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View] 귀뚜라미의 귀한 자식 ‘카본매트’에 필요한 회초리

2024-03-15     박영주 기자
/삽화=김진호
[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귀한 자식 매 한대 더 때리고 미운자식 떡 하나 더 준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아이일수록 회초리로 때려서라도 버릇을 잘 가르쳐야만, 부모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귀한 자식’이 되기 때문에 나온 말입니다.  자식이 자그마한 문제를 일으켰을 때, 회초리로 때려서 버릇을 고쳐놓을지 아니면 예쁘니까 떡 하나 더주며 얼렁뚱땅 넘어갈지에 따라 자식과 부모의 명운이 결정됩니다. 전자라면 잠깐의 잡음은 있더라도 잘못을 바로잡고 승승장구 하겠지만, 후자라면 누적된 잘못으로 끝내 자식은 물론 부모까지 욕먹는 일이 벌어지기 마련이지요. 이는 기업들에게도 똑같이 접목할 수 있습니다. 모든 기업들에게 있어 치열한 연구개발을 거쳐 나온 신제품은 ‘자식’과도 같은 존재들이기 때문이죠.  신제품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칭찬을 받으면 매출 상승은 물론이고 기업들도 자부심을 가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신제품에 작은 결함이 발생했을 때, 기업들의 행보는 조금씩 다릅니다.  어떤 기업들은 ‘자발적 리콜’을 통해 문제점을 해결하고 개선된 결과물을 시장에 내놓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1982년 존슨앤드존슨의 타이레놀 리콜이죠.  당시 미국 시카고에서 7명의 소비자가 타이레놀을 복용하고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사측은 미국 내 유통되던 타이레놀 전량을 리콜했습니다. 조사결과 누군가 악의적으로 타이레놀에 독극물을 투입한 것이 드러났고 존슨앤드존슨은 원천적으로 독극물 투입을 막을 수 있게끔 포장까지 싹 바꿨습니다. 막대한 리콜비용을 지출했지만, 존슨앤드존슨의 투명경영은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줬고 지금도 미국 시장점유율 1위를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반면 어떤 기업들은 ‘우리 예쁜 제품, 조금의 문제는 있을 수 있겠지만 잘 나가는데 왜 그래?’라며 결함을 숨기다가 뒤늦게 적발돼 막대한 비용을 치르다 파산의 길을 걷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2000년 일본 미쓰비시 사례입니다.  미쓰비시자동차는 당시 부품 불량으로 인해 차량에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외부에 알리지 않고 허위보고, 결함은폐를 일관했습니다. 결국 압수수색이 시작됐고 불량신고를 비공개로 분류해 놓은 기밀서류가 발견되는 등 비리들이 만천하에 드러났습니다. 결국 미쓰비시 자동차는 ‘강제 리콜’ 처분을 받고 7000만 달러에 이르는 비용을 못 이겨 경영권까지 넘겼지요. 국내에서도 최근 ‘자그마한 결함’ 때문에 시끄러운 기업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거꾸로 타는 보일러로 유명한 귀뚜라미죠.   

귀뚜라미보일러는 1세대 전기매트의 전자파‧화재 위험 문제와 2세대 온수매트의 누수 문제를 넘어선 3세대 ‘카본매트’를 시장에 선보인 바 있습니다. 귀뚜라미에 따르면 카본매트 매출은 귀뚜라미 국내 매출의 10% 안팎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합니다. 귀뚜라미의 성장에 보탬이 되는 ‘효자상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지요. 
 
하지만 귀한 효자상품 카본매트를 중심으로 ‘안전문제’와 직결되는 폭발사고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한 방송사에서는 귀뚜라미의 전기장판 컨트롤러에서 타는 소리와 함께 연기가 피어오르는 영상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카본매트 조절기에서 펑하는 폭발음과 함께 연기가 났다’, ‘컨트롤러 부분이 녹아내렸다’, ‘제품이 고장 나서 AS를 받았는데 또다시 고장이 났다’, ‘화상을 입었다’는 이야기가 끊이질 않고 있지요. 취재 과정에서 접한 소비자들은 “환불도 아니고 교환만 해주는데다가 그마저도 굉장히 불친절하다”며 “이정도면 전량 리콜해야 하는 사항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현재 정부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이 귀뚜라미 측에 사고 및 AS 관련 자료를 요구한 상태이며, 한국소비자원에서는 “구체적으로 조사를 진행하거나 그런 부분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국가기술표준원 조사를 봐야한다고 답변했습니다.  귀뚜라미에서는 직영 온라인 쇼핑몰 귀뚜라미몰을 중심으로 ‘귀뚜라미몰 3월 봄맞이 이벤트’를 진행한다며 캠핑족을 겨냥해 캠핑매트 구매시 추가할인과 함께 야외 캠핑장에서 유용한 일산화탄소 경보기도 증정한다고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자발적 리콜’의 움직임이 전혀 보이질 않는 가운데, 많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믿고 구입했는데 이제는 카본매트 못 믿겠어요”라는 불만이 제기됩니다. 그럴 일은 절대로 없어야겠지만 카본매트를 이용하던 소비자 중 누군가가 큰 피해를 입거나, 국표원 조사결과 제품에 문제점이 발견된다면 효자상품이 잘못되는 바람에 귀뚜라미의 성장에 발목이 잡히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귀뚜라미는 귀한 자식 ‘카본매트’에게 회초리를 들게 될까요. 아니면 떡 하나 더 주고 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