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경제리뷰] 네로 명령
2023-12-28 어기선 기자
패망 짙어지자
1945년 3월 19일 히틀러는 패망이 확실시 되자 네로 명령을 내렸다. 그것은 자기 파괴 명령이다. “독일 내 모든 군사적 교통수단, 방송 장비, 산업시설과 생활 관련 시설들을 적이 사용하지 못하도록 즉시, 혹은 가능한 한 단시간 내에 파괴하라”는 내용을 담았다. 연합군이 들어오기 전에 모든 기반을 모조리 파괴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독일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마지막 한 사람까지 마을과 도시를 사수하다 죽어라” 혹은 “무기를 손에서 놔선 안 된다” 등이 명령이 내려졌다. 그리고 도시를 버리고 도망가는 사람들을 향해서 사살하라는 명령도 내려졌다. 히틀러의 명령이 내려지자 군인들은 즉각 명령을 이행하려고 했다. 특히 나치당, SS, 나치 추종자들은 파괴 명령을 충실히 수행했다. 이런 이유로 6주간에 걸쳐, 적군의 폭격과 포격이 파괴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부숴버렸다. 또한 수많은 자국 국민들을 죽이기도 했다.그래도 파괴되지 않은 공업지대
이런 가운데 루르 공업지대의 경우 제국군수장관 알베르트 슈페어는 한스 크렙스, 발터 모델 등과 협력해서 네로 명령의 진행을 방해했다. 덕분에 독일이 패망한 이후에도 빠른 속도로 경제 회복을 할 수 있었다. 만약 이들이 네로 명령을 그대로 이행했다면 오늘날 독일의 눈부신 경제 성장이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히틀러의 네로 명령이 내려진 것은 히틀러가 사실상 황제로 등극햇기 때문이다. 1933년 히틀러는 총통이 되면서 바이마르 시대 정치인들을 대거 숙청했고, 1944년 추가로 수천명의 바이마르 시대 정치인들과 관료들이 체포됐다. 그러다보니 히틀러 추종자들만 남아서 정치 기득권을 장악하게 되면서 히틀러가 무너지면 자신도 무너진다고 생각하면서 그에 따라 네로 명령을 충실하게 이행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