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리뷰] 삼성전자 일감 혜택으로 삼성물산 ‘덩실덩실’...내부거래 8년째 늘어

대주주 이재용 회장 등 총수일가의 삼성물산 지분 31.53%로 규제대상 해당 삼성전자와 거래로 8년 동안 32조+α 벌어... 내부거래 절반 이상 차지 내부거래 90% 이상 경쟁입찰 아닌 수의계약 통해 안정적으로 확보

2025-02-06     최용운 기자
삼성물산
[파이낸셜리뷰=최용운 기자]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이 지난 5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부당합병 관련 법원의 무죄를 선고받아 검찰의 항소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이 회장 승계의 핵심 기업인 삼성물산이 합병 이후 내부거래 확대로 부를 축적해 온 사실이 확인되어 관심이 쏠린다. 삼성물산의 내부거래 비중은 지난 2015년 제일모직과 합병한 후 매년 꾸준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내부거래의 절반은 삼성전자로부터 발생하고 있는데 지난 8년간 거래금액이 무려 32조원을 넘는 규모로 대부분 국내외 공장 신축공사로 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그룹 내 일감은 경쟁입찰이 아닌 거의 대부분(90% 이상) 수의계약을 통해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면 ‘수의계약’으로 일감을 몰아서 받은 삼성물산은 수 조원 대의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하게 된다. 삼성전자의 투자가 삼성물산의 매출과 이익확대로 이어지고 대주주인 이재용 회장 일가의 부(富)를 불리는 효과로 이어지는 구조다. 삼성전자로 인한 이른바 ‘낙수효과’가 삼성물산에 혜택을 주고 있는 것이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성물산의 지난해 3분기 누계 매출액(개별기준)은 18조6978억원이며, 이중 그룹 내 특수관계사와의 내부거래를 통해 벌어들인 금액은 6조294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3분기 누계 내부거래 비중은 33.7%로 전년(2022년)의 43.6%보다는 10%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하지만 삼성물산이 통합법인으로 출범한 직후인 2016년부터 2022년까지 매년 증가해왔다.
삼성물산
삼성물산의 내부거래 비중을 보면 2016년 24.5%, 2017년 29.7%, 2018년 32.4%, 2019년 37.1%, 2020년 40.6%, 2021년 40.1%에 이어 2022년까지 꾸준히 늘려왔다. 내부거래 금액도 2016년 4조8904억원에서 2022년 11조5200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덕분에 삼성물산은 2016년 매출액 20조15억원에서 2022년 26조4065억원으로 몸집을 불렸다. 삼성물산의 내부거래를 제외한 매출액은 경쟁력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6년 매출액 15조1111억원에서 2019년에는 12조원대로 줄어들다가 2020년에는 11조원대로 바닥을 찍었다. 국내 부동산 시장이 ‘불장’이던 2021년부터 반등해 2022년 14조8864억원으로 회복세를 보이는 등 내부거래와는 전혀 다른 추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물산

내부거래 절반이 삼성전자 일감, 대부분 국내외 공장 수주

삼성물산이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내부거래를 통한 매출의 절반 이상은 삼성전자로부터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총 85만 5천 평 부지에 6개의 반도체 공장이 들어설 예정으로 공사가 한창인 경기도 평택공장을 포함해 국내외에서 삼성전자의 일감을 꾸준히 받아오고 있다. 삼성물산의 내부거래 중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을 넘어선다. 내부거래 중 삼성전자 비중은 지난해 3분기 누계로 3조5907억원의 매출에 57%로 집계됐다. 지난 2016년 52.7%에서 적으면 47%(2020~2021년)에서 많으면 61.7%(2022년)까지로 삼성전자가 삼성물산에 기여하는 부분이 상당하다. 삼성물산이 2016년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8년간 삼성전자로부터 벌어들인 금액은 무려 32조875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제외한 수치다. 삼성전자는 세계 1위 반도체기업으로 대규모 투자로 국내외 생산시설을 계속해서 확대하고 있다. 앞으로도 기흥 반도체 클러스터 등 대규모 투자를 이어갈 것이므로 삼성전자로 인한 매출은 지속될 전망이다.

공정거래법 상 내부거래 규제대상 해당하나?

지난해 12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 중 총수일가 20%이상 지분 보유회사의 내부거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삼성물산의 2022년 내부거래 비중은 25.51%, 금액은 6조7364억원으로 집계됐다. 본지가 사업보고서를 토대로 파악한 같은 해 43.6%보다는 상당히 낮은 수치로 확인된다. 이러한 차이에 대해 공정위에 확인한 결과 미국 등 삼성전자 해외법인 공사수주는 내부거래 규제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물산은 오는 4월 준공 목표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다. 이 공장은 삼성전자의 역대 미국 투자 최대 규모로 건설·설비 등 예상 투자 규모만 170억 달러(약 22조5000억원)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공장을 해외에 건설한 것은 텍사스주 오스틴시 공장에 이어 테일러시가 2번째로 알려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부당지원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거래행위를 살펴봐야 하겠지만 국내시장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해외에서의 거래는 내부거래에 규제대상으로 분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지분율 18.10%를 보유한 최대주주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을 포함 총수일가 지분율 합계 31.53%로 공정거래법 상 규제대상에 해당한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속하는 국내회사는 특수관계인(동일인 및 그 친족)이 발행주식총수의 20% 이상의 주식을 소유한 회사 또는 그 회사가 50% 이상의 주식을 소유한 자회사와의 거래가 일정 규모 이상일 때는 내부거래 규제대상이 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 상 규제대상이 되는 내부거래 규모는 거래금액 합계가 연간 200억원을 넘거나 내부거래 비중이 12%를 넘어설 경우로 삼성물산은 두 가지 경우 모두에 해당한다. 다만, 거래관계에서 부당지원 등 상당한 수준의 법 위반 여부는 각 거래간 구체적인 행위를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 공정위의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내부거래 규제는 규모를 넘어서는 것 자체를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거래과정에서 시장가 대비 저가나 고가 등 시장에 영향을 끼치는 부당성이 있을 경우에 조사를 통해 제재하게 된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초 경기도 용인지역에 30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의 투자로 인해 삼성물산의 내부공사 수주는 한동안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다. 삼성물산으로서는 내부거래 규모를 크게 넘어서는 국내외 수주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난달 총 공사비 1.3조원의 대규모 재건축 사업장인 부산 촉진2-1구역 수주전 야심차게 출사표를 던졌으나 포스코이앤씨에 고배를 마시는 등 대형공사 수주전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경쟁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등 계열사의 안정적인 알짜 일감을 줄일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삼성물산이 내부거래 규제를 해소하려면 국내 재개발·재건축을 포함해 해외 대형프로젝트를 수주해야 하는데 경쟁이 치열한 만큼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21년 6월 공정위는 ‘급식 일감 몰아주기’ 혐의로 삼성물산의 100% 자회사인 삼성웰스토리와 삼성전자 등 4개 계열사에 총234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