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형 칼럼] 식품 제조업체 하고 싶은데 행정사는 서류만 만들어주나요

2025-05-09     박재형 행정사·가맹거래사
[파이낸셜리뷰] 식품제조가공업 인허가를 도와드리면서 느끼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많은 분들이 ‘시설 공사’와 행정사의 ‘행정 대행’을 별개로 생각하신다는 것입니다. “행정사는 시설에 대해서 잘 모를 거야”라는 생각으로 시설은 실내 인테리어 업체를 통해 공사를 진행하고, 행정사에게는 서류 작성만 맡기려고 합니다.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행정사가 공사를 직접 해주는 직업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식품제조가공업 등록 시 시설 요건을 갖춰야 하는 이유를 먼저 생각해보시면 행정사가 시설 공사와 전혀 동떨어져있지 않다는 것을 확실히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식품제조가공업의 시설 요건은 식품위생법에 규정돼 있습니다. 담당 공무원들도 이러한 법령 상 규정을 근거로 시설을 확인하고, 인허가에 대한 요건 검토 및 최종 승인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식품 제조업을 하기 위해서는 법령상 내용에 따라서 시설을 갖춰야 합니다. 하지만 공사업체들이 이러한 내용을 완전히 알고, 이에 맞춰 공사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공사업체는 공사 진행을 위한 본인들의 기준과 시각으로 현장을 바라봅니다. 제조장은 어떻게 만들고, 식품을 제조하기 위한 원재료와 포장재 등 부재료는 어디에 보관할 것인지, 포장실은 어떻게 갖출 것인지, 세척은 필요한지, 그렇다면 세척시설은 어디에 만들고, 바닥 세척을 위한 배수시설은 반드시 있어야 하는지, 사용하는 자재가 기준에 맞는지 등 법령에 따른 시설 요건을 명확히 알고 있는 것은 행정사입니다. 또 해당 건축물이 시설을 꾸리기에 충분한 공간이 확보되어 보기에는 문제 없어 보이더라도, 건축물 용도와 토지의 용도지역 문제로 인해 진행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이 역시 건축법과 해당 지역의 조례 내용을 바탕으로 전문가의 검토가 필요합니다. 정화조 용량, 하수도원인자부담금도 제조업 창업을 가로막는 변수입니다. 원래 제조업을 하고 있던 장소가 아니라면 제조업이 입점함에 따라서 오수 처리 기준이 증가해 정화조 용량을 증설해야 하거나, 하수도원인자부담금을 추가로 내야 할 수 있습니다. 이에 식품 제조업을 하고 싶으시다면, 초기 단계에서부터 전문가와 함께 상의를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잘 모르겠다고 생각하시면, 부동산 계약 단계에서부터 행정 전문가에게 물어보셔도 좋습니다. 해당 건축물에 제조업이 들어갈 수 있는지 여부를 명확하게 확인하고 부동산 계약을 하셔야 뒤탈이 없습니다. 건축물을 이미 임대하셨거나, 소유중인 상황이라서 해당 건축물에서 꼭 진행을 해야 된다면, 실내 시설공사를 진행하기 전에 전문가를 통해 가능여부를 확인하고, 어떤 식으로 시설을 배치하는 것이 좋은지 행정 전문가가 법령 기준에 맞춰 작성한 배치도를 바탕으로 공사를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전문가를 통해 도움을 받으신다면 사전에 문제가 발생할 것이 예상되는 지점에 대해 담당 공무원과 미리 사전 소통을 통해 문제 여부를 미리 짚어 보는 것도 가능합니다. 최근 저희 사무소에서 상담을 진행하고, 업무를 도와드리면서 “처음부터 전문가와 함께 업무를 진행었으면 좋았을텐데...”라고 안타까움을 느꼈던 두 가지 사례가 있습니다. 첫 번째 사례는 식품 제조업을 하겠다고 수 천만 원을 들여서 기기를 사고, 공장 건물을 임대하고, 실내 공사를 진행한 상황에서 저희에게 문의를 주신 상황이었습니다. 현장을 방문해서 보니, 실내 공사가 너무 미흡했고, 각 공간이 제대로 분리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이대로라면 식품제조가공업 인허가가 분명히 힘들어 보이는데 추가 공사를 위해서는 더 많은 금액이 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더군다나 사장님께서 선택하신 식품은 HACCP(해썹) 의무 식품이라서 단순히 식품제조가공업 시설만 갖출 것이 아니라, 해썹 시설 요건까지 모두 충족해야 했습니다. 당연하게도 식품제조가공업 등록조차 어려운 시설에서 해썹 인증까지 받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었고, 사장님은 결국 해당 식품 생산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두 번째 사례는 창고와 제조장만 벽으로 나누면 된다는 비전문가의 조언만 듣고, 시설 공사를 했다가, 담당 공무원에게 “여러 부분에서 시설이 미흡해서 허가가 힘들다”는 말을 듣고 저희 사무소를 찾으셨습니다. 더군다나 해당 업장은 첫 번째 사례와 달리, 너무 좁은 면적에서 식품 제조업체를 만드는 상황이었고, 추가공사를 위한 면적도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최소한의 면적으로 공무원이 지적한 필수 요건을 갖추는 방안을 설명 드렸고, 사장님께서는 불황으로 어려운 형편에 한 푼이라도 아끼고자 자재를 구입하시다가 직접 공사를 하셨습니다. 두 번째 사례에 대한 상담을 진행하면서 사장님께서 하셨던 말이 생각이 납니다. “처음 공사할 때 자재가 많이 남아서 다 버렸거든요.”, “미리 알았더라면 돈을 들여서 자재를 구입할 필요도 없고, 인건비도 아껴서 쉽게 공사를 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습니다.” 첫 번째 사례는 미리 전문가를 찾았더라면, 해썹 식품을 생산하기 위해 어떻게 시설이 갖춰져야 하는지를 미리 알고, 다른 식품으로 변경하거나,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하지 않으셨을 겁니다. 또 혹여 공사를 하더라도 제대로 시설을 배치해서 불필요한 비용을 낭비할 수 있었을 것 입니다. 두 번째 사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 어떤 것인지를 알고 공사를 했더라면, 자재를 다시 구입해서 고생해가며 직접 시설 공사를 다시 하지 않았을 것 입니다. 또 인허가가 한달 넘게 늦춰지는 일도 없어 훨씬 일찍 사업을 시작해 수익을 낼 수 있었을 것입니다.

박재형 약력

現 하나 행정사가맹거래사사무소 대표 現 소상공인진흥공단 희망리턴패키지 컨설턴트 現 경실련 프랜차이즈피해구제상담센터 법률상담관