망을 품고, 자신의 능력과 한계를 아는 자기 객관화 능력, 좌절하지 않는 회복력과 불굴의 투지라는 것이다. 미국 고등학교 상위 1% 엘리트에게만 입학을 허가하는 웨스트포인트가 있다. 공부만 잘한다고 입학할 수 없다. 육군사관학교 졸업은 인생 성공을 의미하기에 많은 고등학생이 입학하기 위해 2년 동안 준비한다. 입학해도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다. 일명 '야수의 막사'(Beast Barracks)로 불리는 미국 육사(웨스트포인트)의 신입생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매년 입학생들을 상대로 1학년 과정을 시작하기 전 6주간에 걸쳐 기초 군사 훈련을 실시한다. 특이한 것은 전국 각지에서 어마어마한 경쟁의 관문을 뚫고 들어온 이 우수한 인재들의 5%가량이 매년 스스로 중도 하차한다. 2004년의 경우 1천218명 가운데 71명이 4년 전액 장학금을 받고 육사를 다닐 기회를 스스로 포기했다. 입학 첫 여름 '비스트 배럭스'라는 지옥 훈련을 받는 도중 퇴학한다. 익숙지 않은 단체 생활이 기본. 7주 훈련 동안 새벽 5:00 기상, 저녁 21:00 취침까지 하루 16시간 동안 쉴 틈 없이 테스트를 받는다. 그렇다면, 어떤 생도가 '비스트'를 통과할까? 능력이 부족해서 퇴학당하는 경우는 드물다. 정말 중요한 것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 태도이다. ‘그릿’이 있는 학생은 어떠한 어려움과 역경에 처하더라도 자신이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를 위해 끝까지 해낸다. 더크워스 교수는 그릿을 얻기 위한 4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첫째는 자신이 하는 일을 진정으로 즐긴다. 둘째는 약점을 극복하는 연습으로 어제보다 잘하려고 매일 집중적으로 반복하여 연습하는 끈기이다. 셋째는 제시한 목적의 수행으로 자신이 아닌 누군가를 이롭게 하려는 마음이다. 마지막은 희망이다. 실패는 자신의 성장을 위한 경험이라고 생각하면서 역경을 이겨내는 마음가짐이다. 더크워스교수도 그릿을 만병통치약이라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또 다른 인간이 가진 끈기의 힘을 과학적으로 제시한 사례가 있다. 1940년 미국 하버드대 학생을 대상으로 일종의 체력 검증을 했다.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최고 속도의 러닝머신에서 5분간 뛰도록 하는 실험이었다. 학생들의 열정·끈기·집념 등을 측정하기 위한 높은 강도의 뜀박질 탓에 5분을 버틴 학생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데 40년이 지난 뒤 놀라운 사실이 발견됐다. 실험에 참여한 학생들의 직업, 연봉, 삶의 만족도를 기준으로 성공한 사람들을 추적한 결과, 대부분은 5분 이상 뛴 학생들이었다. 인간의 한계라고 느낀 순간까지 한 걸음이라도 더 뛰려고 노력했던 학생들이 성공한다는 사실을 알려준 실험이었다. 성공한 사람들의 가장 큰 공통점은 끈기와 열정, 꾸준함이라는 것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절대 포기하지 않은 열정적 끈기의 힘(Grit)을 믿어보자. 천재숭배, 학벌 신화를 극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