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경제리뷰] 강도 얼짱 그리고 뷰티 프리미엄

2023-12-27     어기선 기자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강도 얼짱 사건은 2003년 발생한 인터넷 신드롬의 주인공이다. 수배 명단에 얼굴을 올린 범죄자이지만 외모 때문에 인터넷에서 파장을 일으킨 사건이다. 이른바 뷰티 프리미엄 혹은 외모 프리미엄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2004년 2월 체포될 당시 이모씨는 22세였다. 현재로서는 마흔 초반 정도 됐다. 이씨는 2003년 1월 경상북도 포항시 한 카풀 승강장에서 피해자를 태워주는 것처럼 속인 후 칼로 위협하고, 금품과 카드를 빼앗은 혐의로 공개수배됐다. 그런데 수배 전단에 이씨의 사진이 공개되면서 ‘키 165cm 미인형’이라고 적었다. 수배 전단에 올린 사진은 이른바 ‘얼짱 각도’가 아니라 머그샷 형태의 사진이었다. 그런데 해당 사진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누리꾼이 인터넷에 올리자

한 누리꾼이 공개 수배 전단을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해서 인터넷에 올리자 누리꾼들은 ‘강도 얼짱’이라고 별명을 붙여줬다. 그러면서 ‘팬카페’까지 만들어졌다. 그것은 당시 ‘얼짱 신드롬’이 대유행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이씨를 미화하면서 이씨를 추앙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뉴스에서도 보도가 될 정도로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켰다. 범죄자를 추앙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이씨는 공개수배로 인해 인터넷에서 유명인사가 되자 강원도 속초로 도망친 후 원룸을 얻어 장기 도피 생활에 들어갔다. 하지만 포항북부경찰서는 이씨가 어머니와 연락을 주고 받는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어머니를 미행해 수배 1년 만인 2004년 2월 23일 저녁 이 씨를 강원도 양양군 낙산사 앞 바닷가에서 체포됐다. 이후 특수강도(납치, 폭행) 혐의로 구속됐 이씨는 징역 2년 5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문제는 이씨가 검거되자 인터넷에서는 구명운동이 벌어졌다. 이씨는 체포된 후 경찰에서 “터넷에 카페가 생기고 난 뒤 사람들이 알아볼까 불안했다. 쫓겨 다니는 동안 바깥 출입은 거의 못했다. 혹시라도 외출할 경우엔 안경과 모자를 항상 쓰고 다녔다”고 말했다. 또한 ‘강도 얼짱’ 신드롬이 일어난 것에 대해 “기가 막혔다.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사회적으로도 팬카페에 대한 비난이 일어나자 결국 팬카페는 폐쇄됐다.

외모 프리미엄

강도 얼짱 사건은 외모 프리미엄의 대표적인 사례라는 평가가 있다. 외모 프리미엄이란 좋은 외모가 조직의 생산성과 개인의 임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좋은 외모를 가진 종업원의 서비스로 인해 조직성과가 높아지게 되면 개별 임금 역시상승하게 된다는 경제학에서 쓰이는 말이다. 소비자의 선호가 조직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지원자의 외모가 선발결정에 중요하게 작용한다. 실제로 편의점 등 자영업자들의 매출을 올리기 위해 ‘미남’ 혹은 ‘미녀’를 아르바이트로 고용하는 경우도 외모 프리미엄을 노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불과 얼마 전 모 기업에서는 외모가 다른 사람에 비해 다소 뛰어난 사람을 채용하기도 한 것도 외모 프리미엄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