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혁 칼럼] 도전과 응전

2024-12-22     김진혁
[파이낸셜리뷰] 토인비는 저서 ‘역사의 연구’에서 인류의 역사를 도전과 응전의 과정으로 보았다. 도전에 효과적으로 응전했던 민족은 살아남았지만, 그렇지 못한 문명은 소멸한다. 가혹한 환경이 인류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다. 그는 강연에서 청어 이야기를 인용했다. 먼바다 북해에서 잡히는 청어가 런던에 도착할 때는 대부분 죽는다. 언제부터인지 살아있는 청어가 수산시장에 공급되기 시작했다. 그 비결은 수조에 청어의 천적인 물 메기 몇 마리를 함께 넣었다. 그러면 청어들은 물 메기에게 잡혀 먹히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도망 다닌다. 물 메기의 공격으로 몇 마리 청어는 죽겠지만 대부분 청어는 살아서 냉동 청어에 비해 2배 정도 비싼 값에 팔렸다. 캐나다 북부 초원 지역에 사슴과 이리가 함께 살고 있었다. 이리가 사슴을 잡아먹어 개체 수가 빠르게 줄어들자 주 정부의 이리 박멸 작전을 펼쳤다. 사슴의 개체 수가 급격히 늘었지만, 그것도 잠시, 사슴들의 번식력이 크게 떨어지고 병약해지면서 집단적으로 병들어 죽어갔다. 그 원인은 천적 이리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도도새(멍청이)는 인도양의 작은 섬 모리셔스에서 서식하는 새였다. 모리셔스는 자연환경이 뛰어나고 먹이가 사방에 널려 있는 데다가 천적마저 없었다. 그러니 애써 날아오를 필요가 없었다. 그러다가 사람들의 발걸음이 늘어나고 다른 동물들이 유입되면서 멸종되어 버렸다. 이집트 문명을 일으킨 민족은 아프리카 북쪽에서 수렵생활을 하던 부족들이다. 강우 전선이 북쪽으로 이전하자 살던 곳이 사막지대로 변하기 시작했다. 이때 부족은 세 부류로 나뉜다. 그 자리에 남아서 그냥 그대로 살아간 부족 그들은 소멸되었다. 강우 전선을 따라 북쪽으로 간 부족도 그곳에서 사라져버렸다. 그러나 맹수와 독사들이 우글거리는 나일강 지역으로 이주하여  농경과 목축, 어업으로 생활 방식을 바꾼 부족들은 찬란한 이집트 문명을 만들어냈다. 나일강 범람을 막기 위해 천문학, 기하학, 제방술도 발전시켰고, 그 결과 불가사의한 피라미드를 만들어낸 찬란한 문화를 창조한 것이다. 세계 인구의 0.3%에 불과한 유대인이 노벨상 수상자의 30%를 배출했으며 세계적인 부자의 절반 정도가 유대인이다. 이들은 받아주는 국가가 없어 2천 년 동안 떠돌이 생활을 했다. 유대인들은 제1, 2차 세계대전을 치른 후 미국으로 몰려와서 척박했던 허드슨강을 일구고 개간에 성공해서 지금의 월가를 구축했다. 시련을 응전의 기회로 삼고 도전의 씨앗을 뿌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