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Hi스토리] 이케아

2024-04-15     김희연 기자
[파이낸셜리뷰=김희연 기자] 이케아의 ‘2023 라이프 앳 홈(Life at Home) 보고서’에 따르면 가장 좋아하는 장소가 집이라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은 52%였다. 그만큼 집은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물리적인 공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집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가구와 인테리어다. 이케아(IKEA)의 창업자 잉바르 캄프라드는 이케아가 스웨덴의 가구와 생활 소품을 판매하는 세계적인 가구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고민을 멈추지 않았다. 1940년대 스웨덴의 엘름훌트라는 한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잉바르 캄프라드는 세상 모든 곳의 사람들이 더 나은 생활을 누리기를 바랐던 진취적인 소년이었다. 그는 17세였던 1943년에 펜과 지갑 등의 상품을 판매하며 IKEA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그의 고향이었던 스웨덴 스몰란드는 자갈이 많은 땅에 숲이 우거진 곳이었는데 지리적 어려움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적은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법을 찾아내야 했다. 이러한 방법들이 훗날 IKEA를 구성하는 핵심 가치로 자리 잡았다. IKEA라는 이름도 창업자 잉바르의 이름과 주변 환경을 조합해서 만든 명칭이다. IKEA의 I와 K는 IKEA의 창업주인 잉바르 캄프라드(Ingvar Kamprad)의 이니셜에서, E는 그가 유년 시절을 보낸 농장 엘름타뤼드(Elmtaryd)의 이름에서, A는 근처 마을인 아군나뤼드(Agunnaryd)에서 따왔다.
이케아(IKEA)로고./사진=이케아
현재는 50개국 이상의 국가에서 422개의 이케아 매장이 들어서 있다. 주황색은 IKEA가 처음 진출한 인도와 라트비아에 개점한 매장을 뜻하며, 파란색은 전 세계 여러 지역에 새로 개점한 IKEA 매장을 나타낸다. 지난 2014년 광명점을 개점해 한국에 진출한 이케아 코리아는 올해로 한국 진출 10주년을 맞는다. 이케아는 등장과 함께 국내 '홈퍼니싱' 대중화를 이끌었다. 대형 매장에서 다양한 디자인과 가격대의 가구 및 생활소품을 한눈에 둘러볼 수 있는 점은 이케아의 압도적인 경쟁력으로 꼽혀왔다. 이케아는 현재까지도 비상장기업이며, 앞으로도 상장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창업자이자 고문인 잉바르 캄프라드 회장이 이케아는 금융기관에 의존하지 않기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케아의 성공 비결

울창한 삼림과 목재가 풍부한 자연환경이 발달한 북유럽은 고위도에 위치해 낮이 짧고 밤이 길어 집에서 오래 머물 수밖에 없는 생활환경을 갖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밝은색 나무를 사용해 가볍고 실용적인 디자인으로 가구를 제작하고, 가구를 자주 바꿔 집안 분위기를 환기하는 가구 문화가 발달했다. 이러한 북유럽풍 가구 문화를 합리적인 가격과 품질의 조화를 갖춘 제품으로 유럽 본토에 전파하면서 이케아는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이케아의 스칸디나비아 특유한 디자인에 소비자가 직접 운반하고 제작해 조립과 배송 비용이 없는 DIY 제품 판매로 발전을 거듭해 왔다. 혁신의 시작은 1951년 한 디자이너였다. 디자이너가 탁자 하나를 차 트렁크에 넣으려고 시도하다가 들어가지 않자, 결국 4개의 다리를 떼어 이동한 후, 집에서 다시 붙였다고 한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은 잉바르 캄프라드는 납작한 상자에 조립되지 않은 가구와 부품을 넣어 판매하고 소비자가 직접 조립하여 가구를 완성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이케아는 조립의 비용을 고객의 이익으로 돌려 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는 가격 정책을 통해 고객 만족을 이끌어내기 시작했다. 또한 단순 판매만 하던 것에서 공유서비스로 전환하여 고객 가구를 되사는(buy back) 서비스를 시작했다. 아이가 커서 무용지물인 아기침대를 사들여 이케아 구매 바우처를 제공하고, 제품은 손봐서 또 다른 고객에게 싸게 파는 것이다. 이케아는 ‘많은 사람이 더 나은 일상생활을 누리게 하겠다’는 생각을 경영철학으로 삼고 있는 만큼 일반 가구회사와의 차별점이 두드러지는 부분이다.

