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리뷰] 라면 3사, 역대급 실적…각자 색다른 ‘1위’
매출액 기준 1위는 오뚜기, 매출 증가율 1위는 삼양식품
농심은 영업이익 증가율 1위, 라면업계 전반적 ‘호실적’
2025-03-15 박영주 기자
[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농심‧오뚜기‧삼양식품 등 라면 3사의 2023년도 실적이 줄줄이 공개되는 가운데, 모든 회사들이 사상 최대실적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면에서는 지배구조 개편작업을 마무리한 오뚜기가 1위를 차지했지만, 매출액 증가율은 삼양식품이 31%로 1위, 영업이익 증가율은 농심이 89.1%로 1위로 집계됐다.
농심 외 오뚜기와 삼양식품의 경우, 연결기준 ‘잠정실적’이기 때문에 정확한 비교는 어렵지만 국내 중심이었던 기존 라면소비가 해외로까지 확대되면서 라면업계가 전반적으로 호실적을 달성한 모양새다.
#매출‧영업이익 액수 기준 1위는 ‘오뚜기’
지배구조 개편의 매직…당기순이익 감소는 역기저효과
오뚜기는 지난달 19일 2023년 연결기준 잠정 실적을 공시한 바 있다.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8.5% 증가한 3조4545억원, 영업이익은 37.3% 증가한 2549억원으로 나타났다. 당기순이익은 전년대비 41.9% 감소한 1617억원이었다. 이번 실적은 1969년 창립 이래 사상 최대실적이다.
농심이 지난 14일 공개한 2023년도 연결기준 매출액이 9.0% 증가한 3조 4106억원, 삼양식품이 공개한 연결기준 잠정치 매출액이 31% 증가한 1조1929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매출액’ 기준으로는 오뚜기가 1위인 셈이다.
오뚜기의 실적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우선 지난 2022년 10월 이뤄진 지배구조 개편을 염두에 둬야 한다. 당시 오뚜기는 오뚜기라면지주와 오뚜기물류서비스지주를 흡수·합병하며 모든 관계사들을 100% 자회사로 재편한 바 있다. 덕분에 오뚜기는 2022년 창사 이래 최초로 매출액 기준 ‘3조 클럽’에 진입했다.
식품첨가물 제조업체인 ‘조흥’ 역시도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2022년 4분기에만 반영됐던 조흥의 실적이 2023년에는 전체로 반영돼 실적 증대에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당기순이익 감소에 대해 오뚜기는 “2022년 오뚜기라면지주, 오뚜기물류서비스지주의 흡수합병에 따라 발생한 염가매수차익 등 합병효과로 인한 역기저 효과로 순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실제로 흡수합병 당시 오뚜기의 염가매수차익은 무려 1277억원에 달했다. 기업 인수시 이전대가보다 피인수법인의 순자산 공정가치가 높을 경우, 쉽게 말해 싼값에 지분을 인수했다고 볼 경우에는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당기손익으로 인식토록 규정돼있기 때문에 인수가 이뤄졌던 2022년에 당기순이익이 대폭 높아졌다. 전년도 당기순이익이 너무 높았던 탓에 상대적으로 2023년도 당기순이익이 감소한 것처럼 비쳐진다는 뜻이다.
이러한 배경과는 별개로 오뚜기는 이번 호실적에 대해 “냉동간편식(HMR)과 조미소스 등의 좋은 판매실적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영업이익 증가율 1위 ‘농심’…89.1% 증가
해외에서 부는 ‘신라면’ 열풍, 전체 실적 견인했다
지난 14일 농심은 2023년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을 공시했다. 매출액은 전년대비 9.0% 증가한 3조 4106억원, 영업이익은 89.1% 증가한 2121억을 기록했으며 당기순이익은 1715억원이었다.
농심은 이번 호실적에 대해 K-푸드 열풍을 타고 신라면을 중심으로 한 해외사업이 지속적인 성과를 거두고, 국내에서 선보인 신제품 ‘먹태깡’ 등이 시장에서 큰 반응을 얻으며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실적을 거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해외법인의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약 125% 상승했으며 미국법인은 제2공장 가동 효과로 매출 10.4%, 영업이익 131.4% 증가했다. 농심은 전체 매출의 약 37%, 영업이익의 50% 이상을 해외에서 거뒀다며 호실적의 배경에는 해외에서의 성과가 자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라면’ 단일품목만 보더라도 2023년도 국내외 매출액은 전년대비 14% 성장한 1조21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미국 법인의 신라면 매출은 전년대비 19% 성장하며 신라면 해외매출 증가분의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 만큼 일본(19%), 호주(26%), 베트남(58%) 법인의 매출 증가도 농심의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국내 사업도 신제품 효과에 힘입어 호조를 유지했다. 농심은 작년 하반기 출시한 먹태깡, 신라면 더레드, 빵부장이 화제를 모은 덕에 전년대비 국내사업 매출증가분의 절반 가량을 신제품 매출이 기여했다고 밝혔다.
농심은 하반기 미국 제2공장 생산라인 증설을 바탕으로 현지 시장점유율 확대에 도전한다며 “올해도 적극적인 해외사업과 경쟁력 있는 신제품을 선보이며 성장세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매출액 증가율 1위 ‘삼양식품’…31% 증가
창사 이래 첫 ‘1조 클럽’…불닭 인기 계승할 후속작 필요
‘불닭볶음면’이라는 메가히트 상품으로 유명한 삼양식품도 농심‧오뚜기에 비해서는 규모가 작긴 하지만 호실적을 냈다.
지난 1월31일 삼양식품이 매출액 또는 손익구조 30% 이상 변경 공시를 통해 밝힌 연결기준 잠정치에 따르면 2023년 매출액은 31% 증가한 1조1929억원, 영업이익은 62% 증가한 1468억원, 당기순이익은 56% 늘어난 1249억원을 기록했다.
삼양식품이 연매출 1조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창사 이래 첫 ‘1조 클럽’ 진입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3분기 해외매출은 처음으로 2000억원을 넘으며 K-라면의 인기를 실감했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7월 기준 불닭볶음면의 누적 판매량은 50억개를 넘어섰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과 불닭볶음면의 성공 신화를 집중 조명하기도 했다. 한가지 과제가 있다면, 삼양식품이 불닭볶음면의 뒤를 이을 메가히트 브랜드를 새롭게 만들어내야 한다는 점이다. 단일 제품에만 의존하면 장기적 성장을 기대하긴 힘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삼양식품은 지난해 지주사명을 ‘삼양라운드스퀘어’로 바꾸며 개인맞춤형 식품·식물성 단백질 식품 등 푸드케어 부문을 키우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현재 삼양식품은 “해외법인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 주력한 것이 내실 있는 성장으로 이어졌다”며 “올해는 해외사업 성장세를 유지하며 불닭 등 전략 브랜드와 신사업 육성을 통해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만들어 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