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통한 과거리뷰] 김 양식 그리고 캐슬린 메리 드루베이커

2024-05-07     어기선 기자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마른 김 한속(100장)의 도매가격이 1만원을 넘어섰다. 지난달 김 물가 상승률이 10.0%로 전체 소비자물가 평균의 3.4배에 해당한다. 김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조미김과 김밥 물가까지 도미노 인상이 불가피하다. 7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4월 김밥용 김(중품) 평균 도매가격은 한 속(100장)당 1만89원으로 작년 동기(5603원)보다 80.1% 상승했다. 김 가격이 상승한 것은 김 수출 수요가 늘고, 재고가 평년의 3분의 2 수준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김 가격이 상승하면서 김 양식장의 규모를 넓히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다만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온도 상승이 김 양식에 상당한 차질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조선시대까지 귀했던 김

김은 조선시대에는 귀한 음식이었다. 효종 당시 영의정 이경여는 “신이 남쪽 지방에 갔을 적에 들으니 나라에 바치는 해의(海衣) 1첩의 값이 목면 20필이나 간다고 하였습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당시 성인 남성 양민이 군역 대신 납부하던 군포가 1년에 2필 정도였으니 김 1첩이 성인 남성 10명의 군포와 맞먹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같이 김이 비싸고 귀했던 이유는 양식을 하기 어려웠던 홍조류였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20세기 초 영국 과학자 캐슬린 메리 드루베이커에 의해 김 양식 연구가 이뤄졌다. 1901년 11월 6일 맏딸로 태어난 캐슬린은 워즈워스 학교에 다니며 자연과학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다. 1922년 캐슬린은 여학생으로서는 최초로 맨체스터 대학의 1등급 우등 졸업생이 됐고 애슈번 홀 펠로십을 받았다. 그리고 1925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에서 홍주료 샘플을 채집하고 연구했다. 하지만 곧바로 연구를 중단해야 했다. 그것은 결혼을 했기 때문이다. 당시 대학들은 결혼한 여성을 채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는 학자로서 홍조류 연구를 하고 싶어했고, 보수를 받지 않고 연구하는 명예 연구원이 돼 대학교에서 연구를 할 수 있게 됐다. 보수를 받지 않고 연구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홍조류 연구에 있어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홍조류가 어떤 환경에서 자라는지 등 번식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논문 47편과 여러 권의 책을 발표했다.
캐슬린

인위적으로 종자 뿌려 번식하는

그 이전까지 김 양식은 이미 자라난 김을 대나무 발 혹은 덤불 등을 이용해 양식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다보니 김 양식이 대량으로 이뤄지지 못했고, 이에 김이 귀한 음식이 되면서 가격이 상당히 높았다. 그런데 캐슬린을 통해 인위적으로 김 종자를 뿌려서 재배하는 방법을 알게 되면서 그때부터 상황은 변하게 됐다. 1948년 심한 태풍이 일본 연안을 강타하면서 김 양식장들이 파괴됐고, 김 양식업은 초토화됐다. 이때 캐슬린과 친분이 있었던 세가와 소키치 규슈 대학교 교수가 캐슬린의 논문을 일본에 소개했다. 그러면서 김의 인공 파종 기술이 개발됐다. 해당 기술이 일본은 물론 한국에 전파 되면서 김 양식 산업이 크게 발전하게 됐다. 우리나라가 일본에 비해 김 양식이 더욱 성장하게 된 것은 우리나라 바다 수온이 겨울철 김 양식에 알맞은 환경이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