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간택 받은 K-식품

2025-01-23     김희연 기자
[파이낸셜리뷰=김희연 기자] 지난해 고금리‧고물가 등 글로벌 위기 속에서도 라면과 김 등 K-푸드의 성장세가 돋보였다. 전 세계적으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고, K-콘텐츠가 확장되면서 K-푸드에 대한 인지도도 덩달아 상승했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특히 라면, 과자류, 음료, 쌀가공식품 등 가공식품이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각각 9억 5240만 달러(24.4%↑), 6억 5910만 달러(6.0%↑), 5억 7240만 달러(11.5%↑), 2억 1630만 달러(18.9%↑)다.
사진=픽사베이

해외에서 열광하는 ‘바다의 반도체’의 정체는?

‘바다의 반도체’는 최근 김에 붙은 별명이다. 지난 30여 년간 수출 효자였던 반도체에 빗대 붙여졌다. 한국 김 수출 성장세가 폭발적이라는 증거다. 김은 오랜 옛날부터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식품이었다. 지금은 해외에서도 ‘웰빙 푸드’로 소개되며 김에 대한 사랑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8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잠정 김 수출액은 약 1조 593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6억 4800만 달러에서 22.2% 증가하면서 단숨에 8억 달러에 육박한 것이다. 2010년 처음으로 1억 달러를 넘긴 이래 13년 만에 7배로 성장한 것이다. 한국산 김은 일반 김, 김부각, 김 튀김 등 다양한 종류의 간식으로 가공돼 판매 중이다. 해수부에 따르면 신안천사김, 성경식품, 만전식품, 동원F&B, 광천김 등 5개 브랜드의 수출량이 가장 많다. 이 중 동원그룹 계열사인 동원F&B를 제외한 기업들은 모두 중견기업이어서 김은 지방 소재 중견기업들의 희망이 되고 있다. 김은 맛이 좋은 데다 김을 재배하는 동안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는 사실에 친환경 제품으로 인정받았다. 저지방 식품으로 인정돼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도 김의 인기에 기여했다. 현재 김은 미국 일본 중국 태국 러시아 등 120개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2010년 64개국에서 2배로 늘었다.  한때 김은 바다의 잡초(Seaweed) 또는 블랙페이퍼(Black Paper)로 불리며 서양에서 혐오 식품으로 치부하곤 했다. 동양권에서만 많이 소비되며 특히 코로나19 이전 한국을 찾은 일본 관광객들의 필수 물건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김 수출이 다변화하기 시작하면서 시장이 넓어졌고, 2010년대에 들어서자북미와 유럽 사람들도 관심을 보였다. 특히 일반 해조류보다 단백질 함량이 훨씬 높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열량은 비교적 낮은 ‘슈퍼 푸드’의 지위를 얻게 됐다.  전문가들은 한국 김의 인기 요인으로 특별한 '간'과 식감이라고 꼽는다. 우선 김 생산이 많은 일본은 두껍고 달짝지근해서 김밥을 만들거나 스낵으로 먹기 부담스럽다. 반면 한국 김은 소금간이 되어 있어 밥과 먹기도 좋으며 일본 김과 비교해 상당히 얇아서 목에 걸릴 염려가 없어 아이들도 손쉽게 먹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아울러 K-콘텐츠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김과 김밥 등을 알아본 해외 시청자들이 김을 소비하는 것까지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기업들은 바비큐·치즈·불고기맛 스낵 김을 개발하고 한식 세계화에 맞춰 삼겹살에 싸 먹는 김을 출시하는 등 끊임없는 제품 개발을 통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중이다. ‘검은 황금’이 된 김 수출의 미래는 여전히 긍정적인 부분이 많다.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의 김 양식 면적은 약 600㎢로, 서울 여의도의 218배에 달한다. 다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뚜렷하다. 계속 줄어드는 어촌 인구와 고령화 문제다. 기후 변화로 인한 생산 감소도 우려하는 지점이다. 통상적으로 김 양식은 가을에 채묘를 시작해 4∼5월경까지 기르고 수확한다. 하지만 기후 변화로 인해 수온이 오르며 채묘 시기가 늦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수확 시기가 짧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폐사율도 높아지고 있다. 
사진=대상

