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경제리뷰] 더치페이

2024-02-06     어기선 기자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더치페이는 복수 인원이 만난 자리에서 인원수만큼 배분해서 계산하는 행위를 말한다. 더치페이는 명백히 콩글리시이다. 더치 트리트(Dutch Treat)에서 유래했는데, 더치 트리트는 영국이 네덜란드 사람들을 낮춰 불렀다. 그 이유는 네덜란드 사람들이 자신이 먹은 음식값을 자신이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떠넘긴다고 영국 사람들이 생각하면서 부른 단어였다. 이것이 우리나라로 넘어오면서 ‘더치 트리트’가 ‘더치페이’로 바뀌었다. 다만 영국 사람들이 네덜란드 사람들을 낮춰 부르는 의미가 아니라 각자 갹출을 해서 계산하는 의미로 바뀌게 됐다.

유럽에서 정착된 문화

유럽은 가족이나 친척끼리도 더치페이가 정착돼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유럽식 계산 문화가 낯설게 느껴지면서 더치페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가 더치페이 문화 정착이 늦어진 이유는 바로 ‘공동으로 음식을 먹는 문화’ 때문이었다. 다른 나라의 경우 겸상보다는 독상 문화가 발달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 등을 거치면서 독상 문화에서 겸상 문화로 바뀌게 됐다. 그 상황 속에서 음식값을 누가 내느냐의 문제가 있었다. 그런데 유교적 전통문화가 남아 있으면서 윗사람(직장의 경우 상사, 일반사회의 경우 연장자)이 계산하는 문화가 정착된 것이다. 그러다보니 더치페이 문화가 발달되지 못하게 됐다. 2010년까지만 해도 더치페이 문화는 희박했고, 각자 내는 행위는 구두쇠 취급을 받게 됐다. 하지만 2010년을 거치면서 더치페이 문화가 점차 정착을 하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바로 김영란법의 시행 때문이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더치페이 문화가 점차 정착된 것이다. 특히 공무원 등은 매번 회식 때마다 더치페이를 하게 됐다. 코로나19 이후에는 배달음식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더치페이 문화 역시 배달에도 적용되기 시작했다.

데이트 비용의 더치페이

데이트를 할 때 더치페이는 외국에서는 정착된 문화이다. 서양에서도 누가 데이트 비용을 내느냐는 숙제였지만 주로 첫 데이트 등에서는 남성이 내는 편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여성이 데이트 비용을 내는 횟수가 많아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남성이 데이트 비용을 내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하지만 최근 20대 커플을 중심으로 더치페이 문화가 점차 정착되고 있다. 하지만 더치페이 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생기면서 ‘데이트 통장’을 만드는 경우가 늘어났다. 한달 동안 데이트 비용을 추산해서 그만큼의 금액을 공동으로 관리하는 통장에 입금을 한 후 데이트 비용으로 지불하는 방식이다. 다만 헤어질 경우 데이트 통장의 처리를 두고 갈등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