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담합에 고개 숙인 ‘한샘’…김유진 대표의 칼질, 효과는?

2025-04-08     박영주 기자
[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구조조정 전문가’ 김유진 대표의 취임 이후, 1년 만에 적자에서 탈출하며 수익성 개선으로 눈길을 끌었던 한샘이 입찰 담합 과징금 부과라는 암초를 만났다.  2012년부터 2022년까지 무려 10년간 이어져온 담합에서 한샘은 가장 높은 비중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한샘이 211억, 한샘넥서스가 41억 등 무려 253억원에 달한다.  이번 과징금 처분과 관련해 한샘은 공식 사과문에서 “구시대적인 담합 구태를 철폐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윤리경영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비용절감을 위한 대대적 인적쇄신에 속도를 냈던 한샘 김유진 대표가 그동안 한샘에서 벌어진 담합 구태 역시도 도려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한샘

공정위, 빌트인 가구 입찰 담함에 과징금 ‘931억’ 부과
한샘, 211억원 가장 높은 과징금…담합으로 분양가 끌어올려
책임 통감한 한샘, 사과문 발표 “구시대적 담합 구태 철폐”

지난 7일 공정거래위원회는 한샘‧현대리바트‧에넥스 등 국내 31개 가구업체들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931억원을 부과했다.  이들 업체는 지난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약 10년간 24개 건설사가 발주한 특판 가구 구매입찰 738건에서 낙찰예정자를 합의하거나, 투찰가격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담합행위를 했다. 특판 가구는 싱크대‧붙박이장‧신발장처럼 신규주택 공급시 기본적으로 설치되는 빌트인 가구로, 해당 비용은 아파트 분양 원가에 포함된다. 쉽게 말해 담합행위로 올라간 비용 만큼, 분양가 상승이라는 부작용이 발생해 소비자들의 피해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가구업체들은 입찰 참여 전 모임‧유선연락을 통해 낙찰예정자, 들러리 참여자, 입찰가격 등을 합의하고 주사위 굴리기나 제비뽑기 등 다양한 방식으로 낙찰예정자와 순번 등을 정했다.  이후 낙찰예정자는 카카오톡 등을 통해 들러리사에 견적서를 전달하고, 들러리사는 견적서 그대로 또는 금액을 일부 높여서 써내는 방식으로 합의를 실행했다. 낙찰확률을 높이거나 입찰 참가자격을 유지할 목적으로 예정자를 명시적으로 합의하지 않고 견적서 교환을 통해 입찰가격만 합의하기도 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가구업체들이 10년간 담합을 통해 올린 관련 매출액만 무려 1조9457억원에 달한다. 공정위는 이들의 담합행위가 국민들의 주거공간인 아파트 분양원가 상승에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고 꼬집었다.  업체별로 부과된 과징금을 보면 한샘이 211억5000만원으로 가장 높은 과징금이 부과됐다. 그 뒤를 ▲현대리바트 191억2200만원 ▲에넥스 173억9600만원 ▲넵스 97억8500만원 ▲넥시스 49억5400만원 ▲한샘넥서스 41억1600만원 등이 이었다. 한샘의 경우, 한샘넥서스까지 포함하면 무려 252억66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된 셈이었다.  공정위의 이같은 과징금 부과와 관련해 한샘 측은 즉각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내용의 입장을 냈다.  한샘은 공식 사과문을 통해 이번 공정위가 발표한 사안과 관련해 책임을 통감하고 한샘을 믿고 아껴 주시는 모든 분들께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구시대적인 담합 구태를 철폐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윤리경영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대표 홈 인테리어 기업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글로벌 눈높이에 맞는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대한민국 홈 인테리어 및 주거 환경 개선에 앞장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한샘, 구원투수 김유진 영입…구조조정 속 수익성 개선
ESG 강화한다는데, 내부쇄신‧외부성장 두마리 토끼 잡을까

최근 한샘의 내부 분위기는 구원투수로 ‘구조조정 전문가’ 김유진 대표를 영입한 이후, 대규모 인력감축이 이뤄지는 등 다양한 변화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샘 내에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정규직) 수는 2022년 12월31일 기준 ‘2174명’에서 2023년 12월31일 기준 ‘2081명’으로 93명 줄어들었다.  지난해 8월 김 대표의 취임 이후 반년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올해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1조9669억원, 영업이익 19억원을 기록하며 1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22년도 영업이익은 -217억원이었다.  가시적 성과의 이면에는 인적쇄신을 통한 판매관리비 감소 등 수익성 개선 효과가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조적 혁신을 이어가고 있는 김유진 대표는 주총에서 “부엌·바스·수납 등 리하우스 단품 상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판매 비중을 확대해 수익성을 개선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동시에 재무적 수치 뿐만 아니라 환경·사회·거버넌스(ESG)와 같은 비재무적 가치로도 존경받는 기업이 되겠다며 협력사와 동반성장 체계를 강화한다고도 밝혔다.  김유진 대표를 앞세운 한샘이 그동안의 담합 구태와의 결별을 선언하고 윤리경영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면서 올해 내부적으로는 쇄신, 외부적으로는 성장이라는 결과를 이끌어낼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