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리뷰] 짬짜미 내부거래?... 삼성물산, 수의계약 비중 ‘압도적’ 90%↑
2019~2020년 계열사 내부거래 100% 수의계약으로 채워져 가장 큰 ‘고객’은 삼성전자... 매년 수 조원대 공사일감으로 삼성물산 배불려 “삼성전자 일감, 삼성물산 매출과 이익에 기여...이재용 회장 배당 연결돼”
2025-02-13 최용운 기자
본지는 지난 6일 ‘[재무리뷰] 삼성전자 일감 혜택으로 삼성물산 ‘덩실덩실’...내부거래 8년째 늘어’ 라는 보도를 통해 삼성물산의 내부거래 추이와 공정거래법 상 ‘사익편취 규제대상’ 여부에 대해 분석했다.
본지가 삼성물산의 내부거래 현황을 살펴본 결과, 최근 수 년간 삼성물산의 내부거래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계열사와의 내부거래 중 경쟁없이 안정적으로 일감을 받을 수 있는 ‘수의계약’이 내부거래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확인했다. 삼성그룹의 해외 계열사를 포함한 삼성물산 내부거래의 절반 남짓을 삼성전자가 차지하고 있으나, 국내 계열사로 한정하면 삼성전자는 삼성물산의 90% 이상 내부거래 매출을 담당하는 가장 큰 고객이다.수의계약 비중은 감소, 거래금액은 급증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성물산의 지난해 3분기 누계 국내 계열사와의 내부거래 금액은 5조342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수의계약으로 인한 매출액은 4조9128억원으로 비중은 9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지난 2019년부터 삼성물산이 공시한 국내 계열사와의 내부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수의계약 비중은 매년 90% 이상으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지난 2019년과 2020년은 내부거래의 100%를 수의계약으로 진행했고, 2021년 98.6%, 2022년 96.3%의 비중으로 확인됐다. 수의계약 비중은 다소 줄었지만 거래금액은 최근 들어 증가하고 있다. 수의계약을 통한 거래금액은 2019년 5조165억원에서 2020년 4조5439억원, 2021년 4조1001억원으로 줄었다가 2022년 6조4060억원으로 급증했고, 지난해도 3분기까지 5조원에 육박하는 수치를 보였다. 삼성물산에 내부거래를 통해 일감을 준 계열사는 삼성전자를 포함해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중공업, 삼성생명, 삼성웰스토리, 삼성SDS, 삼성엔지니어링, 삼성바이오에피스 등이다. 거래내역은 철강유통 및 조경공사, 골프장, 테마파크 운영 등이 있으나 매출의 대부분은 건설공사가 차지했다. 건설공사에서의 수의계약은 다수의 건설사가 일감을 발주한 주체(개인, 기업, 조합 등)에 가격, 인센티브 등의 차별화된 조건으로 경쟁하는 경쟁입찰과 달리 특정 건설사가 경쟁 없이 단독으로 발주처가 공사계약을 맺는 행위를 말한다. 계열사 간의 수의계약은 경쟁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통상적인 금액으로 거래되지 않을 경우 공정거래법 위반뿐만 아니라 자칫 배임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법무법인 예화 윤범준 변호사는 “구체적인 거래현황 등을 살펴봐야 하지만 일반적으로 거래금액이 현저하게 높으면 발주처가 수주기업에 혜택을 주게 되고, 반대의 경우에는 발주처에게 이익이 돌아가기 때문에 수주기업이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의 경우 구체적인 거래행위 시 현저하게 고가나 저가로 거래해 어느 일방에 혜택이 돌아간 것이 확인되면 조사를 통해 제재받게 된다”고 설명했다.삼성전자가 90% 이상 일감 수의계약으로 몰아줘... 대부분 건설공사
삼성물산 내부거래 중 수의계약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 가운데 계열사 중 최대 고객은 삼성전자로 확인됐다. 삼성물산이 지난해 3분기 누계로 국내 계열사 중 삼성전자로부터 벌어들인 내부거래 매출액은 4조8732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전체 국내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를 통한 매출액은 5조3422억원으로 삼성전자 비중이 91.2%로 나타났다. 국내 계열사 중 삼성전자의 내부거래 비중은 매년 90% 내외로 사실상 삼성전자가 내부거래의 거의 전부라고 해도 무색한 수준이다. 삼성전자와의 내부거래 비중은 지난 2019년 95.7%에서 2020년 85.8%로 10.1%포인트 감소했지만 2021년 93.5%, 2022년 92.8%로 다시 90%를 넘어섰다. 거래금액도 2019년 4조7991억원에서 2020년과 2021년 3조원 대로 다소 줄었지만 2022년 6조1742억원으로 다시 늘어났고, 지난해도 3분기까지 매출액이 2021년 이전 연간 매출액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상물산이 삼성전자로부터 받은 일감의 대부분은 경기도 평택의 반도체 공장 등 대규모 공사수주를 통해 벌어들인 것이다. 삼성전자의 국내외 반도체 공장 투자는 향후 상당기간 이어질 전망으로 삼성물산의 매출도 삼성전자 등을 통해 수의계약으로 안정적으로 확보하게 되는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삼성전자→삼성물산→이재용 회장으로 이어지는 ‘부의 이전’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안정적인 일감은 결국 삼성물산의 매출과 이익에 일정부분 기여를 하게 된다. 만약 수의계약을 통한 거래에서 이익에 기여하는 부분이 없게 되면 삼성전자가 통상적인 수준의 금액이 아닌 ‘싸게’ 일감을 준 것이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준 일감을 삼성물산이 매출과 이익을 거두고 삼성물산이 벌어들인 이익은 주주에게 배당을 통해 일정부분 분배되는 ‘부의 이전’ 구조로 보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준 일감이 삼성물산 주주에게 안정적인 배당으로 돌아가는 데에 일조하게 된다는 해석이다. 삼성물산은 지난달 31일 공시를 통해 지난해 배당정책으로 1주당 보통주 2550원, 우선주 2600원을 현금으로 배당한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18.1% 지분율로 총 3388만220주 삼성물산 주식을 보유한 이재용 회장은 864억원의 배당금을 받게 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물산은 그룹의 수의계약을 통한 내부거래로 안정적인 일감을 확보하고 있다”면서 “이의 혜택은 대주주인 이재용 회장의 이익과 연결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회장이 받는 배당금의 일정부분은 삼성전자가 삼성물산에 안정적으로 제공한 일감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면서 “삼성전자의 대규모 투자가 삼성물산의 부를 증대시키고 이로 인한 이익이 대주주인 이 회장의 부의 증식으로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