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View] 이커머스의 명과 암, 구독제 춘추전국시대 이어지나
쿠팡,배민,네이버,신세계,컬리,요기요...혜택 쏟아붓기 총공세
구독 서비스 소비자 혜택 늘었지만, 부담은 가맹점주에게 고스란히
2025-04-30 김희연 기자
[파이낸셜리뷰=김희연 기자] 이커머스 업계가 언제 끝날지 모를 파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먼저 국내 e커머스 1위인 쿠팡과 배달 플랫폼 1위 배달의민족의 본격적인 다툼이 전개되는 중이다.
지난 12일 쿠팡이 음식배달서비스인 쿠팡이츠 무료 배달을 선언하자,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도 울며 겨자 먹기로 무료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또한 배달의 민족은 무제한 배달팁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새로운 구독제 서비스 배민클럽을 조만간 론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독 고객에게 알뜰배달과 한집배달 할인, B마트 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배민클럽이 출시되면 쿠팡이츠의 '와우 멤버십', 요기요의 '요기패스X'에 이어 배달앱 3사가 모두 무료 배달을 위한 구독제를 시행하게 되는 꼴이다.
피 튀기는 구독 경쟁에 나선 건 배달앱뿐만이 아니다. 쿠팡이 와우 멤버십 요금을 깜짝 인상한 틈새를 파고들어 네이버는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무료 당일배송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혀 이커머스 시장에서 커다란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제 구독제 상품은 배달앱을 포함한 이커머스 플랫폼 업계에서 핵심 프로그램이 되고 있다. G마켓·옥션·스타벅스·이마트 등을 운영하는 신세계 그룹에서는 통합 멤버십 서비스 '신세계유니버스 클럽'(연 3만원)을, 리테일 테크 기업 컬리는 컬리멤버스(월 1900원)을 운영하고 있다.
며칠 전 G마켓은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 신규회원을 대상으로 연회비를 80% 이상 대폭 인하한다고 밝혔다. 컬리도 컬리멤버스의 모든 신규 가입자에게 3개월 무료 이용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전했다.
이처럼 이커머스 시장에서 앞다퉈 초저가 할인과 무료 경쟁을 내세우면 소비자가 편의에 따라서 누리는 혜택은 점점 커진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누군가 이득을 보면 그에 따라 피해를 보는 집단도 당연히 생겨날 수밖에 없다. 자영업자다.
특히 배달앱의 경우 가맹점주가 피해를 그대로 떠안을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미 음식·카드 수수료, 배달료 등 배달 플랫폼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큰데 올해 들어 주요 배달앱이 수수료를 인상하면서 사실상 '무료 배달비' 부담이 점주들에게 쏠리고 있다.
음식점에 주문이 들어와 배달앱이 배달원까지 중개하는 경우, 가게가 음식값의 약 6~9%를 수수료로 내야하고 배달비도 2500~3300원을 부담해야 한다. 여기에 카드 결제 수수료와 부가세 등을 포함하면 그 이상의 비용이 나온다.
배민과 쿠팡이츠가 최근 내놓은 무료 배달 서비스는 배달앱에서 배달원을 중개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고객들이 무료 배달로 몰릴수록 가게의 수수료와 배달비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지금도 부담스러운 배달비가 무료 배달 정책으로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점주들이 가게 자체 배달을 늘리기도 쉽지 않다. 대다수의 고객이 무료 배달 등의 서비스를 선호하는 상황에서 자영업자는 하는 수 없이 최소주문금액을 늘리는 등의 조치를 통해 구독 서비스 생태계에서 살아남으려는 실정이다.
이커머스 업계의 궁극적인 목표는 소비자 확보를 통한 수익 극대화에 있다. 이 때문에 수수료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자영업자의 피를 빨아먹으려는 플랫폼 기업의 착취는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