쇼핑하려면 배부터 채워야지

1960년 6월에 IKEA 매장에서는 커피와 비가열 조리 음식만 판매했다. 그러나 그해 연말에는 IKEA 레스토랑에 당시로서는 최신 가전이었던 전자레인지를 비롯한 주방 설비가 완비됐고, 햄버거와 같은 따뜻한 음식과 일품요리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잉바르의 관찰에서 비롯됐다. 잉바르는 사람들이 점심을 먹고자 매장을 떠난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매장을 떠나면 자연스럽게 구매 과정 전체가 중단되며, 배가 고픈 고객은 물건을 더 적게 산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배가 고픈 상태에서는 뭐든 제대로 할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케아에 방문하면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과 카페가 늘어서 있다.
사진=이케아
또한 건강한 삶과 자원 순환을 강조하는 지속 가능한 전략을 위해 ‘도시농업’에 집중했다. 이케아 광명점에 있는 스마트팜인 파르마레 농장에서는 직접 친환경, 무농약 채소를 키워 샌드위치와 샐러드를 만든다. 이처럼 이케아는 자연과 살아 숨 쉬는 기업으로 고객에게 다가가고 있으며, 단순 이윤 추구에서 벗어나 사람과 지구의 삶을 함께 생각하는 가구 회사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케아는 2030년까지 모든 제품을 디자인 단계부터 재생이 가능하고 재활용된 소재만 100% 사용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한 바가 있다.

불황 속에서도 매장 확장에 나서다

이케아 코리아는 올해부터 3년간 한국에 43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혔으며,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포맷'의 매장을 시도한다는 계획에 나섰다. 대표적으로 도심에 보다 작은 규모의 이케아 매장을 여는 전략을 취했다.
이케아
지난 3월 19일 이후 약 3개월간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 5층에서 ‘이케아 팝업 스토어 더현대 서울’을 운영 중이다. 이케아 코리아는 상반기 더현대 대구·서울을 중심으로 장기간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고, 일본 가구업체 니토리는 작년에 이어 상반기 6개 매장을 연속으로 출점할 계획이다. 이케아는 도심 내 소규모 팝업 매장을 통해 기존 대형 매장(4곳)까지 오기 힘든 소비자를 공략한다는 생각이다. 향후 정식 매장으로 백화점이나 몰에 입점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케아는 코로나19 특수를 노리며 2021년 회계연도 기준 국내에서 6872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성장이 둔화하며 매출과 영업 이익 하락을 동시에 겪고 있다. 이케아의 2023년 회계연도(2022년 9월~2023년 8월) 매출액은 600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줄었고 영업이익은 26억원으로 88% 감소했다. 고물가, 고금리 영향으로 국내 가구와 인테리어 시장이 급격히 위축됐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고물가 속에서 건설 경기 부진이 엎친 데 덮치며 이사 수요가 줄어든 것을 소비 부진의 배경으로 보고 있다. 가구의 경우 일반적인 교체 주기는 5년~10년이다. 그만큼 새로 구입해야 하는 유인책이 바닥난 셈이다. 이케아 코리아는 비즈니스 공간을 위한 카페 가구 할인 행사를 30일까지 진행하고, 최저 배송비를 1만원까지 낮추는 등 가격 경쟁력 강화에 나서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중시하는 2030세대를 잡기 위해 보다 합리적인 서비스 제공에 집중하는 공세에 나서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