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경제리뷰] 노태우 비자금 사건
2024-02-21 어기선 기자
소문에서 시작한
1995년 8월 1일 서석재 당시 총무처 장관이 전직 대통령 중 한 사람이 4천억원 가량의 가명 또는 차명계좌를 보유하고 있다는 소문을 기자들에게 흘린다. 그러자 노태우 전 대통령은 해괴하고 황당한 얘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해 10월 1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계동 민주당 의원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신한은행 서소문지점에 (주)우일양행 명의로 128억 2700여만 원이 예치된 계좌의 예금조회표를 공개하면서 폭로했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비자금 관리자에게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묻자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조사를 해본 결과 노태우 비자금이 맞았다고 한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은 대국민사과까지 했다. 그리고 검찰의 수사가 시작됐고, 수사결과 재임 기간 중 기업체 대표들로부터 3400억원~3500억원 정도를 받고 13대 대선을 위해 자금을 조성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김대중도 수수 사실 시인
또한 노 전 대통령이 사과문을 발표할 당시 8시간 전에 김대중 당시 국민회의 총재는 민주당 대선 후보 시절이었던 1992년 14대 대선 당시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20억원의 비자금을 받았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그러자 비판의 여론이 들끓었다. 광주 5.18 민주화운동의 학살자인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자금을 받았다는 것은 여야 모두의 비판을 받기 충분했다. 그런데 강삼재 당시 민자당 사무총장이 ‘20억+α’설을 제기했다. 이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으면서 민자당에 역풍이 불었다. 또한 김대중 총재의 시인은 노 전 대통령을 더욱 코너로 몰아넣었다. 1992년 대선자금 문제가 관심사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를 할 때 가급적 대선자금은 건드리지 않으려고 했다. 왜냐하면 대선자금은 정치적 뇌관이었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대선자금을 건드리는 않는 것이 최선이었다. 노태우 비자금이 대선 자금으로 이어졌다면 당시 김영삼 대통령에게 불똥이 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대중 총재가 시인을 하면서 역시나 김영삼 당시 대통령에게 불똥이 튀었다. 당연히 김영삼 당시 대통령은 혐의를 부인했다. 결국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신속하게 이뤄졌고, 그해 11월 1일 전딕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직접 출두하여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그리고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 등 재벌총수들이 줄줄이 소환됐고, 노 전 대통령은 배임수뢰 혐의로 구속수감됐다. 노 전 대통령은 재판에서 포괄적 뇌물죄가 인정되면서 유죄 선고를 받았고, 대법원에서 징역 17년 및 추징금 2628억 원이 부과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