김치, 잼으로도 축제로도 즐겨요

한국 김치가 세계에서 인기를 얻는 이유는 K-푸드에 대한 관심 속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면역력을 높이는 건강식품이라는 인식 덕분이다. 김치 수출액은 전년 대비 10.5% 증가한 1억 5560만 달러로 나타났다. 영국 런던 남서부 자치구인 킹스턴구는 유럽에서 처음으로 11월 22일을 김치의 날로 지정해 매년 기념한 곳이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에서는 K-김치의 인기를 증명하듯 '김치의 날'(11월 22월)을 기념하는 지역이 늘고 있다. 시장별로 보면 아세안, 미국, 독립국가연합(CIS) 중심으로 수출이 확대됐다. 특히 미국과 CIS는 각각 17억 4130만 달러(6.7%↑), 4억 6190만 달러(16.5%↑)를 기록하면서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미국에서는 김치가 과거에는 한인 마트 등에서만 선보였으나 현재는 월마트와 코스트코 등 현지 대형 유통 채널에서도 판매된다. 서구 식문화에 걸맞게 김치를 새로운 형태로 변형한 현지화 전략도 두드러진다.  지난 10일 글로벌 전용 신제품 ‘DIY 김치 페이스트’와 ‘김치 스프레드’ 2종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미국·유럽을 타깃으로 현지인들의 취식 행태와 트렌드를 반영해 개발됐다.  대상 종가(Jongga) ‘DIY 김치 페이스트’는 김치를 샐러드처럼 즉석에서 만들 수 있도록 양념 형태로 만든 제품이며, 오푸드(O’Food) ‘김치 스프레드’는 햄버거, 샌드위치, 비스킷 등에 발라먹는 잼 타입 제품이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 브랜드를 통해 김치를 비비고 김치를 ‘단지 김치’로 재단장해 수출했다. 비비고 단지 김치는 발효식품 특성상 생길 수 있는 가스, 효모 등의 문제를 해결한 제품이다. 김치가 냉장 상태로 수출돼도 효모가 생기거나 신선도가 떨어지지 않아 해외에서도 아삭하고 신선한 김치를 먹을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풀무원은 2022년 말 수출용 김치 제조업체 피피이씨글로벌김치를 완전자회사로 편입시키며 김치 수출 사업 강화에 나선 바 있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까지 풀무원의 미국 내 김치 매출은 전년 대비 19% 성장했다.
사진=연합뉴스

K-라면, 미디어에 등장하면 안 먹고는 못 버텨

BTS의 라면 광고뿐만 아니라 유튜브, 넷플릭스 같은 OTT를 통해 전 세계 사람들에게 라면이 지속적으로 노출되며 인기를 끌었다. 영화 기생충과 오징어게임에서 라면을 먹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라면의 전성시대가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농심은 해외 인기 요인을 ‘가장 한국적인 매운맛’으로 꼽기도 했다. 대부분 라면 제품은 매운 편이고 태국, 인도, 중국 사천, 멕시코 등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매운맛을 즐기는 나라도 많다. 라면의 판매량은 주로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우세하고 그다음이 미국이다. 즉 매운맛을 좋아하는 국가들의 라면 소비가 가장 많고 그들이 한국 라면의 매운맛을 인정했다고 볼 수 있다. 농심은 내년 미국 3공장 착공 등을 통해 생산량을 확대하는 등 해외 시장 공략에 더 힘을 줄 것으로 보인다. 삼양식품은 경쟁사와 달리 해외매출 비중이 국내보다 높다. 불닭볶음면은 2012년 출시 이후 매운맛으로 국내에서 먼저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이후 2014년 유튜버 ‘영국남자’ 채널에서 소개되고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불닭 챌린지’가 유행하면서 전 세계 판매량이 급등했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1963년 국내 최초 인스턴트 라면인 삼양라면을 출시한 이후 60년 만에 매출 1조원, 영업이익 1500억원을 돌파했다. 특히 2022년에는 최대 시장인 미국에 '삼양 아메리카'를 세워 주요 타켓인 MZ 세대를 겨냥하고 있다. 한편 K-라면의 인기로 농심, 오뚜기 역시 지난해 호실적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농심의 영업이익은 2302억원으로 전년 대비 105.24% 오르며 최초로 2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뚜기의 매출은 3조 5023억원으로 전년 대비 10.02% 늘었고 영업이익은 2638억원으로 42.09% 증가가 짐작된다.

국가별 맞춤식 라면 전략

현지 입맛을 고려해 나라마다 특성에 맞춰 신제품을 개발 및 출시하는 것도 라면의 인기 비결 중 하나다. 농심은 무슬림 식문화를 겨냥해 돼지고기 대신 새우가 함유된 신라면을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이슬람 문화권에 선보였다. 신라면 외 김치라면, 채식주의순(용기면)에 대한 할랄 인증도 받았고 2021년에는 너구리우동, 뚝배기라면 등이 할랄 인증을 추가로 획득했다.  이처럼 라면 기업들은 국가마다 다른 식문화에 따른 제품군을 다양화하는 맞춤식 해외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삼양식품의 경우 해외에서만 판매되는 불닭 브랜드 제품은 커리불닭볶음면, 마라불닭볶음면, 콘불닭볶음면, X핵불닭볶음면, 하바네로불닭볶음면, 야키소바불닭볶음면 , 똠얌불닭볶음탕면 등이 있다.  오뚜기 역시 글로벌 소비자 니즈에 부합하는 수출 전용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진라면 치킨맛, 진라면 베지, 보들보들치즈라면 등 각국의 니즈에 부합하는 국가 전용 제품을 출시해 수출 중이다.

지금은 해외 진출 타이밍

이외에도 김밥, 떡볶이, 붕어빵 등 K-스트리트 푸드를 내세우는 등 식품업계의 해외 진출 보폭이 더 과감해지고 있다. 비비고 떡볶이의 경우 지난해 6월부터 미국·호주 등 27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올해 식품기업들은 단순 수출 확대를 넘어, 현지 생산 거점 구축, 현재 진출 국가를 발판으로 한 개척 지역 확대 등에 속력을 가하고 있다. 한류에 힘입어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국의 라면·만두 등의 수출액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국제 곡물가가 안정세에 접어들어 해외 진출을 더욱 확대하기에 적기란 평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