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통한 과거리뷰] 세탁‧건조 한번에 되는 ‘꿈의 가전’…20년 전에도 있었다

2025-02-26     박영주 기자

[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세탁기에서 빨래를 꺼낼 필요가 없는 꿈의 가전, 690만원이라는 가격도 꿈의 가전”, “이왕 나올거면 좀더 빨리 나오지. 최근에 혼수 구입했는데”, “세탁 돌린거 까먹고 외출했다가 뒤늦게 꺼내면서 찝찝했는데 이제 그럴 일은 없겠다.”
 
백색가전 시장에 세탁기와 건조기를 하나로 합친 ‘일체형 세탁건조기’가 나오자, 많은 사람들은 오랫동안 기다려온 제품이 드디어 출시된다며 환영했다.
 
세탁기와 건조기가 분리돼있는 지금의 형태와 달리, 한 제품으로 세탁과 건조를 끝낼 수 있어 빨래를 하고난 뒤 젖은 빨래를 건조기로 옮겨야하는 수고로움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세탁건조기로 편리함이 커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가격 면에서도 ‘꿈의 가전’이라 불릴 만하다.  LG전자가 최고급 시그니처 라인으로 선보인 LG 시그니처 세탁건조기의 가격은 무려 ‘690만원’을 호가한다. 시그니처 라인이기 때문에 비싼 것은 감안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비싸도 너무 비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뒤이어 삼성전자가 내놓은 일체형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 콤보’ 제품은 보급형이라 할 수 있지만, 출고가가 ‘399만9000원’으로 400만원 수준에 달한다. 세탁기와 건조기를 별도로 구매할 경우 200~30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비싸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LG전자

세탁기+건조기, 이게 20년 전에도 있었다고?

분리된 세탁기와 건조기가 하나로 합쳐진 것을 두고 시장에서는 ‘혁신’이라고 입을 모으지만, 사실 세탁‧건조가 한번에 가능한 제품은 20여년 전에 이미 출시된 바 있다.  과거에 시장에 나온 제품을 기억하는 이들 중 일부는 ‘고도의 상술’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까지 보낸다. 처음에 세탁기-건조기 일체형이었던 것을 제조사들이 굳이 분리해서 두대를 팔아 수익을 올린데 이어 AI기술을 더했다는 이유로 비싼 값에 판다는 것이다. LG전자 역시도 과거 2000년 이후부터 세탁과 건조가 모두 가능한 트롬 세탁기를 시장에 선보였다. ‘트롬 WD-CR101C’ 제품의 경우, 당시 가격비교사이트 ‘마이마진’ 기준으로 64만2000원 가량이었다.  하지만 세탁기-건조기 일체형 제품은 단종돼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고열로 빨래를 건조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옷감 손상’이 심하고 먼지제거가 안됐으며, 무엇보다 ‘전기료 부담’이 어마무시했다는 단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LG전자 관계자 역시도 “한때 세탁건조기가 등장했지만 자잘한 단점들이 너무 많았다. 지금처럼 뽀송뽀송하게 건조가 되는 느낌도 아니고 전기세 부담도 심했다보니 막상 제품을 구입한 사람들도 건조기능을 많이 이용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 말했다.  하지만 LG전자에서 설명한 것과 달리 단점을 느낄 수 없다는 소비자들도 있었다. 2006년 LG전자 트롬의 세탁건조기를 구입했다는 A씨는 “전기료 부담을 이야기하는데 체감상 크지는 않다. 지금도 잘 쓰고 있다”며 “20년 가까이 쓴데다 일체형 제품이 나왔다길래 바꿔볼까 하고 가격을 보니 너무 비싸더라. 60만원이던 것이 600만원이라니, 10배나 오를 일이냐”고 말했다.  사라졌던 세탁+건조기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해인 2023년 9월 유럽 최대 가전·IT 전시회 ‘IFA 2023’에서였다. LG전자와 삼성전자가 나란히 일체형 세탁건조기 신제품을 공개했으며,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된 ‘CES 2024’에서도 제품이 등장했다. 열풍건조 방식이 아닌, 현재 시중에 나와있는 건조기와 마찬가지로 인버터 히트펌프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것도 주요한 특징이다. LG전자는 세탁건조기 전용 인버터 히트펌프 건조 모듈을 자체적으로 개발했다며 냉매를 순환시켜 발생한 열을 활용해 빨랫감이 머금은 수분만 빨아들이는 저온제습 방식으로 이전에 출시된 제품에서 단점으로 꼽혔던 ‘옷감 보호’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서있다가 눕고, 분리됐다가 합체까지…세탁기의 변천사 

‘세탁기의 변천사’를 보면 서서 돌아가던 ‘통돌이’ 제품이 옆으로 누워 ‘드럼세탁기’로 시장에 등장하는가 하면, 기존 세탁기에 건조기능이 들어간 형태의 제품이 분리돼 세탁기와 건조기로 쪼개지고 지금은 일체형으로 다시 합체됐다.   대한민국 최초의 세탁기는 1969년 금성사(LG전자)가 만들어냈다. 당시 세탁기는 내부에 봉이 들어있는 교반식이었지만 나중에는 봉이 빠졌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세탁기는 서서 돌아가는 형태였기 때문에 세탁이 완료된 이후 세탁물을 꺼내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주부들이 많았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부터는 세탁기 시장에서 커다란 변화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세탁조가 옆으로 누운 드럼세탁기가 각광받기 시작했으며, 장마철에도 빨래를 건조할 수 있는 의류건조기 제품들이 줄지어 출시됐기 때문이다.  기술의 발전이 거듭되면서 LG전자와 삼성전자는 세탁기와 건조기의 용량을 확대해갔고, 몸집이 커지다 보니 세탁기와 건조기가 분리된 제품이 시장에 정착됐다.  분리형의 단점은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는 것이다. 공간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세탁기와 건조기가 타워형태로 나란히 세워지기도 했지만, 키가 작은 사람들 입장에서는 위쪽에서 세탁물을 꺼내기 불편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2024년 세탁기는 또다시 새로운 변화를 맞았다. 분리돼있던 세탁기와 건조기가 하나로 합쳐지면서 번거로움은 덜고 공간 활용의 가능성은 더욱 넓어졌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일체형 제품의 성능에 대해 ‘당장은 지켜봐야겠다’는 반응이 적지 않지만, 가사노동에서의 해방까지 한걸음 바짝 다가간 제조사들의 제품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