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통한 과거리뷰] 파묘 그리고 친일파 이완용
2025-02-26 어기선 기자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영화 ‘파묘’가 흥행을 하면서 파묘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파묘’는 땅을 찾는 풍수사, 원혼을 달래는 무당, 예를 갖추는 장의사, 경문을 외는 무당까지, 일명 ‘묘벤져스’로 불리는 과학과 미신의 경계에 서 있는 이들을 주인공으로 한다.
미국에 사는 한 재미교포 집안에서 현지 대형병원에서도 어린 자식의 기이한 병을 고칠 수 없자, 무속의 힘을 빌리게 되면서 영화는 시작한다.
파묘에는 여러 가지 모티브가 많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일제 쇠말뚝설이다. 쇠말뚝설은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인들이 한반도의 정기를 끊고자 쇠말뚝을 산간벽지 이곳저곳에 꽂아뒀다는 것이다.
여기에 극중 등장인물들이 항일독립운동가들과 일치한다는 이야기도 인터넷 등에서 나돌고 있다.
최민식이 맡은 풍수사의 이름은 상덕인데 독립운동가이자 정치인이었던 김상덕(1892~1956)을 떠올리게 한다.
유해진이 맡은 장의사의 이름은 영근은 고영근(1853~1923)은 대한제국의 군인이자, 개화파 정치인이었다.
김고은이 맡은 무당 화림 역시 독립운동가 이화림은 이화림(1905~1999)은 1919년 14세의 나이로 3·1 운동에 참여했다.
극중 김고은의 제자이자 이도현이 연기한 무당 캐릭터 이름은 봉길은 윤봉길(1908~1932)은 25세의 짧은 생을 조국광복에 바친 홍커우공원 투탄의거 독립운동가다.
조연으로 출연한 김선영이 맡은 무당 이름은 광심. 오광심(1910~1976)은 광복군에서 활약한 독립운동가며, 김지안이 맡은 자혜는 독립운동가인 단재 신채호의 부인 박자혜(1895~1943)이다.
이완용 파묘
영화 파묘가 인기를 얻으면서 덩달아 친일파 이완용의 파묘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이완용은 도굴 및 파손을 염려해 자신의 묫자리를 서울과 거리가 먼 전라북도 익산군 낭사면 낭사리의 산으로 했다. 하지만 지속적인 훼묘 사건이 발생했다.
해방 이전에도 훼묘 사건이 종종 발생하면서 일본 순사가 묘지를 지켰고, 해방 이후에도 식칼이 묘에 꽂혀 있거나 봉분이 파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매장된지 53년 만인 1979년 증송지가 '오래 둘수록 치욕만 남는다'면서 파묘 후 유골을 꺼내 화장하고 인근 장암천에 뿌렸다. 파묘 당시 인부들에 따르면 묘 관리가 너무 엉망이어서 이완용의 무덤인줄 몰랐다고 한다.
다만 이완용 관 뚜껑에 조선총독부 중추원 부의장 정 이위 대훈위 후작 우봉 이공지구'라고 씌어져 있었다.
이완용의 후손의 묘도 심하게 훼손됐다. 이완용 장남 부부의 묘는 2006년 경기도 고양시에서 심하게 훼손된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묘는 봉분이 사라졌고, 상석만 남았다. 상석에는 묘 주인을 알리는 글씨만 있었다.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해방 직후 마을 주민들이 묘에 불을 지르고 무덤을 파헤쳤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