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경제리뷰] 바세나르 협약

2024-04-29     어기선 기자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바세나르 협약은 1982년 네덜란드에서 이뤄진 노사정 합의를 의미한다. 바세나르 협약은 고질적인 ‘네덜란드 병’을 고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네덜란드는 무역이 경제 전반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로테르담 항구는 유럽 최대 규모의 항구로 해상무역의 출입구 역할을 했다. 북해에서 천연가스를 생산하면서 세계 규모를 자랑한다. 네덜란드의 천연가스 매장량은 세계 24위이고, 생산량은 세계 11위이다.

네덜란드 병

1960년대 천연가스 수출이 잘돼서 통화가치가 급상승했고, 제조업 경쟁력이 잃어버리면서 경제가 침체됐었다. 일명 ‘네덜란드 병’으로 불리면서 천연자원으로 인해 다른 제조업이 불황기를 겪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러면서 1980년대 들어서면서 경제활동인구 중 14%인 80만명이 실업자이고,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상당했다. 무엇보다 1981년부터 1983년까지 경기침체가 심각해서 많은 부작용이 발생했다. 25개 제조업체 중 1개꼴로 파산상태에 이르렀고, 30만개 일자리가 사라졌다. 실업자는 매달 1만 명씩 증가해 1984년에는 80만 명까지 증가했고 노동조합들은 전체 노조원의 17%를 잃었으며 남은 노조원들 중 4분의 1이 복지 혜택의 수혜자가 되면서 노동 없는 복지 상태에 이르렀다. 이런 이유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바세나르 협약 체결

1982년 11월 24일 바세나르에서 바세나르 협약이라는 이름으로 임금인상 억제 정책을 실시하게 됐다. 빔 코크의 노동조합연맹과 크리스 판 베인의 경영자단체연합 사이에서 이뤄진 협약이다. 그것은 노동계와 사용자가 각각 임금 동결과 고용안정을 주고 받은 거래였다. 정부 중재로 이뤄진 이 협약의 결과는 네덜란드식 ‘유연안정성’의 확립이다, 즉 상용(풀타임) 노동자에 대한 해고는 쉽게 하되 새로운 상용 일자리로 옮기거나 ‘정규직 시간제’로 전환하는 것을 적극 지원했다. 정부는 기준 근로시간 단축,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시간제 노동자를 위한 사회보험 확대 등을 차례차례 법제화해 나갔다. 이후 고용 안정과 비정규직의 동등 대우를 위해 노사가 맺은 ‘뉴코스 협약’(1993년)과 ‘유연성과 고용안정 협약’(1996년)등이 채결된다. 이같은 협약 때문에 네덜란드 시간제 근로 비중은 우리나라의 3~4배인 40% 안팎 정도 된다. 이들의 95% 이상은 자발적으로 시간제를 선택한다. 이에 네덜란드의 실업률은 80년대 초의 20% 안팎에서 현재 4% 중반대로 낮아졌다. 고용률 역시 80년대 초의 50%대에서 2020년대 들어서면서 70%대로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