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통한 과거리뷰] 회장님의 눈물

2025-01-05     박영주 기자
[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대기업 회장이 ‘눈물’을 흘렸다는 사실은 상당한 뉴스거리로 꼽힌다.  대국민 사과를 하거나 호소문을 발표하면서, 때로는 기쁨을 주체 못해 눈물을 흘렸다는 일화들이 있다. 일반적으로 ‘눈물’은 슬픔이든 기쁨이든 진정성을 담고 있기 때문에 대기업 회장의 눈물은 다양한 스토리를 품기 마련이다.  
태영건설

#태영그룹 윤세영 회장

최근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가운데, 태영그룹 창업회장인 91세의 윤세영 회장은 3일 진행된 채권단 대상 설명회에서 ‘눈물’을 흘리며 호소문을 발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회장은 호소문을 통해 “이대로 태영을 포기하는 것은 저만의 실패로 끝나지 않는다”며 “협력업체에 큰 피해를 남기게 돼 줄도산을 피할 수 없고 국가경제위기의 불씨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어떻게든 피해를 최소화해 태영과 함께해온 많은 분들이 벼랑 끝에 내몰리지 않도록 같이 살 수 있는 길을 찾게 도와 달라”고 읍소했다. 윤 회장은 호소문을 직접 읽으며 눈물까지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윤세영 창업회장의 눈물의 호소에도 채권단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했다. 오너일가 사재출연이나 핵심 계열사인 SBS 지분매각 등의 내용이 빠진 자구안을 내놓았다는 것인데,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나온 것으로 전해졋다. 실제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채권단 입장에서는 남의 뼈를 깎는 노력”이라며 “최소한의 약속부터 지키지 않아 우려와 경각심을 갖고 있다”고 날을 세웠고, 산업은행 강석훈 회장도 “당초 약속한 자구노력을 이행하지 않은 점은 주채권은행으로서 대단히 유감스러운 상황”이라 말한 바 있다. 
남양유업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와의 법적소송을 이어왔던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의 눈물도 한때 화제가 됐다.  지난 2021년 5월4일 홍원식 회장은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불가리스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함께 회장직 사퇴를 전격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홍 회장은 눈물을 내비쳤다.  불가리스 사태는 당시 남양유업이 심포지엄을 열고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를 77.8% 저감하는 효과를 확인했다는 내용을 발표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이러한 발표내용은 주가에까지 영향을 미쳤지만, 이후 질병관리청은 효과를 예상하기 어렵다고 반박했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위발표라며 고발조치에 나섰다.  결국 홍 회장은 “국민의 사랑을 받아왔지만 제가 회사의 성장만을 바라보면서 달려오다 보니 구시대적인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소비자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불가리스 사태 뿐만 아니라 남양유업에서 불거진 많은 논란들에 대해 사과했다.  하지만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며 한앤컴퍼니에 주식양도 계약을 체결했던 홍 회장은 돌연 경영에의 부당 간섭 등을 이유로 일방적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이 때문에 대국민 사과를 하며 흘렸던 눈물은 ‘악어의 눈물’이었다는 비판까지 제기됐다. 결국 해당 사건은 1심과 2심을 거쳐 대법원까지 간 끝에 최종적으로 한앤컴퍼니의 승리로 끝이 났다. 한앤컴퍼니가 홍 회장 일가의 주식을 취득하게 되면 지분율 52.63%를 확보해 남양유업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미스터피자

#미스터피자 정우현 회장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눈물을 흘린 것은 2017년 6월 미스터피자 창업주인 정우현 회장의 사례도 있었다.  당시 정우현 회장은 이른바 ‘치즈통행세’로 불렸던 가맹점 치즈 공급 갑질 논란에 대해 공식 사과하면서 회장직에서 사퇴하겠다고 선언했다. 그에 앞서서는 경비원을 폭행하는 사건도 불거졌다. 가맹점에 치즈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친인척이 관여한 업체를 통해 치즈를 비싸게 공급했으며, 이에 항의하는 가맹점주에게는 고소와 보복출점 등의 보복조치가 이어졌다. 검찰이 MP그룹을 압수수색하고 정 회장에 대한 출국금지조치를 내리자, 정 회장이 대국민사과를 한 것이다. 정 회장은 “제 잘못으로 인해 실망하셨을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눈물을 흘렸지만, 구속수사를 피하기 위한 ‘눈물 쇼’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결국 정 회장은 구속됐고, 1심과 2심에서 모두 유죄판결을 받았다.
SSG랜더스가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

앞선 사례들과는 달리 기쁨의 눈물로 화제가 된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이다. 지난 2022년 11월 프로야구팀 ‘SSG랜더스’가 창난 2년만에 한국 시리즈 우승컵을 손에 쥐었다. 한국시리즈 기간 동안 경기장을 찾아 팀을 응원했던 SSG랜더스 구단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상기된 얼굴로 눈물을 흘리며 선수들과 포옹을 나눴다. 특히 정 부회장은 흩날리는 종이꽃을 눈 밑에 붙여 ‘기쁨의 눈물’을 표현했는데, 이 사진이 세간에 공개되면서 큰 화제가 됐다. 이후 SSG랜더스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기념해 신세계그룹 이마트 등은 대규모 ‘쓱세일’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